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데이 포커스] 한반도 운명 가를 ‘세기의 담판’… 기대와 우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왼쪽)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회담이 다음 달 12일 싱가포르에서 열린다. 전 세계가 주목하는 역사적인 만남이며, 한반도의 운명이 걸린 막중한 회담이다. 회담이 순조롭게 진행돼 한반도 비핵화와 평화 정착 합의가 이뤄질지 주목된다. 그래픽 뒤편 배경이 싱가포르 중심지 모습이며, 가운데는 싱가포르의 상징인 머라이언(물고기 몸에 사자 머리)상이다. 그래픽=전진이 기자


한국전쟁 이후 68년 만에 처음 평화냐 전쟁이냐 갈림길
현재로선 장밋빛 전망 우세
트럼프 “매우 큰 성공될 것” 김정은, 폼페이오 만나 “만족”
성과 따라 추가 회동 가능성도


한반도의 운명을 가를 세기의 담판이 한 달 앞으로 다가왔다. 다음 달 12일 싱가포르에서 열리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회담은 ‘전쟁이냐 평화냐’ 갈림길에 선 한반도 정세의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미수교국인 북한과 미국이 정상회담을 갖는 것은 사상 초유의 일이며, 미국이 유엔군의 일원으로 한국전쟁에 개입한 이후 68년 만에 처음이다.

역사적인 이번 회담이 순조롭게 진행될 경우 단순히 비핵화 담판에 그치지 않고 한반도의 평화체제가 정착되는 전환점이 될 수 있다. 수십년간 고착화된 동북아의 안보지형도 종전과 확연히 달라지는 대격변이 일어날 수도 있다. 다만 회담이 실패할 경우 한반도는 앞을 내다보기 어려운 일촉즉발의 대결 구도로 빠져들 위험이 크다. 평화 무드는 사라지고 전쟁 위기가 고조될 가능성이 높다. 우리나라뿐 아니라 전 세계가 이번 회담을 주목하는 이유다.

한 달이나 남았지만 현재로선 회담 전망은 밝은 편이다. 회담에 임하는 두 주역이 모두 긍정적인 기대감을 드러내고 있기 때문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10일(현지시간) 인디애나주 상원의원 선거 유세에서 “내가 김 위원장을 만나는 것은 세계 평화와 안보를 추구하기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그의 이 말은 과장이 아니다. 트럼프 대통령과 김 위원장이 비핵화 이행 계획에 합의하고 한반도 평화 정착을 선언할 경우 전쟁 일보 직전까지 치닫던 두 나라가 극적으로 화해를 하게 된다. 북한발 전 세계적인 핵 도미노 현상을 우려하던 미국의 근심도 줄어들게 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도 이번 회담의 중요성을 잘 알고 있다”며 “이번 회담은 한국과 중국, 일본 등 모두에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번 회담은 매우 큰 성공이 될 것으로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또 “미국인을 석방한 김 위원장은 옳은 일을 했다”며 다시 한번 치켜세웠다.

김 위원장은 아직까지 트럼프 대통령과의 회담을 앞두고 공개적인 입장을 표명하지 않았다. 그러나 노동신문이 10일자 1면에 김 위원장이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과 악수하는 사진과 함께 “만족한 합의를 했다”고 보도한 것을 보면 정상회담에 갖는 기대감을 알 수 있다. 평양을 방문한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을 통해 트럼프 대통령에게 회담을 제안한 김 위원장으로서는 지금의 대화 국면을 자신이 주도하고 있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 올해 들어 계속 파격적인 행보를 보여온 김 위원장이 싱가포르에서도 세계가 깜짝 놀랄 카드를 내놓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당일치기인 이번 정상회담은 두 지도자가 큰 틀에서 합의를 하고 구체적인 실행 과정은 장관급 후속 회담에 위임하는 톱다운 방식으로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두 사람의 회동은 앞으로도 이어질 개연성이 충분히 있다. 김 위원장은 이번 회담에서 트럼프 대통령을 평양으로 초청할 것으로 예상된다. 트럼프 대통령도 억류자들의 생환을 환영하는 자리에서 기자들이 ‘언젠가 북한을 방문하기를 원하느냐’고 질문하자 “그럴 수 있다”고 답변해 방북 가능성을 열어놨다.

회담 전망이 결코 장밋빛만은 아니다. 북·미 간 오랜 불신이 회담을 좌초시킬 수도 있다. 빅토리아 코츠 백악관 특별보좌관은 “만약 중요한 진전이 없다면 협상을 위한 협상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워싱턴=전석운 특파원 swchun@kmib.co.kr

그래픽=전진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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