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 흔드는 北, 황당한 美… “北 취소 위협 예상” “여전히 희망적”



백악관 “철회한다면 그래도 좋다… 회담 무산땐 ‘최대압박’ 계속”
NYT “北, 美 허 찔렀다 여전히 예측 어려운 나라”
정치권 “北 미끼 조심해야” 일각 “회담 취소 가능성”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간 정상회담을 취소할 수 있다는 북한의 엄포에도 불구하고 미국은 “여전히 회담 개최에 희망적”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다만 북한이 실제로 판을 깨면 ‘최대의 압박’ 카드를 계속 사용하겠다고 경고했다.

세라 샌더스 백악관 대변인은 16일(현지시간) 폭스뉴스에 출연해 “우리는 여전히 회담이 열릴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며 “그 길을 계속 걸어갈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우리는 이 일이 힘든 협상이 될 것으로 보고 준비해 왔다”며 “회담을 취소할 수 있다는 북한의 위협은 우리가 전적으로 예상한 부분”이라고 덧붙였다.

샌더스는 “만약 그들(북한)이 만나길 원한다면 우리는 준비가 돼 있을 것이고 그들이 회담을 철회한다면 그래도 좋다(It’s Okay)”며 회담이 열리지 않을 경우 북한에 최고 수위의 제재를 계속 가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백악관은 일단 북한의 엄포가 판을 깨는 것이라기보다는 협상용이라는 판단을 한 것으로 보인다.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와 국방부는 조선중앙통신 보도와 김계관 외무성 제1부상의 담화문 발표를 접한 뒤 잇따라 회의를 열고 대책을 논의했다. 북한의 발언 의도가 정상회담을 취소하기보다 비핵화 협상에서 유리한 고지를 차지하기 위한 신경전으로 받아들이는 분위기다.

북한이 공식적으로 정상회담 취소나 연기를 통보하기 전에는 예정대로 회담을 추진할 것이라는 방침도 분명히 했다. 헤더 노어트 국무부 대변인은 북한으로부터 어떤 공식적인 통보도 받은 바가 없다며 “다음 달로 예정된 정상회담을 계획대로 진척시키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미국 의회와 전문가들은 북·미 회담의 성과가 불투명해졌다며 부정적으로 바라보고 있다. 북한의 비핵화 의지에 대해서도 의구심을 갖는 시각이 확산되고 있다.

미 상원 외교위원회 동아태소위 민주당 간사인 에드워드 마키 의원은 미국의 소리(VOA)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북한과의 협상을 조심해야 할 또 다른 이유가 생겼다”며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의 미끼에 걸려들지 말아야 한다”고 주문했다. 다만 공화당의 랜드 폴 상원의원은 폭스뉴스와의 인터뷰에서 한·미 연합훈련을 전개하지 않는 게 미국의 선의를 보여주는 것이 될 수 있다는 견해를 피력했다.

뉴욕타임스(NYT)는 “북한이 미국의 허를 찔렀다”면서 “북한은 여전히 불투명하고 예측하기 어려운 나라”라고 지적했다. 다만 이번 일이 싱가포르 회담 무산으로 이어지는 게 아니라 도로 위의 요철 같은 ‘작은 마찰’ 정도로 그칠 것이라고 덧붙였다. 로이터통신은 “김 위원장이 트럼프 대통령을 테스트해 보려는 목적인 것 같다”고 전했다. 조엘 위트 존스홉킨스대 선임연구원은 “북한도 트럼프 대통령처럼 협상이 마음에 안 들면 회담장을 박차고 나갈 수 있다고 경고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빅터 차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한국석좌는 “북한이 한·미 연합훈련을 협상 테이블에 올려놓겠다는 잠재적 표지를 깔아놓은 것”이라고 해석했다. 크리스토퍼 힐 전 미 국무부 차관보는 “북한이 싱가포르 회담을 취소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워싱턴포스트는 북한 내부에 강온파 간 대립이 있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북한 군부 내 강경파가 갑작스러운 비핵화 대화에 불안해하면서 현재의 외교적 교섭을 방해하려는 것일 수 있다는 것이다.

워싱턴=전석운 특파원 swchu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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