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시장화 ‘돈주’ 중심 빠르게 진행

게티이미지뱅크


나빠진 배급 상태가 영향 미쳐… 사적 소유 범위 점점 느는 추세
김정은, 시장 적극 활용의 길… 핵 실험이 경제 발목 잡아


북한 경제는 계획경제와 시장경제가 병존하는 이중 구조를 띠고 있다. 제도적으로는 사회주의를 기반으로 한 계획경제체제를 유지하고 있지만 현실에선 사적 소유 범위가 점점 확대되는 추세다.

북한 시장화 현상의 상징이 ‘돈주’다. 이들은 1990년대 환전·고리대금업으로 시작해 사금융, 실물경제 투자로 영역을 넓혀 돈을 모은 북한판 자본가다. 여기엔 1980년대 후반 급격히 나빠진 북한의 배급 상태가 영향을 미쳤다. 북한 당국은 배급 대책의 일환으로 공장과 기업소에 인민 소비품 생산을 허용해주고, 10일장 형태의 농민시장을 상설화하는 것도 허락했다. 농민시장은 야시장, 장마당 등 암시장 형태로 커졌다. 처음에는 식량을 얻기 위해 물자를 교환했던 주민 가운데 부를 축적한 사람들이 돈주로 성장한 것이다.

김정일 국방위원장은 집권기간 시장 기능을 부분적으로 인정하는 ‘7·1 경제관리 개선조치’를 시행했다. 이는 시장을 국가 관리 하에 두려는 의도였지만 실제로는 서비스업·자영업 발전, 돈주의 영향력 확대로 나타났다. 김정일 위원장은 2005년 7·1 조치를 중단하고 다시 시장을 통제했지만 한번 터진 둑을 막지는 못했다. 2012년 집권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시장을 적극 활용하는 길을 밟았다. 돈주가 보유하고 있는 화폐 자산을 정권의 단기 업적을 선전하는 데 활용하기도 했다.

북한은 1990년 사회주의 경제권이 붕괴하자 경제 개방을 모색하기 시작했다. 구 소련에서 싼 값에 제공받았던 원유, 원자재 등을 정상 교역으로 조달해야 하는 상황이 됐기 때문이다. 그러나 개혁·개방을 체제 위협 요인으로 인식했던 당시 북한은 문은 열되 모기장을 친다는 ‘모기장식 개방론’을 내세웠다. 북한은 1991년 12월 함경북도 항구도시인 나진·선봉을 경제특구로 지정한 데 이어 2000년대 신의주, 개성, 금강산까지 추가해 4대 경제특구를 지정했다. 그러나 신의주 특별행정구는 무산됐고 개성공단과 금강산 관광지구는 중단된 상태다.

북한 경제의 발목을 잡은 건 김정은 집권 이후 거듭된 핵·미사일 도발이었다. 북한은 2010년 3월 천안함 폭침으로 남북 경협이 위축되자 외화 확보에 방점을 찍고 대중국 문호를 활짝 열었다. 나선시를 특별시로 격상하고, 황금평·위화도를 새로운 경제특구로 지정했으며, 나선·황금평·위화도를 묶어 중국과 공동 개발하는 정책을 추진했다. 이 프로젝트를 진두지휘한 인사가 2013년 12월 처형된 김정은 위원장의 고모부 장성택이었다.

김정은 위원장이 핵무력 완성에 박차를 가할수록 국제사회의 대북 제재망은 한층 촘촘해졌다. 지난해 채택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대북 제재 결의(2375호)로 북한은 외화벌이의 90% 이상을 차지하는 3대 수출 상품(광물 의류 수산물)뿐 아니라 석유제품에 대한 수입 규제도 받게 됐다.

권지혜 기자 jhk@kmib.co.kr


 
트위터 페이스북 구글플러스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