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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락사 주장 104세 濠 과학자 ‘셀프 안락사’ 논란



세상을 떠나고 싶어하는 고령의 노인들에게 안락사를 허용해야 한다고 주장해 안락사 논란에 불을 지핀 호주 과학자 데이비드 구달(사진)이 결국 스스로 생을 마감했다. 그의 죽음을 계기로 안락사에 대한 논란은 더욱 치열해질 전망이다.

구달이 ‘안락사 여행’을 떠난 스위스 바젤에서 10일 낮 12시30분쯤(현지시간) 104세를 일기로 사망했다고 호주 비영리 안락사 옹호단체 ‘엑시트 인터내셔널’이 전했다.

안락사 기관 ‘이터널 스피릿’은 구달이 선택한 정맥주사 방식으로 안락사를 진행했다. 구달은 사망에 이르도록 하는 주사액이 몸속으로 흘러들어가도록 주사기에 연결된 밸브를 직접 돌렸다. 몇 분 만에 잠든 그는 곧 숨을 거뒀다고 엑시트 인터내셔널은 설명했다.

엑시트 인터내셔널은 구달이 지난 20년간 회원으로 활동한 단체다. 이 단체는 구달의 스위스행에 필요한 비용을 마련하기 위해 모금활동을 벌인 것으로 전해졌다.

전날 바젤에 도착한 구달은 취재진 앞에서 베토벤의 9번 교향곡 ‘환희의 송가’ 중 한 구절을 노래했다. 그는 기자회견에서 “질병으로 고통받고 있는 건 아니지만 건강이 나빠지면 지금보다 더 불행해질 것”이라며 “의학적 도움을 받는 자살이 중환자들의 마지막 수단으로만 시행될 게 아니라 일반 환자에게까지 더 널리 허용돼야 한다”고 말했다.

호주 퍼스에 살던 구달이 죽음을 위해 스위스까지 간 것은 호주가 극히 제한적인 경우를 제외하고는 안락사를 금지하기 때문이다. 호주는 지난해 빅토리아주에서만 불치병에 걸린 상황에서 6개월 미만 시한부 선고가 내려졌을 때만 안락사를 허용키로 했다. 반면 스위스는 안락사를 폭넓게 허용하고 있다. 의사가 환자에게 약을 투여할 수는 없지만 제조해 줄 수는 있다.

하지만 방법을 떠나 안락사에 대한 반대 목소리는 여전히 크다. 안락사가 허용되면 생명 경시 풍조가 만연하게 될 것이라는 우려 때문이다. 안락사가 살인 도구로 활용될 수 있다는 경고가 나오는가 하면 노인에게 죽음을 강요할 수 있다는 지적도 있다.

임세정 기자 fish813@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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