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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팔’ 10대들 목숨 걸고 시위하는 이유 “가자, 지붕 없는 감옥… 죽는 게 낫다”

이란 수도 테헤란에서 16일 시위대가 어린아이까지 무차별적으로 사살한 이스라엘의 ‘가자 학살’에 항의해 미국 성조기와 이스라엘 국기를 불태우고 있다. AP뉴시스


“딸은 (가자지구에서의) 삶보다 죽음이 낫다고 생각했어요. 그리고 시위에 나갈 때마다 순교하게 해달라고 신에게 빌었어요.”

15일(현지시간) 가자지구에서는 전날 미국대사관의 예루살렘 이전에 항의하는 팔레스타인 시위대에 이스라엘군이 발포하면서 숨진 사망자들의 장례식이 열렸다. 장례식이 치러진 14살 소녀 웨살 셰이크 칼릴은 사망자 60여명 가운데 한 명이다. 칼릴의 어머니 림 아부 이르마나는 영국 일간 가디언과의 인터뷰에서 “딸에게 시위에 나가지 말라고 말렸다. 딸의 손위 오빠는 다리를 부러뜨리겠다고 윽박지르며 혼냈다. 하지만 딸은 다리가 부러지면 기어서라도 시위에 나가겠다고 말했다”며 “태어나서 한 번도 가자지구를 떠나지 못했던 딸은 절망적인 현실을 벗어나고 싶어했다”고 울부짖었다.

칼릴의 11살짜리 남동생 모하메드는 이스라엘군의 총알이 누나의 머리를 관통하는 것을 옆에서 목격했다. 어머니와 형이 막는 바람에 이튿날 시위에는 나가지 못했지만 모하메드는 다시 시위에 나갈 게 분명하다. 어머니 이르마나는 앞으로의 계획을 묻는 질문에 “내 삶은 달라질 게 없다. 이전과 달라진 게 있다면 딸을 잃었다는 것뿐”이라고 대답했다.

팔레스타인 사망자 60여명 가운데 16세 이하 청소년과 어린이 6명이 포함된 것에 대해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미국 CBS방송과의 인터뷰에서 “하마스가 아이들을 총알받이로 이용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하마스가 이스라엘에 적대적인 여론을 조성하기 위해 어린이들을 시위 전면에 내세운다는 것은 이스라엘이 항상 제기해 온 주장이다.

하지만 영국 BBC방송을 비롯해 유럽 언론은 가자지구 주민들의 절망적인 현실이 죽음을 무릅쓴 저항에 나서게 만든다고 잇따라 지적했다.

190만명이 거주하는 이스라엘 서쪽의 가자지구는 동쪽에 있는 요르단강 서안과 함께 팔레스타인 자치정부가 관할하는 곳이다. 하지만 이스라엘과 이집트가 국경 통로를 사실상 봉쇄하고 사람과 물자의 이동을 극도로 제한하면서 요르단강 서안보다 훨씬 열악하다. 또 하마스와 이스라엘 간 오랜 충돌로 교육·의료 등 대부분의 기반시설이 붕괴된 상태다.

현재 가자지구 주민들은 유엔 등 국제기구의 원조로 연명하고 있다. 세계은행에 따르면 올해 주민 1인당 소득은 1826달러(약 197만원)로 세계 최빈국 수준이다. 실업률은 44%에 달하는데, 특히 청년 실업률이 60%를 넘는다.

유럽 언론은 가자지구 주민들이 사실상 ‘지붕 없는 감옥’에 갇혀 있다고 표현하고 있을 정도다. 가디언은 가자지구 주민들이 “다른 세상으로부터 버려졌다”는 자포자기의 심경을 느끼고 있다고 지적했다.

장지영 기자 jyjang@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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