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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루살렘 美 대사관 개관… 갈라선 세계·들끓는 중동

‘예루살렘의 날’을 맞아 행진에 참여한 이스라엘 남성이 13일(현지시간) 예루살렘 구시가지 인근에서 한 팔레스타인 여성을 손으로 가리키며 언쟁을 벌이고 있다. 예루살렘의 날은 이스라엘이 1967년 제3차 중동전쟁을 통해 요르단 땅이던 동예루살렘을 점령해 예루살렘 전체를 차지하게 된 것을 기념하는 날이다. 행진에는 약 4만5000명의 이스라엘인이 참여했다. AP뉴시스




통곡의 벽(유대교)


성묘교회(기독교)


알아크사 모스크(이슬람교)


축하연에 33개국만 참석… 서유럽 대부분 반대 입장
팔레스타인 격렬하게 항의… 압바스 “미국과 교류 중단”


미국이 14일(현지시간) 이스라엘 주재 대사관을 기존 텔아비브에서 예루살렘으로 이전·개관함에 따라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간 분쟁이 더욱 고조되게 됐다. 국제사회는 미국의 대사관 이전, 즉 예루살렘을 이스라엘의 수도로 인정하는 조치를 둘러싸고 찬반으로 양분됐다.

이스라엘이 전날 밤 개최한 미 대사관 예루살렘 이전 축하연에는 이스라엘에 외교공관을 둔 86개국 중 33개국만 참석하는 데 그쳤고 서유럽 주요국은 모두 불참했다고 영국 로이터통신이 전했다.

유럽연합(EU)에서는 헝가리 체코 오스트리아 루마니아 등 동유럽 4개국만 참석했다. 나머지는 콩고 케냐 나이지리아 등 아프리카와 태국 베트남 필리핀 등 동남아 국가가 주를 이룬다. 파라과이 페루 등 남미 일부 국가가 사절을 보냈고 서구권 국가로는 EU 회원국이 아닌 호주가 유일하게 참석했다. 이들 중 과테말라와 파라과이는 이달 말 예루살렘 대사관을 열 예정이다.

로이터통신은 동유럽 국가 일부가 축하연에 참석한 반면 서유럽 EU 회원국은 어느 곳도 참석하지 않은 점을 지적하며 미 대사관 이전을 둘러싸고 유럽 내 불화가 생기고 있다고 보도했다. 미 행정부가 진행한 14일 개관식에는 이스라엘 최고위 관료와 정당 지도자들만 초대됐다. 미국은 논란을 의식해 외국 대사를 초청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EU와 독일 영국 프랑스 등 주요 회원국은 그동안 예루살렘을 이스라엘의 수도로 인정하고 미 대사관을 옮기기로 한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의 결정을 비판해 왔다. 예루살렘은 이·팔이 서로 국경이라고 주장하며 다투는 양국 간 분쟁지역이다. EU를 비롯한 국제사회는 미국이 이를 일방적으로 이스라엘 수도로 인정해 중동평화 협상이 어려워질 것을 우려해 왔다.

트럼프 대통령이 예루살렘을 이스라엘 수도로 선언한 지난해 12월 초 페데리카 모게리니 EU 외교안보 고위대표는 “예루살렘은 이·팔 두 국가의 수도가 돼야 한다”며 ‘이스라엘의 동예루살렘 합병 시도는 국제법 위반’이라는 1980년 유엔 결의안을 인용했다.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와 테리사 메이 영국 총리,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 등은 직간접적으로 트럼프의 결정을 비판했다.

미 대사관 개관식은 이스라엘 건국 기념일(5월 14일) 70주년 행사와 맞물려 진행되면서 더욱 논란이 됐다.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미 대사관 개관식 전날 “예루살렘은 지난 70년간 우리의 수도였다”며 “언제나 우리의 수도로 남아있을 것”이라고 말했다고 워싱턴포스트(WP)는 전했다. 이날 워싱턴 주재 팔레스타인대사는 성명을 통해 미 대사관의 예루살렘 이전을 강하게 비판했다.

미국의 예루살렘 수도 선언 이후 현지에서는 팔레스타인인들의 분노가 고조되고 있다. 가자지구 등에서 대규모 시위가 벌어졌고 이스라엘 군경의 강경 진압으로 사상자가 속출했다. 개관식 당일 사망자 18명을 포함해 최근까지 60명이 숨지고 1800여명이 다쳤다. 이스라엘은 미 대사관 개관식을 앞두고 요르단강 서안과 가자지구 일대에 군대를 증강했다.

국제사회의 전반적 반대를 무릅쓰고 강행된 예루살렘 미 대사관 개관으로 이·팔 평화협상은 더욱 어려워지게 됐다. 마흐무드 압바스 팔레스타인 자치정부 수반은 트럼프 행정부와의 교류를 중단하고, 미국이 평화협상에서 더 이상 중재자 역할을 계속할 수 없다고 선언한 상태다.

예루살렘은 유대교·이슬람교·기독교 등 3대 종교 성지가 모여 있는 곳이다. 솔로몬 왕의 성전이 있었던 성전산의 흔적인 ‘통곡의 벽’(유대교), 이슬람교 창시자 무함마드가 승천한 곳으로 알려진 ‘알아크사 모스크’(이슬람교), 예수가 십자가형을 받고 죽은 뒤 안치된 묘지에 세워진 성묘교회(기독교)가 대표적이다.

예루살렘은 1948년 영국에서 해방되면서 요르단과 이스라엘이 동서를 나눠 차지했다가 이스라엘이 67년 3차 중동전쟁을 통해 동예루살렘까지 점령했다. 이스라엘은 80년에 수도를 예루살렘으로 정식 이전했지만 당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는 이를 인정하지 않는다는 내용의 결의안을 통과시켰다.

이스라엘 유일 아랍정당 대표 아이먼 오데는 “미 대사관의 예루살렘 이전은 평화 구상을 파괴하는 도발적 조치”라고 비판했다고 이스라엘 매체 하레츠는 전했다.

강창욱 기자 kcw@kmib.co.kr

그래픽=안지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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