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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 크림대교 개통… 푸틴, 병합 쐐기 박기

러시아가 크림반도와 본토를 잇는 크림대교를 3년간의 공사 끝에 15일(현지시간) 개통했다. 길이가 19㎞에 달하는 이 다리에 2230억 루블(약 3조8600억원)이 투입됐다. AP뉴시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개통식에 참석해 대형트럭을 직접 운전하며 다리를 건너고 있다. AP뉴시스




러시아 본토∼크림반도 잇는 다리 유럽 최장 대교… 내년엔 철도 오픈
EU 제재 받는 크림반도에 생명줄… 우크라 반발 EU·미국 비판 성명
“본토의 낙후된 인프라는 외면”


러시아가 서방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예정대로 15일(현지시간) 본토와 우크라이나 크림반도 사이에 ‘크림대교(Crimea Bridge)’를 개통했다. 흑해를 가로지르는 거대한 다리다. 올해 연임에 성공한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이 서방에 맞서 앞으로도 계속 ‘강한 러시아’를 대외 정책으로 밀고나가겠다는 의지로 해석된다.

타스통신은 푸틴이 크림대교 개통식에 직접 참석했다고 보도했다. 푸틴은 청바지에 검정 점퍼를 입은 채 오렌지색 대형트럭을 직접 몰고 다리를 건넜다. 옆자리에 탄 건설노동자와 담소를 나누며 운전대를 잡은 푸틴의 모습은 트럭 안에 설치된 카메라로 러시아 전역에 생중계됐다.

다리의 길이는 19㎞로 유럽에서 가장 길다. 2위로 밀려난 포르투갈의 바스코다가마 대교(12.3㎞)보다도 한참 길다. 러시아가 2014년 우크라이나를 침공해 빼앗은 크림반도 케르치 지역과 러시아 본토의 타만반도를 잇는다. 다리 개통으로 하루 최대 4만명이 오갈 전망이다. 내년 말에는 철도가 개통된다.

푸틴이 2015년 5월부터 이 다리에 쏟아부은 돈은 2230억 루블(약 3조8600억원)에 달한다. 함께 유도를 즐기던 측근이자 미국의 경제 제재 대상인 올리가르히(재벌) 아르카디 로텐베르크가 건설을 맡았다. 드미트리 페스코프 크렘린궁 대변인은 “푸틴이 나서면 이렇게 엄청난 계획도 실현될 수 있다는 걸 보여줬다”고 자화자찬했다.

크림반도를 빼앗긴 우크라이나는 강력 반발했다. 페트로 포로셴코 대통령은 수도 키예프에서 성명을 내고 “케르치 대교(크림대교) 불법 공사는 크렘린이 국제법을 무시하고 있음을 증명한다”고 비판했다. 유럽연합(EU)과 미 국무부도 비판 성명을 내놨다.

푸틴이 요란스럽게 개통 행사를 벌인 데에는 이유가 있다. 대다수 러시아 국민들은 크림반도 침공을 서방에 맞서 러시아의 이익을 수호한 푸틴의 업적으로 생각하고 있기 때문이다. 러시아 국민들이 크림대교를 ‘푸틴대교’로 부르고 있는 점 역시 이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크림반도는 구소련 시절인 1954년 러시아에서 우크라이나로 편입됐다. 친(親)우크라이나 성향의 니키타 흐루쇼프 공산당 서기장의 지시였다. 이 때문에 러시아 국내 여론은 크림반도 침공을 불법 침공이 아닌 부당한 역사를 바로잡은 ‘수복’으로 보고 있다.

푸틴 입장에서는 서방의 경제 제재를 받고 있는 올리가르히들에게 돈벌이를 안겨줌으로써 충성을 다지는 효과도 있다. 크림반도 내 여론도 우호적이다. 유럽의 제재로 고립돼온 이 지역에 다리를 통해 관광객들과 싼 물자가 들어오면서 경제적 생명줄 역할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크림대교 개통이 그저 ‘눈 가리고 아웅’이라는 지적도 있다. 푸틴이 본토의 낙후된 사회기반시설은 외면한 채 주목받는 업적에만 치중한다는 비판이다. 세계은행에 따르면 러시아의 교통기반시설 수준은 세계 94위로 튀니지보다 뒤져 있다. 러시아의 정치비평가 드미트리 오레시킨은 워싱턴포스트에 “정부가 크림반도에 돈을 쏟을수록 다른 곳에 가는 돈은 더 줄어들 것”이라고 말했다.

조효석 기자 promene@kmib.co.kr

그래픽=이은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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