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ME  >  시사  >  종합

제주 보육교사 살해 피의자 9년 만에 검거

2009년 제주 보육 여교사 살인사건 피의자 박모씨가 16일 경북 영주에서 잠복 중인 경찰에 9년 만에 검거돼 제주 동부경찰서로 압송되고 있다. 박씨는 사건 당시 증거가 없다는 이유로 풀려난 뒤 도피생활을 해오다 ‘제주판 살인의 추억’을 밝혀낸 법의학자에 의해 범인으로 특정됐다. 뉴시스


제주 보육교사 살해 피의자가 9년 만에 경북 영주에서 검거됐다. 장기미제사건에 대한 스토리를 토대로 한 영화의 한 장면이 현실이 된 셈이다.

제주지방경찰청은 법원의 체포 영장을 발부받아 16일 오전 8시20분쯤 경찰 수사를 피해 경북 영주에서 도피 중인 박모(49)씨를 살인 등의 혐의로 붙잡아 제주 동부경찰서 유치장으로 압송했다고 밝혔다.

박씨는 사건 당시 경찰에 유력 용의자로 지목됐던 택시기사다. 당시 박씨는 경찰이 증거를 제시하지 못하자 자신이 A씨를 살해하지 않았다고 강력히 부인했고, 사건이 미궁에 빠지면서 2012년 수사본부도 해체돼 장기 미제로 남고 말았다.

2009년 택시 운전을 했던 박씨는 그해 2월 1일 보육 여교사인 A씨(당시 27세)를 제주시 용담동에서 태우고 애월읍으로 가다 목 졸라 살해하고 시신을 유기한 혐의를 받고 있다.

경찰은 지난 1월 29일부터 3월 2일까지 동물사체 실험을 통해 당시 피해자 사망시점을 새롭게 특정해 용의자군을 압축하고, 추적해 왔다.

A씨는 2009년 2월 1일 제주시 용담2동에서 남자친구와 만난 후 택시를 타고 제주시 애월읍 구엄리 집으로 가던 중 실종됐다.

휴대전화 마지막 신호가 잡힌 것은 이날 오전 4시5분 광령초등학교 인근이다.

실종 닷새째인 2월 6일 A씨의 가방이 제주시 아라동 은성사회복지관 옆에서 발견됐고, 이후 2월 8일 A씨는 제주시 고내봉 인근 농로 배수로에서 목이 졸려 살해된 채 시신으로 발견됐다.

그가 법의 심판을 받게 된 것은 2015년 살인사건에 대한 공소시효가 폐지돼 전국적으로 장기미제 사건 수사팀이 가동됐기 때문이었다. 1등 공신은 이정빈 가천대 법의학과 석좌교수였다. 과학수사는 전북청 제주청 등의 전국 과학수사요원이 참여해 지난 1월부터 3월까지 4차례에 걸쳐 진행됐다. 지난달 25일 제주경찰청에서 이 교수가 제주 보육교사 살인사건 관련, 동물에 옷을 입히고 소방용수를 뿌리는 등 당시 기상조건과 같은 조건에 따른 실험결과를 발표하면서 진실이 드러났다. 살해된 A씨는 하의가 모두 벗겨져 있었으며, 상의는 젖은 무스탕을 입고 있는 상태였다.

법의학을 바탕으로 한 과학수사를 거쳐 사망 시각이 실종 당일인 2월 1일 오전 3∼4시 5분쯤으로 좁혀졌다. 택시기사가 범인으로 특정된 것이다.

제주출신인 박씨는 2010년 제주를 떠나 종적을 감췄으나 경북 영주에서 잠복 중인 경찰에 검거됐다.

제주=주미령 기자lalijoo@kmib.co.kr




트위터 페이스북 구글플러스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