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진 5000여명 운집”… 매머드급 행사 세계가 주목



의전·보안 등 감안해 샹그릴라 등 호텔 2곳과 센토사 섬 중에서 택할 듯
리셴룽 싱가포르 총리 “성공적 결과로 이어지길”


북·미 정상회담 장소로 확정된 싱가포르가 회담 개최를 환영한다는 뜻을 밝혔다. 현지에서는 2곳의 유명 호텔과 남단의 휴양지 센토사 섬이 유력한 회담 장소로 거론되고 있다.

싱가포르 외교부는 10일 밤 공식성명에서 “회담을 개최하게 돼 기쁘다”면서 “이번 만남이 한반도의 평화를 향한 기대를 증진시키길 기대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리셴룽(李顯龍) 총리 역시 11일 트위터에 “양국 정상회담은 평화를 향한 중대한 발걸음”이라면서 “성공적인 결과로 이어지길 바란다”고 적었다.

싱가포르는 1965년 말레이시아로부터 분리 독립한 동남아의 작은 섬나라다. 면적은 697㎢로 서울(605㎢)보다 약간 크고, 인구는 579만명으로 서울(1020만명)의 57% 수준이다.

싱가포르는 2015년 11월 7일 중국과 대만의 정상회담(양안 회담)을 개최한 이력이 있다. 양국 분단 66년 만에 최초로 이뤄진 이 회담에서도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과 마잉주(馬英九) 당시 대만 총통은 당일 만나 대화한 뒤 만찬을 나누고 헤어졌다. 앞서 1993년에 열린 첫 양안 고위급 회담 장소도 싱가포르였다.

북·미 회담 후보지로 가장 많이 거론되는 곳은 양안 회담이 열렸던 샹그릴라 호텔이다. 이곳에서는 이른바 ‘샹그릴라 대화’로 불리는 아시아 28개국이 참석하는 아시아안보회의가 2002년부터 매년 6월 초 열리고 있다. 국제 외교행사를 치른 경험이 많아 의전 면에서 가장 무난한 선택지일 수 있다는 얘기가 나온다.

또 다른 유력 후보지는 마리나베이샌즈 호텔이다. 트럼프의 열혈 지지자로 알려진 미국 기업인 셸던 애덜슨이 소유하고 있으며 우리나라 쌍용건설이 지었다. 2010년 문을 연 뒤 화려한 건물 외관 덕에 싱가포르를 상징하는 장소 중 하나로 자리 잡았다. 버락 오바마, 조지 W 부시 등 미국 전 대통령들이 현지를 방문할 때 기착지로 쓴 파야 레바 공군기지와 바로 이어져 있어 이동 측면에서 우위에 있다. 다만 핵심 관광구역인 해변에 바짝 붙어 있어 샹그릴라 호텔에 비해선 보안 확보가 쉽지 않다.

세 번째 후보지인 센토사 섬은 아름다운 경관을 자랑하는 휴양지다. 양국 정상이 석양을 배경으로 극적인 장면을 연출하기에 나쁘지 않다. 싱가포르 남단에 따로 떨어져 있어 두 정상을 경호하기도 좋다. 다만 전 세계 취재진이 몰릴 것에 비해 호텔 수용인원이 그리 넉넉하지 않다는 게 걸림돌이다.

한 싱가포르 전직 관료는 “북·미 회담은 양안 회담 때와는 규모가 다르다”고 말했다.

외교가에서는 지난달 27일 남북 정상회담 때 3000명 정도의 취재진이 몰린 것을 감안하면 이번에는 5000명이 넘는 보도 요원들이 싱가포르를 찾을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이번처럼 회담 당사국이 아닌 제3국에서 정상회담이 열린 사례는 주로 냉전 시기였다. 1961년 존 F 케네디 전 미국 대통령과 니키타 흐루쇼프 전 소련 공산당 서기장이 오스트리아 빈에서 회담을 한 게 대표적이다. 86년에는 로널드 레이건 전 미국 대통령과 미하일 고르바초프 전 소련 서기장이 아이슬란드 레이캬비크에서 회담한 바 있다.

싱가포르는 이번 회담을 계기로 국제 외교 중심지로 각인될 전망이다. 현지 일간 스트레이츠타임스는 “회담이 성공하면 싱가포르는 주요 협상 장소로서 엄청난 위상을 얻을 것이며 회담이 실패해도 전혀 손해볼 게 없다”고 전했다.

조효석 기자 promene@kmib.co.kr

그래픽=이석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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