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핵화 걸림돌은 ‘불신’… 北 “체제보장부터” 美 “단기간에 CVID”



북한 핵시설과 핵무기를 검증하는 문제는 지난 20여년간 북핵 협상의 최대 걸림돌이었다. 북한은 사실과 다른 보고서를 제출하거나 아예 검증 과정 자체를 거부하고 협상을 깨버린 사례가 많다. 북한은 검증 절차가 자신들의 핵능력을 완전히 노출할 것이라며 강하게 반발해 왔다. 반면 미국은 북한의 태도를 비핵화에 진정성이 없는 탓으로 봤다. 북·미가 정상회담을 앞두고 신경전을 벌이는 배경에는 양측 간 쌓인 불신도 적잖게 작용하고 있다.

북한은 합법적 핵보유국인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상임이사국(미국 중국 러시아 영국 프랑스), ‘사실상 핵보유국’인 인도와 파키스탄 등을 제외하고 핵능력이 가장 발달했다. 김진무 세종연구소 객원연구위원이 17일 공개한 분석자료에 따르면 북한이 보유한 핵폭탄 원료는 플루토늄 50㎏ 이상, 고농축우라늄 800㎏ 이상으로 추정된다. 핵탄두 기술은 플루토늄탄과 우라늄탄은 물론 위력이 훨씬 강력한 증폭핵분열탄과 수소폭탄까지 제작 가능한 것으로 평가된다. 미사일에 탑재할 수 있도록 소형화한 핵탄두까지 완성했을 가능성도 있다. 탄도미사일의 경우 사거리 300㎞급인 단거리 미사일부터 1만㎞ 이상인 대륙간탄도미사일(ICBM)까지 골고루 갖춰놓고 있다.

때문에 북한 비핵화 작업은 역사상 전례 없는 규모로 진행될 수밖에 없다. 비핵화 대상부터 광범위하다. 우선 영변 핵시설 내 원자로와 핵연료봉 제조시설, 핵연료 저장시설, 재처리시설, 우라늄 농축시설 등이 들어가야 한다. 핵무기 개발을 총지휘하는 노동당 군수공업부, 내각 부처인 원자력공업성, 국방과학원 산하 핵무기연구소 등 연구시설도 사찰 대상에 포함된다. 북한의 핵능력을 완전히 제거하기 위해서는 1만명에 달하는 핵 전문 인력은 물론 우라늄 광산과 우라늄 정련공장에 대한 대책도 필요하다. 북한의 우라늄 채굴 가능량은 무려 400만t으로 추정된다. 미사일의 경우 북한 각지에 위치한 미사일 발사장과 미사일 조립 공장, 저장시설, 연구기관, 장거리 탄도미사일을 운용하는 전략군사령부 등이 대상이다.

북한이 자신들의 핵능력을 솔직하게 신고할지는 아직 불투명하다. 북한이 미국의 광범위한 사찰 요구에 응할 가능성도 현재로선 낮다. 북한 요구를 만족할 만큼 미국의 대북 체제 보장이 구체적으로 나오지 않았기 때문이다. 특히 북한 입장에서는 미국과의 적대 상태가 전혀 해소되지 않은 채 핵심 연구시설과 군사시설을 미국에 공개하는 것은 사실상 무조건 항복과 다름이 없다. 북·미 간 비핵화 협상의 성패는 미국의 대북 체제 보장이 어느 수준까지 보장되느냐에 달렸다는 분석이 지배적인 이유다.

미국이 북한과의 정상회담 사전 협상에서 핵탄두와 핵물질, ICBM 일부를 6개월 안에 국외로 반출토록 요구했다고 아사히신문이 복수의 대북 소식통을 인용해 보도했다. 북한이 이를 받아들일 경우 미국은 북한을 테러지원국 명단에서 해제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신문은 전했다. 아울러 미국은 북한에 생화학무기 폐기와 핵 연구진의 해외 이민도 요구한 것으로 전해졌다.

미국의 이런 제안은 북·미가 비핵화 방법과 시기를 조율하는 과정에서 나온 것으로 보인다. 다만 북한이 체제 보장과 평화협정 체결 등을 요구하는 반면 미국은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되돌릴 수 없는 핵 폐기(CVID)’가 단기간 안에 이뤄져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어 양측 간 입장차가 좁혀지지 않는 것으로 알려졌다.

조성은 기자 jse130801@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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