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美 정상, 내달 12일 싱가포르서 核담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오른쪽 두 번째)이 10일 새벽 2시40분(현지시간) 워싱턴DC 인근 메릴랜드주 앤드루스 공군기지에서 북한에 억류됐다 석방된 한국계 미국인 김동철(오른쪽) 김학송(세 번째) 김상덕(네 번째)씨와 함께 걸어 나오고 있다. 맨 왼쪽은 마이크 펜스 부통령, 그 오른쪽은 트럼프 대통령의 부인 멜라니아 여사다. AP뉴시스


트럼프 “세계평화 위한 특별한 순간 만들 것”
北 억류 3명 美 도착… 트럼프, 직접 공항 마중
“오늘은 특별한 밤… 김정은 위원장에 감사”
김정은 “트럼프의 비핵화 새 대안 높이 평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정상회담은 다음 달 12일 싱가포르에서 열리는 것으로 확정됐다. 정상회담의 날짜와 장소가 확정됨에 따라 정상회담의 핵심 의제인 비핵화 문제도 상당 부분 의견이 좁혀진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대통령과 김 위원장도 북·미 회담에 대한 기대감을 한껏 드러냈다.

트럼프 대통령은 10일(현지시간) 자신의 트위터에 회담의 날짜와 장소를 공개하면서 “우리 두 사람은 이 회담을 통해 세계 평화를 위한 특별한 순간을 만들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싱가포르가 회담 장소로 확정된 것은 이곳이 중립지역인 데다 김 위원장도 전용기를 통해 중간 급유 없이 이동할 수 있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다만 제3국에서 회담이 치러지면서 북한의 비핵화 수준과 방식, 대북 제재 해제 문제는 사전에 최종 확정되기보다 두 정상이 싱가포르에서 만나 담판을 통해 결정지을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 나온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새벽 2시40분(한국시간 10일 오후 3시40분) 북한에서 억류됐다 풀려난 미국인 3명을 태운 특별기가 워싱턴DC 인근 앤드루스 공군기지에 도착하자 비행기 문이 열리기가 무섭게 안으로 들어가 이들을 맞았다. 한국계 미국인 김동철 김상덕 김학송씨가 비행기 트랩으로 나서자 “오늘은 특별한 밤”이라며 “축하한다”고 생환자들과 일일이 악수했다. 이어 “북한과의 관계가 여기까지 온 적이 없으며, 우리는 여기서 다시 출발할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김 위원장에게 감사드리고 싶다. 나는 그가 뭔가 대단한 일을 해서 그의 나라를 현실세계(the real world)로 이끌려고 한다고 믿는다. 북·미 정상회담이 큰 성공을 거둘 것”이라고 강조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북·미 회담에 대해 “어떤 일이 벌어질지는 몇 주 후에 보게 될 것”이라고 예고했다. 취재진이 북한을 방문할 수도 있느냐고 묻자 “그럴 수도 있다(It could happen)”고 답해 한때 평양이 회담 장소가 아니냐는 추측이 나오기도 했다.

이날 새벽 앤드루스 공군기지에는 생환자들을 맞기 위해 트럼프 대통령과 부인 멜라니아 여사는 물론 마이크 펜스 부통령 부부, 존 볼턴 국가안보보좌관 등 행정부 주요 인사들이 대거 출동했다.

방북 후 억류자 3명을 데려온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을 태운 전용기가 오전 2시26분쯤 먼저 착륙하자 17분 간격을 두고 생환자 3명이 탄 특별기가 활주로에 내렸다. 김동철씨는 “꿈만 같다. 너무 너무 행복하다”고 말했다. 김상덕씨는 연신 손가락으로 V자를 그리며 환한 웃음을 지었다. 이들은 직후 메릴랜드 월터리드 육군병원으로 옮겨져 정밀 검진을 받았다.

북한이 억류자들을 석방한 것은 폼페이오 장관이 평양을 출발하기 1시간 전이었다고 워싱턴포스트와 AP통신은 전했다. 억류자 석방은 김 위원장을 만나고 나서야 결정됐다. 폼페이오 장관은 90분간에 걸친 김 위원장과의 만남에 대해 “김 위원장이 정상회담 준비를 아주 많이 한 듯 말이 장황했다”고 설명했다.

북·미는 이번 만남을 통해 핵 폐기와 북한 체제안전 보장을 주고받는 비핵화 프로세스에 상당 부분 합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조선중앙통신은 “김 위원장이 미 국무장관과 토의된 문제들에 대해 만족한 합의를 봤다”고 보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김 위원장에게 보낸 구두 메시지에서 비핵화 협상과 관련한 미국의 새로운 안을 제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조선중앙TV는 “김 위원장은 트럼프 대통령이 새로운 대안을 가지고 대화를 통한 문제 해결에 깊은 관심을 가지고 있는 데 대해서와 조·미(북·미) 수뇌 상봉에 대한 적극적인 태도를 취하고 있는 데 대해 높이 평가했다”고 보도했다.

워싱턴=전석운 특파원, 조성은 기자 swchu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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