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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직원 61% 성희롱 경험”… 낯뜨거운 법무·검찰



공공기관 10%와 큰 대조… 신체접촉 사례도 22%나
회식서 주로 상급자가 범행… 피해녀 대부분 참고 넘어가
단죄해야할 조직이 더 엉큼


법무부와 검찰 내 여성 직원 10명 중 6명꼴로 직장에서 성폭력이나 성희롱을 경험한 것으로 조사됐다. 그러나 피해 여성 상당수는 이를 참았다. 지난 7년간 법무부 내에서 처리된 성희롱 사건은 18건에 불과했다. 법무부 성희롱·성범죄 대책위원회는 폐쇄적이고 남성중심적 조직문화 속에 성폭력 문화가 만연한데도 피해는 은폐돼 왔다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성범죄 피해 발생시 검찰 등 해당 조직 내에서 사건을 처리하지 않도록 법무부 장관 직속 전담 기구를 마련할 것을 권고했다.

대책위가 지난 3월 26일부터 4월 6일까지 약 2주간 법무·검찰 내 여성 직원 8194명을 대상으로 사상 첫 전수 조사한 결과 응답자 7407명 중 61.6%가 성희롱이나 성추행을 경험했다고 답했다. 임용기간 3년 이하인 직원 중에서도 피해를 입었다는 비율이 42.5%였다. 공공기관 성희롱 실태에 대한 이전 조사에서 성범죄 피해율은 10% 안팎 수준이었다. 대책위는 서지현 검사의 미투(MeToo) 운동을 계기로 법무·검찰의 변화를 갈망하는 구성원들의 욕구가 솔직한 답변으로 표출됐다고 분석했다.

전수 조사로 드러난 법무·검찰 내 성폭력 문화는 심각했다. 외모평가, 음담패설 등 언어적·시각적 성희롱에 해당하는 사례가 많았으나 실제 신체접촉이 발생한 피해 사례도 22.1%였다. 원치 않은 성관계를 요구 받은 적이 있다는 응답도 1.4%(114명)나 됐고 강제적인 성관계가 있었다는 비율도 0.4%(32명)였다. 수직적이고 남성중심적인 조직문화가 투영된 결과라는 게 대책위 판단이다. 실제 가해자의 90.9%가 남자였고, 85.7%가 상급자였다. 전문직 성범죄 피해 실태를 조사해 온 법무법인 소헌의 천정아 변호사는 “권력 문제가 크다. 권력과 힘을 가진 상부가 남성이 대부분인 상황에서 이런 현상이 만연해 있다”고 지적했다.

이 같은 상황에도 피해 여성의 3분의 2는 특별한 조치 없이 참고 넘어갔다. 응답자의 70.9%는 ‘피해자를 탓하거나 행실을 문제 삼는 분위기’ 때문에 문제 제기할 엄두를 내지 못했다고 한다. ‘조직에 부적합한 인물로 취급당할 수 있어서’ ‘근무평정, 승진, 부서배치 등 인사 불이익을 당할 것 같아서’ 등의 이유도 있었다. 권 위원장은 “(피해자) 자신의 신상이 드러나는 것에 대한 두려움이 컸다”고 말했다.

조직 시스템에 대한 불신도 컸다. 실제 법무부와 검찰 내 259개 기관에는 성희롱고충심의위원회가 설치돼 있으나 지난 7년간(2011∼2017년) 무용지물에 불과했다. 이 기간 위원회가 처리한 성희롱 고충 사건은 18건에 그쳤다.

피해자(19.6%)는 오히려 2차 피해에 노출됐다. 조직 보호 논리에 따라 가해자들은 대부분 적법한 처벌을 피했다. 이들은 고스란히 2차 피해의 가해자가 됐다. 2차 가해자도 상급자(58.6%)가 가장 많았고 동료(57.4%)의 비율도 높았다.

대책위는 조직 내 성범죄 사건 발생 시 사건 접수 절차에 문제가 있다고 봤다. 피해 구제보다 조직이 우선인 문화가 피해자를 회유하고 사건을 은폐하는 시도로 이어진다고 보고 사건 접수 시 각 기관의 성희롱고충 담당자가 내부결재 없이 장관 직속기구에 곧장 보고하는 시스템을 구축할 것을 권고했다.

황인호 기자 inhovator@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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