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nd 트렌드] 옥류관 평양냉면요? ‘지능형 손전화’로 주문 클릭합네다

북한 주민들도 스마트폰이 보급되면서 그들만의 ‘온라인 라이프’를 즐기고 있다. 국가가 운영하는 ‘봉사시장’에 방문해 돈을 지불하면 얼굴사진 보정 앱 ‘봄향기 1.0’이나 내비게이션 앱 ‘길동무 1.0’ 등을 다운받을 수 있다. AP뉴시스, 조선의 오늘 제공
 
사진=뉴시스
 
북한 스마트폰 ‘진달래3’(왼쪽)와 ‘아리랑’. 매셔블·국민통일방송 제공


손전화 비싸고 인터넷 안 되지만 부유층 영상통화·온라인 쇼핑도
지난해 4월 女축구 아시안컵 예선전 남측 기자 위해 인터넷 서비스 지원
온라인 교류 기술적 문제는 없어… 남북 해빙 무드 인터넷 길 열릴 수도
‘접촉 규제 완화’ 법 개정도 추진 중… 北 체제 위협 민감 신중한 접근 필요


“여 오기 전에 보니까, 오늘 저녁에 만찬 음식 가지고 많이 이야기를 하는데, 어렵사리 평양에서부터 평양냉면을 가져왔습니다.”

4·27 판문점 남북 정상회담 당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이 한마디는 파장을 낳았다. 그가 전문 요리사까지 대동해 ‘옥류관 냉면’을 공수해오자 남측 평양냉면집마다 손님이 몰려들었다. 점심에 냉면집이 인산인해를 이뤘다는 소식은 다시 정상회담 만찬장에 전달됐다. 참석자들이 ‘빵 터졌다’고 한다.

김 위원장이 어렵게 가져온 옥류관 평양냉면을 평양 사람들은 집으로 배달시켜 먹는다. 그것도 전화주문이 아니라 컴퓨터나 스마트폰으로 온라인 주문을 하고 전자카드로 결제하는 방식이다. 2015년 문을 연 북한 최초의 온라인쇼핑몰 ‘옥류’에는 옥류관을 비롯한 여러 음식점이 등록돼 남측의 배달 애플리케이션과 비슷한 기능을 하고 있다.

북한에선 옥류 말고도 ‘상연’ ‘만물상’ 등 몇 가지 온라인쇼핑몰이 영업 중이다. 음식 의류 가전제품 휴대전화 등 600여종의 상품 3만점 이상이 거래된다고 알려졌다. 열악한 교통망과 구매력을 감안하면 평양 부유층이 주로 이용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북한 고위층의 인터넷 생활과 북한의 IT 잠재력은 과연 어느 정도인지, 남북 관계가 개선돼 가면서 차츰 베일을 벗게 될 전망이다.

‘손전화’ 그들만의 온라인 라이프

남측 예술단의 평양 1차 공연 다음 날인 지난달 2일 북한 여성들은 가벼운 옷차림으로 거리를 활보했다. 모두 ‘손전화’를 들고 있었다. 스마트폰은 북한에서 ‘지능형 손전화’로 불린다. 인터넷 연결은 제한돼 있다. 통일부 등 정부 통계와 북한 연구자들에 따르면 북한에는 휴대전화 400만∼500만대가 보급돼 있다. 북한 인구 2500만명 중 25%, 4명 중 1명이 손전화를 갖고 있는 셈이다.

현재 휴대전화 20종 이상이 북한에서 유통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고급형 ‘아리랑’과 보급형 ‘평양’이 널리 쓰인다. 초창기에는 중국에서 부품을 수입해 조립했으나 2014년부터 외화 유출을 막기 위해 자체 생산 중인 것으로 파악됐다. 가장 최신 단말기는 북한 IT기업 만경대정보기술사가 지난해 출시한 ‘진달래3’이다. 외관은 아이폰과 유사하며 카메라, 블루투스, 마이크로SD카드 슬롯 등을 갖췄다. 운영체제는 구글 안드로이드를 사용한다. 인터넷은 물론 와이파이 기능도 없다. 가격은 100∼400달러(북한 돈 80만∼320만원, 달러당 8000원 적용) 수준.

북한의 휴대전화 요금은 상당히 비싸다. 노동자 평균 월급이 북한 화폐로 3000원 정도인데, 3000원을 내면 3개월간 매월 무료통화 200분을 제공한다. 영상통화를 하려면 추가 통화를 위해 ‘선불카드’를 구입해야 한다. 선불카드에는 훨씬 높은 가격이 붙는 것으로 전해졌다.

일반 주민은 인터넷을 이용할 수 없지만 평양 사람은 그들만의 ‘온라인 라이프’를 즐기고 있다. 조선중앙통신은 출근하면서 스마트폰으로 노동신문을 보고 영상통화도 하는 평양의 일상을 보도한 적이 있다. 국영 인트라넷 ‘광명’을 통해 온라인쇼핑도 할 수 있다. 최근 스마트폰이 확산되면서 인트라넷을 활용한 전자상거래도 늘어나는 추세다.

남과 북을 오간 ‘카톡’ 메시지

북한의 온라인 환경 자체는 긍정적이다. 지난해 4월 여자축구 아시안컵 예선전을 취재하러 방북한 남측 기자들은 평양에서 카카오톡으로 서울에 사진을 보냈다. 당시 북한이 남측 취재진을 위해 인터넷 서비스를 지원했기 때문이다. 지난 4월 남측 예술단이 평양에 갔을 때도 북은 인터넷 연결을 지원해 메신저 등을 사용할 수 있게 했다. 네이버 등 한국 사이트는 물론 지메일 위키피디아 같은 해외 사이트 접속도 가능했다. 카카오톡을 통해 남측과 메시지 송수신도 이뤄졌다. SNS 이용을 위한 기초적 환경은 구축돼 있는 것이다.

비록 인터넷이 안 되는 스마트폰을 사용하지만 평양 사람들도 앱과 게임을 즐긴다. 내비게이션을 뜻하는 ‘길동무 1.0’ 앱이 대표적이다. 이 앱을 이용하면 평양의 모든 국가시설과 상업시설의 위치 및 이동경로를 찾아볼 수 있다. ‘앵그리버드’와 유사한 ‘고무총 쏘기’, 얼굴 사진 보정용 ‘봄향기 1.0’ 등 모바일게임도 인기다. 다만 이런 앱을 내려받기 위해서는 국가가 운영하는 ‘봉사시장’에 직접 방문해 돈을 내고 설치해야 한다.

이렇듯 남북 온라인 교류에 커다란 기술적 문제는 없어 보인다. IT 전문가들에 따르면 휴대전화 통신망은 북한 전역에 깔려 있다. 특권층과 외국인 등으로 이용이 제한돼 있을 뿐 평양에서 파는 유심칩을 장착하면 메신저나 인터넷도 사용할 수 있는 환경이다. 남성욱 고려대 북한학과 교수는 “북한 주민이 스마트폰을 쓰는 건 공무원·군인 등의 업무와 일반인의 장사·무역을 위해서다. 120% 도·감청이 가능해서 스마트폰 자체가 체제 불안요인은 아닌 상황”이라고 말했다.

북한 ‘온라인 개방’ 어떻게

비핵화 의지를 밝힌 북한은 풍계리 핵실험장 폐기 등 비교적 신속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정상국가를 표방한 김 위원장은 핵·경제 병진노선에서 경제 우선노선으로 갈아탔다. 북한의 개방과 남북 교류협력이 본격화된다면 ‘비접촉 교류’인 온라인에도 조심스러운 변화가 나타날 것으로 예상된다.

1993년 19세 때 탈북한 김형덕 한반도평화번영연구소장은 북한의 온라인 개방이 중국처럼 정치체제에 영향을 주지 않으면서 본연의 정보소통 기능 방식으로 진행될 거라고 전망했다. 그는 “남북과 북·미 관계가 정상화된다면 인터넷도 연결될 가능성이 있다. 김 위원장 등 고위층을 비난하거나 체제 위협 사안에 대한 검열과 통제가 이뤄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중국 정부의 인터넷 감시와 통제는 대단히 치밀하다. 적대적인 서방 언론이나 대만 언론에는 접속하지 못하도록 막아버렸다. 세계인이 이용하는 페이스북 트위터 인스타그램 같은 SNS에도 접속할 수 없다. 위챗 웨이보 등 중국산 소셜미디어만 허용된다. 지난 3월 말 김 위원장 방중 때도 보도 통제는 물론 인터넷 검색과 게시글까지 검열했다. 사안에 따라 검색어는 물론 채팅까지 철저하게 감시한다.

김 소장은 “단시간에 이슈가 전파되고 의견 교환이 이뤄지는 온라인 특성상 북한 정권은 체제 유지에 확신이 서지 않는다면 개방하려 들지 않을 것”이라며 “남한의 IT 인프라와 문화를 이식하려고 조급하게 접근해서는 안 된다”고 했다.

남북 ‘온라인 교류’ 확대 움직임

현재 남북 온라인은 꽉 막혀 있다. 과거엔 남측에서 ‘우리민족끼리’ ‘조선신보’ 등 북한 선전매체 몇 개는 접속할 수 있었는데 지금은 유해 사이트로 차단됐다. 북한에 다녀온 기자들은 평양에서 네이버 다음 등 한국 포털 사이트에 접속이 되는데 메인화면만 볼 수 있었다고 말한다.

하지만 변화 움직임이 없지 않다. 국회에서는 온라인 등 남북 교류를 확대하는 법안이 추진되고 있다. 지난 2월 이인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대표발의한 남북교류법 개정안은 남북 주민 간 인터넷 접촉도 사후신고제로 전환하자는 내용을 담고 있다. 현재 북한의 트위터 계정에 댓글을 달거나 리트윗 등 의사교환을 하면 국가보안법과 남북교류법에 저촉된다. 직접 접촉은 물론 전화 편지 이메일 등을 통한 간접 접촉도 통일부 장관에게 사전 신고한 뒤 승인을 받아야 가능하다.

이인영 의원실 관계자는 “개정안은 남북 주민의 간접 접촉 규제를 완화해 민간 차원의 교류를 확대하려는 목적”이라며 “이메일 채팅 등 정치적 목적이 아닌 소통을 위해 개정안 통과와 함께 통일부가 하루빨리 가이드라인을 마련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지용 기자 박재현 인턴기자 jyjeong@kmib.co.kr

그래픽=전진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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