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황한 靑… “北·美에 무슨 일?” 진의 파악 분주

공식·비공식 라인 총동원해 원인 분석
돌발 악재나 이견 큰 사안 생겼을 가능성 배제 안해
“한·미 훈련 문제 삼은 것은 남한 중재 원하는 SOS일 수도”
청와대, 17일 NSC 상임위 개최


청와대는 북한의 기습적인 남북 고위급 회담 무기 연기 통보에 하루 종일 당황스러운 기색이 역력했다. 국가정보원과 통일부 채널을 비롯해 공식·비공식 라인을 총동원해 북한의 진의를 파악하느라 분주했다. 청와대는 북한이 공식적으로 내세운 명분인 한·미 맥스선더 훈련 외에 북·미 협상 과정에서 문제가 생겼을 가능성도 예의주시하고 있다.

청와대는 16일 윤영찬 국민소통수석 명의로 공식 입장을 내고 북한의 회담 연기 통보에 대해 “지금의 상황은 같은 그림을 그리기 위한 지난한 과정이며 좋은 결과를 얻기 위한 진통이라고 본다”고 밝혔다. 청와대는 이날 0시30분 북한의 회담 무기 연기 통보 이후 국정원과 통일부, 국방부 등 관련 부처를 동원해 진상 파악에 나섰다.

국가안보실은 오전 8시에 열린 현안점검회의에서 맥스선더 훈련 관련 내용과 북한의 동향을 보고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어 오전 9시부터 문재인 대통령 주재로 참모진 회의가 진행됐다.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일단 북한 발표의 정확한 뜻과 의미를 파악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청와대 내부에선 신중론이 우세하다. 북·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청와대가 표면에 나서면 판을 그르칠 수 있다는 우려다. 현안점검회의에서도 “신중히 대처하자”는 의견이 주를 이뤘다고 한다. 청와대는 남북 정상 간 핫라인 통화에 대해서도 회의적인 반응을 보였다. 청와대 관계자는 “긴밀히 대처해야겠지만 북·미 정상회담과 한반도 비핵화에 큰 지장을 줄 것으로 보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청와대는 미국 백악관과도 관련 정보를 교환했다.

청와대는 북한의 불만이 단순히 한·미 연합 군사훈련 탓이라고는 보지 않고 있다. 북·미 양국은 정상회담을 약 한 달 앞두고 막바지 협상을 진행 중이다. 이 과정에서 돌발 악재가 발생했거나 좀처럼 이견이 좁혀지지 않는 사안이 있을 수 있다고 내다보고 있다.

북한이 한·미 연합훈련을 명분으로 삼은 것은 북·미 양국 협상과정에서 우리 정부의 중재를 원하는 ‘SOS’라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북한이 존 볼턴 미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을 지목한 것은 미국의 전방위적인 비핵화 압박이 결국 체제 붕괴를 노리는 게 아니냐는 불만을 표출한 것으로도 해석된다.

이에 따라 청와대는 당분간 북·미 교섭 상황을 면밀히 살피다 필요할 경우 협상에 개입할 것으로 전망된다. 북·미 간 이견이 좁혀지지 않는다면 문 대통령이 오는 22일 한·미 정상회담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을 직접 설득할 가능성도 있다. 북·미 간 협상이 부침을 겪으면서 남북 간 현안 논의는 후순위로 밀릴 전망이다. 남북 고위급 회담도 한동안 개최가 어려울 가능성이 커졌다.

청와대는 17일 오전 7시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상임위원회 회의를 열고 남북 고위급 회담 연기 등 현안에 대해 논의한다.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 주재로 열리는 NSC 상임위는 그동안 매주 목요일 오후에 개최됐다. 17일 회의는 조명균 통일부 장관의 국회 일정 등에 맞춰 시간이 조정됐다.

박세환 기자 foryou@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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