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빗나간 ‘남혐’… 대학가 男화장실 몰카 동영상 확산




남성혐오 사이트 워마드에 한양대·고려대 몰카 유포
강남역 사건 후 대안 없고 여성 상대 범죄 계속 늘자 ‘여성혐오 미러링’ 번진 듯


남자화장실 몰카 사진이 확산되고 있다. 강남역 살인사건 2주기를 앞두고 벌어진 워마드(WOMAD)발 ‘여성혐오 미러링’이다.

서울 성북경찰서는 인터넷 여성커뮤니티 워마드에 고려대 캠퍼스 남자화장실 몰카 사진이 게시됐는지 여부를 확인하고 있다고 16일 밝혔다. 고려대 총학생회는 전날 “워마드에 교내 화장실에서 촬영된 몰래카메라 영상이 유포되고 있다는 사실을 파악했다”며 “경찰에 고발장을 제출하고 수사에 적극 협조하겠다”고 전했다. 경기도 안산 상록경찰서도 워마드 게시판에 한양대 에리카 캠퍼스 남자화장실 불법촬영 영상이 공유되고 있다는 신고를 받고 14일 수사에 착수했다.

미러링(mirroring)이란 가해자에게 똑같은 행동을 돌려줘 잘못을 깨닫게 한다는 의미다. ‘넷페미(온라인 공간을 주 활동무대로 하는 페미니스트)’를 탄생시킨 여성 커뮤니티 메갈리아에서 남성의 폭력과 권력을 거울처럼 보여줘 한국사회의 젠더 불평등을 깨닫게 하자는 의미로 주창했다.

메갈리아는 무차별적 혐오와 폭력은 지양했지만 일부 회원이 떨어져 나와 만든 워마드는 더 전투적이었다. 이 커뮤니티는 2016년 5월 17일 발생한 강남역 살인사건 추모 행사를 주도하면서 여성들의 분노와 공포를 극단적인 형태로 대변했다.

강남역 살인사건 후에도 여성 대상 범죄는 늘었다. 대검찰청에 따르면 지난해 여성을 상대로 한 살인과 성폭력 같은 강력범죄는 총 3만270건이었다. 2016년 2만7431건보다 10% 가까이 증가한 수치다. 여성 대상 범죄를 솜방망이 처벌한다는 지적도 끊이질 않는다. 여성가족부는 16일에도 여성폭력 정책간담회를 개최하는 등 간담회와 대책회의를 반복했지만 여성들이 체감할 만한 해결책은 나오지 않았다. 오히려 올해 초 검찰발로 시작된 ‘미투(#MeToo·성폭력 피해 고발)’ 운동에 소극적으로 대처했다는 비난을 받았다.

2년의 시간이 지나면서 워마드는 더 거칠어졌다. 사망한 남성 연예인에게 입에 담을 수 없는 성적 비난을 늘어놨다. 남성들이 여성 연예인 사망 뉴스에 보여줬던 반응을 미러링한다는 이유였다. 홍대 몰카 사건의 피해자를 그림으로 그려 조롱했다. 남자화장실 불법촬영 사진이 잇따라 올라온 이유도 같은 맥락이다.

고강섭 한국청년정책연구원 책임연구위원은 “강남역 사건 뒤에도 여성의 안전을 지킬 대안이 제시되지 않다보니 불만이 표출되는 것”이라며 “하지만 법적으로 용인되지 않는 행위는 처벌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일부 여성은 경찰 수사가 여성 몰카 사건에는 미온적이라며 19일 서울 대학로에서 붉은색 옷을 입고 모여 ‘불법촬영 편파수사 규탄시위’를 벌이겠다고 예고했다. 여성만 참여 가능한 이 시위에는 8000여명이 참가 의사를 밝혔다. 워마드가 처음 제기한 담론이 대중으로 확장되는 모양새다. 설동훈 전북대 사회학과 교수는 “결국 담론투쟁인데 예의를 지키기는 어려워도 법을 어기지 않는 선에서 해야 한다”며 “극단적 행동을 하면 지속적으로 대중의 동의와 지지를 확보하는 것은 실패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이택현 기자 alley@kmib.co.kr

삽화=전진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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