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영호 “北, CVID 대신 핵 군축으로 갈 가능성”

태영호 전 영국 주재 북한공사가 14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북·미 정상회담과 남북 관계 전망 토론회에서 강연하고 있다. 이날 그의 첫 책인 ‘3층 서기실의 암호’가 공개됐다. 최종학 선임기자


“고모부 장성택 처형은 뿌리 깊은 원한이 원인”
北 노동당 3층 서기실 金씨 일가 신격화 위한 조직


북한 노동당 서기실이 김씨 일가 신격화와 세습통치 정당화를 위한 조직이라고 태영호 전 영국 주재 북한공사가 14일 밝혔다. 서기실은 지난 3월 우리 정부 대북 특사단 방북 때 처음 공개된 노동당 중앙위원회 청사 3층에 위치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태 전 공사는 핵무기와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이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정통성을 이루고 있기 때문에 북한이 핵을 포기할 가능성은 낮다고 내다봤다.

태 전 공사는 이날 공개된 자신의 첫 저서 ‘3층 서기실의 암호-태영호 증언’에서 “3층 서기실은 기본적으로 김정일·김정은 부자를 신격화하고 세습통치를 유지하기 위한 조직”이라며 “북한이 개혁·개방으로 나가 주민들이 김씨 부자의 실체를 알게 되면 3층 서기실은 와해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3층 서기실은 (남한의) 대통령 비서실에 가깝다”면서 “이곳은 중앙당 일꾼들도 마음대로 접근할 수 없는 완전한 금지구역”이라고도 했다.

태 전 공사는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북·미 정상회담과 남북관계 전망 토론회와 기자간담회에서 지난달 27일 남북 정상회담 때 김 위원장을 수행한 김창선 국무위원회 부장을 서기실장으로 지목했다. 그는 “김창선은 김정은 집무실에 들어가 독대할 수 있는 인물”이라고 평가했다.

태 전 공사는 최근의 한반도 대화 국면에도 북한의 핵 포기 가능성을 회의적으로 봤다. 그는 “김정은은 아버지 김정일과는 다른 방식으로 신 같은 존재가 되려고 했다. 그 방식은 핵과 ICBM, 공포정치였다”고 했다. ‘판문점 선언’에 나타난 ‘한반도 비핵화’ 문구도 결국 주한미군 철수를 의미한다고 주장했다. 태 전 공사는 또 북한이 ‘CVID(완전한 비핵화)’를 거부하고 핵 군축 협상을 통한 ‘SVID(Sufficient, Verifiable, Irreversible Dismantlement·충분한 비핵화)’로 나갈 가능성이 크다고도 내다봤다.

태 전 공사는 김 위원장이 고모부인 장성택 노동당 행정부장을 잔혹하게 처형한 배경으로 ‘원한’을 들었다. 생모 고용희가 김 위원장과 김정철을 김일성 주석에게 소개하려 했는데 이를 장성택이 막았다는 것이다. 태 전 공사는 “(고용희는) 김일성 생전에 자신의 아이들을 인사시키고 인정을 받고 싶어 했다. 이것을 누가 막았겠는가. 김경희와 장성택이었다”고 했다. 그러면서 “고용희의 남겨진 사진에는 김일성과 같이 찍은 것이 하나도 없다. 김정은 또한 할아버지와 찍은 사진이 한 장도 없는 손자 신세가 된 것에 분통이 터졌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태 전 공사는 김 위원장의 거친 성격을 보여주는 일화도 공개했다. 김 위원장은 2013년 7월 조국해방전쟁승리기념관에서 화재가 났다는 보고를 받자마자 달려와 진화 현장에서 “내가 그렇게 불조심하라고 했는데 주의 안 하고 무엇을 했느냐”며 욕설을 퍼부었다고 한다. 태 전 공사는 김 위원장이 2015년 5월 자라공장을 현지지도하다 새끼 자라들이 거의 죽어 있는 것을 보고 공장 지배인을 심하게 질책한 뒤 곧바로 처형토록 지시했다고도 말했다.

조성은 이상헌 기자 jse130801@kmib.co.kr

사진=최종학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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