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싱 우려하던 中, ‘北 재건’ 발빠르게 치고 나간다

북한 참관단과 악수하는 시진핑
(홍콩·베이징=연합뉴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16일 베이징 인민대회당 푸젠팅에서 북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방중한 북한 노동당 '친선 참관단'과 만나고 있다. 중국 중앙(CC)TV 캡처=연합뉴스


北 시·당 위원장 20여명 中 과학기술·농업 등 시찰
재건프로젝트 사전 준비… 中 분야별 대규모 경협 제안
北 경제 中 의존도 92.5%… 제재 완화 땐 종속 더 심화


유엔 대북 제재 이행으로 북한과 극도로 소원했던 중국이 인적·물적 교류 회복에 속도를 내고 있다. 중국은 북한에 각 분야의 대규모 경협을 제시하는 등 향후 북한의 개혁·개방에 앞서 ‘선점’을 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내고 있다. 급변하는 한반도 정세에서 ‘차이나 패싱’(중국 배제) 논란에 휩싸였던 중국이 향후 경제교류 국면에서는 북한을 자국의 영향권 안에 단단히 묶어두겠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중국은 지난 14일 방중해 경제발전 현장을 둘러보고 있는 북한 노동당 ‘친선 참관단’에 농업과 교육, 과학기술, 인문 분야 등에서 대규모 협력을 제안한 것으로 전해졌다.

17일 베이징 소식통 등에 따르면 쑹타오 중국 공산당 대외연락부장은 박태성 북한 노동당 중앙위 부위원장이 이끄는 북한 참관단과 지난 14일 베이징에서 만나 북·중 간 협력 강화 방안을 논의했다.

참관단의 일정을 보면 인프라와 농업, 첨단 분야까지 종합적인 북한 재건 프로젝트를 염두에 두고 사전 준비를 하기 위해 방중했음을 엿볼 수 있다.

주요 시·당 위원장 20여명으로 구성된 참관단은 중국의 실리콘밸리로 불리는 중관춘 과학원과 농업과학원을 둘러보며 과학기술과 농업 분야 협력 의지를 드러냈다. 북한은 식량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중국의 농업 노하우가 절실하고, 정보기술(IT) 분야를 키우려는 의지도 강하다. 북한 참관단이 16일 베이징시 기초시설투자유한공사를 찾은 것은 향후 서울∼평양∼신의주∼단둥∼베이징으로 이어지는 중국횡단철도(TCR) 등 인프라 재건 협력을 겨냥한 것이란 해석이 나온다.

특히 북한은 대중국 무역 의존도가 90% 이상이어서 향후 경제 재건 국면에서 중국의 영향력을 무시할 수 없는 상황이다. 코트라에 따르면 북한 경제의 중국 의존도는 2007년 67.1%에서 2016년 92.5%로 급증했다. 보통 대외무역 의존도가 30% 수준이면 의존형, 60% 이상이면 종속형으로 구분한다. 중국은 특히 북한에서 무산광산과 나진·청진항 등 천연자원·항만 개발뿐 아니라 나진·선봉특구 등 산업단지, 도로 등 사회간접시설 전반에 투자해 왔다. 따라서 최근 북·중의 밀착 관계로 볼 때 유엔 대북 제재가 완화되면 북한 경제의 대중 종속이 심화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특히 이번 방문은 북·중 양측 최고지도자 간 교감 아래 이뤄지는 분위기다.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은 지난 7∼8일 다롄에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만나 비핵화 완료 전이라도 단계적 지원이 가능하다는 입장을 전달했다고 요미우리신문이 최근 보도한 바 있다. 김 위원장은 ‘비핵화를 완료하면 경제 지원을 하겠다’는 미국의 약속을 믿을 수 없다면서 시 주석에게 경제 지원을 타진해 답변을 받아냈다는 것이다. 이후 지난 11∼12일 중국 참관단이 신의주를 방문해 교류 강화 방안을 논의했고, 이틀 후인 14일 북측 참관단이 중국을 찾는 등 상호 교류가 일사천리로 진행되고 있다.

시 주석은 북한 참관단을 직접 만나며 상당한 예우를 해줬다. 시 주석은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참관단과 만나 “북한과 치당치국(治黨治國) 경험을 교류하고, 양국의 사회주의 건설 사업이 더욱 발전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이에 참관단장인 박 부위원장은 “친선 참관단은 김 위원장의 지시를 받고 방중했다”며 “중국 경제 건설과 개혁·개방 경험을 학습하기 위해 왔다”고 설명했다.

베이징=노석철 특파원 schroh@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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