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분석] 삼성전자 공장만 들어가도 北 5% 성장… ‘베트남식 개방’ 가능할까



베트남 개방 당시 상황보다 北 산업구조 좋아 훨씬 유리
‘신흥국 투자 대가’ 모비우스 “북한에 투자하면 성공할 것”


“삼성전자 베트남 공장만 이전해도 북한 경제는 당장 5% 이상 성장이 가능하다. 김정은이 결심하면 북한을 ‘제2의 베트남’으로 만드는 건 어렵지 않다.”

미국의 투자은행 모건스탠리의 진단이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경제 개발의 모델로 베트남을 꼽은 것으로 알려지면서 북한 경제의 잠재력과 베트남의 성장사를 분석한 뒤 내린 결론이다.

모건스탠리는 개혁·개방을 선언하던 1986년 당시 베트남 경제보다 현재 북한 경제가 더 우위에 있다고 평가했다고 블룸버그가 14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베트남이 1986년 ‘도이모이(쇄신) 선언’으로 자본주의 경제를 도입한 그해 국내총생산(GDP)은 260억 달러였다. 현재 북한의 GDP는 310억 달러(약 33조원·2016년 기준)로 문호를 열기 직전 베트남 경제의 1.2배다.

베트남의 당시 산업 구조는 농업 위주의 낙후된 경제였다. 농업 비중이 38.1%로 공업(28.8%)보다 컸다. 반면 2016년 북한의 산업 구조는 공업 비중이 47.2%로 농업(21.7%)의 배가 넘는다. 당시 베트남에 비하면 현재 북한의 산업 구조가 더 선진화됐다는 것이다. 비록 30년 차이가 나지만 두 나라의 출발점을 비교하자면 북한이 유리하다는 것이다.

현재 베트남의 경제력은 북한 경제의 6배가 넘는다. 베트남은 개혁·개방 이후 1990년대에 연평균 8%의 고속 성장을 거듭했고, 2000년대 들어선 뒤에도 연평균 7%의 높은 성장세를 보였다. 골드만삭스는 베트남이 2025년 세계 경제 21위로 올라설 것이라고 예측하기도 했다. 현재 베트남의 GDP는 세계 35위 수준이다.

베트남은 지난해 6.8%의 성장을 기록해 최근 10년간 가장 높은 성장률을 기록했다. 이런 성장에는 한국 기업들의 투자가 크게 기여했다. 삼성전자가 베트남 공장에서 만드는 휴대전화 하나만 해도 베트남 전체 수출의 4분의 1을 차지하고 있다.

만일 삼성전자가 베트남 공장을 북한으로 이전한다면 북한 경제는 5% 이상 성장할 수 있다고 모건스탠리는 예측했다. 북한이 GDP의 20% 정도인 61억 달러(약 6조5500억원)의 외자를 유치할 수 있다면 5% 성장이 가능한데, 삼성이 베트남에 투자한 액수만 170억 달러(약 18조2500억원)로 북한 GDP의 절반이 넘는다.

북한이 베트남처럼 미국과 관계 개선을 하고 세계 경제에 편입된다면 북한의 투자 매력은 상당하다는 게 모건스탠리의 진단이다. 현재 북한과 베트남의 시간당 임금 수준을 비교하면 북한이 베트남의 85% 수준이다. 북한 노동자의 시간당 평균 임금은 1.1달러(약 1180원)로 한국(18.7달러)과 비교하면 17분의 1에 불과하다.

남북한 경제가 통합된다면 8000만명의 거대한 내수시장이 생긴다는 점도 북한에 대한 투자 매력으로 꼽힌다. 이와 관련, 모비우스 캐피털 파트너스의 설립자이자 ‘신흥국 투자의 대가’로 불리는 마크 모비우스는 CNBC와의 인터뷰에서 “북한 투자에 매우 관심이 많다”며 “북한에 투자하면 성공할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일부 전문가들은 북한의 경제 구조를 감안하면 베트남보다 발전이 더딜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오랫동안 고립형 경제체제를 유지해온 만큼 외부의 급진적 개혁을 받아들일 준비가 안 돼 있다는 것이다.

워싱턴=전석운 특파원, 정현수 기자 swchun@kmib.co.kr

그래픽=이석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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