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기존 핵무기 내놔라”… 2020년내 北 비핵화 목표

강경화 외교부 장관(왼쪽)과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이 11일(현지시간) 워싱턴DC 국무부 청사에서 공동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두 장관은 다음 달 12일 북·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최근 북·미 사이에 진행된 논의 사항을 공유했다. AP뉴시스


트럼프, 단기간 성과 포석 핵탄두·ICBM 조기 반출 카드
北 수용 땐 테러지원국 해제… 무역대표부 설치 제안한 듯
강경화-볼턴, 카자흐 사례 논의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북한이 이미 보유하고 있는 핵탄두와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폐기를 우선순위에 놓고 북한과 의견을 조율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북한이 핵무기 조기 반출 등 신속한 비핵화 조치를 취하면 미국이 대북 제재 해제, 관계 정상화의 경제적 보상을 제공하는 ‘빅딜’이다. 미 국무부는 비핵화 완성 시한으로 트럼프 대통령 첫 임기 내인 2020년을 제시했다.

트럼프 행정부는 그동안 “비핵화 전 제재 해제는 없다”는 입장을 고수해 왔다. 비핵화 조건으로 ‘단계적·동시적 조치’를 요구해 온 북한과 가장 대립했던 지점이다. 그랬던 미국이 대규모 경제지원 카드를 꺼낸 것은 북한의 선제적 조치를 유도해 비핵화 시기를 앞당기겠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미국이 북한에 과감한 핵 폐기 조치를 요구했고 북한도 이에 호응하면서 상당부분 접점을 찾았다는 의미로도 해석할 수 있다.

최근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의 2차 방북에 동행했던 브라이언 훅 국무부 선임 정책기획관은 11일(현지시간) PBS방송 인터뷰에서 ‘트럼프 행정부 첫 임기 4년이 끝날 때까지 불가역적 비핵화가 가능한가’라는 질문에 “그렇다”고 답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임기는 2021년 1월까지다. 훅 기획관은 “그것은 북한 사람들의 의지에 달려 있다”고 덧붙였다. 트럼프 행정부에서 비핵화 시한이 구체적으로 언급된 건 처음이다.

정부 소식통은 13일 북한의 선제조치와 관련해 “미 본토나 주일미군 괌 기지를 타격할 수 있는 핵탄두와 ICBM 중 일부를 북·미 정상회담 직후 이른 시일 내 국외로 이전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핵무기 국외 이전은 ‘완전한 비핵화’(CVID)를 위해 반드시 밟아야 할 조치로 꼽혀왔다.

강경화 외교부 장관과 존 볼턴 미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이 11일(현지시간) 만나 북한에 적용할 비핵화 모델을 집중 논의한 것도 이와 연관이 있다. 강 장관은 이 자리에서 카자흐스탄 사례를 언급했다. 1991년 구소련 붕괴 후 신생 독립국이 된 카자흐스탄, 우크라이나, 벨라루스는 자국 영토에 실전 배치됐던 핵무기를 러시아에 넘기는 대가로 서방국가로부터 경제지원과 체제안전 보장을 받았다. 이때 미국은 ‘넌-루가 프로그램’을 통해 이들 국가의 핵 해체비용과 대체연료 비용, 핵 과학자들의 전직 등을 지원했다. 넌-루가 프로그램은 이 법을 공동발의한 샘 넌 전 상원의원과 리처드 루가 전 상원의원의 이름을 딴 것이다.

미국은 북한에 선제적 조치를 요구하면서 테러지원국 해제와 미 독자 제재 해제, 평양·워싱턴 간 무역대표부 설치 등의 보상을 제안했을 것으로 관측된다. 홍민 통일연구원 북한연구실장은 “북한이 테러지원국에서 해제되는 순간 세계은행(WB), 국제부흥개발은행(IBRD) 등이 북한에 투자할 수 있는 길이 열린다”며 “북한이 국제경제 체제에 편입된다는 의미”라고 말했다. 그는 또 “북·미 관계 정상화 측면에선 양국 간 연락사무소를 건너뛰고 곧바로 무역대표부를 설치할 가능성도 있다”고 덧붙였다.

다만 북한이 미국이 요구한 핵무기 국외 반출을 수용하더라도 실제 이행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걸릴 전망이다. 우선 북한이 신고한 핵무기를 무기급으로 간주할 수 있는지 전문가들이 확인하는 절차가 선행돼야 한다. 이후 이를 분해해 어느 국가로 어떻게 이관해 처리할 것인지를 논의하는 절차가 남아 있다. 여기에 들어가는 비용도 상당한 만큼 주변 국가와의 공조도 필수적이다.

권지혜 기자 jhk@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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