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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사일 주고받은 이란·이스라엘… 중동 긴장 고조

시리아 정부군 기지가 있는 수도 다마스쿠스에서 10일 새벽(현지시간) 발사된 미사일이 궤적을 그리며 날아가고 있다. 이스라엘군이 시리아 내 이란 군시설 수십 곳을 공습하자 시리아 측이 요격하기 위해 쏘아올린 것으로 추정된다. 이스라엘은 이란이 앞서 자국 군기지를 겨냥해 미사일 20기를 발사했다며 보복 공격에 나섰다. 국경을 맞대지 않은 이스라엘과 이란은 내전 중인 시리아 일대에서 충돌해 왔다. AP뉴시스


美, 이란 핵 협정 탈퇴 후 이란군, 이스라엘 직접 공격… 이스라엘도 즉각 보복 나서
73년 중동전 이후 최대규모… 중동 핵 경쟁 가능성 높아져


미국의 이란 핵 협정 탈퇴 직후 이란과 이스라엘이 미사일 공격을 주고받는 등 중동 내 군사적 긴장이 다시 고조되고 있다. 특히 이란이 이스라엘을 직접 폭격하기는 처음이다. 이스라엘은 그동안 ‘이란 핵 협정 폐기’를 주장해 왔다. 이란의 핵 개발 재개 우려와 함께 사우디아라비아가 핵무기 제조에 나설 수 있다고 경고하면서 핵 개발 경쟁 조짐도 보이고 있다.

이스라엘군은 이란 혁명수비대 소속 특수부대 ‘알 쿼드’가 10일 새벽(현지시간) 시리아 남서부 골란고원 내 이스라엘 군기지를 겨냥해 미사일 20기를 발사했다고 발표했다. 시리아·이스라엘 접경지인 골란고원은 이스라엘이 1967년 중동전쟁 과정에서 점령한 뒤 1981년 일방적으로 자국 영토로 선언한 지역이다. 이스라엘군 조너선 콘리쿠스 대변인은 이란이 쏜 미사일 일부를 요격했으며 군기지가 타격받기는 했지만 인명피해는 없다고 밝혔다. 이란은 지난달 초 이스라엘군의 시리아 공습으로 이란군 7명이 숨졌을 때 보복을 경고한 바 있다.

콘리쿠스는 이스라엘 군부대에 대한 이란의 직접 공격이 처음임을 강조했다고 워싱턴포스트(WP) 등은 전했다. 그동안 이스라엘에 대한 공격은 이란을 추종하는 이슬람 시아파 무장단체 헤즈볼라 등을 통해 간접적으로 이뤄졌었다.

이스라엘은 곧장 시리아 접경의 이란 측 군사시설 수십 곳을 공격했다. 이스라엘군은 이란군이 시리아에서 운영 중인 무기고와 물류 거점, 정보기관을 표적으로 삼았으며 시리아 방공체계도 일부 파괴했다고 설명했다. 러시아군은 이스라엘이 미사일 70여기를 시리아 내 이란 시설에 퍼부었으며 시리아 방공 감시체계가 절반 이상 망가졌다고 전했다. 현지 언론은 이스라엘의 이번 시리아 공격이 1973년 제4차 중동전쟁 이후 최대 규모라고 설명했다.

시리아군은 TV 성명을 통해 이스라엘의 공습으로 3명이 숨지고 2명이 다쳤다고 밝혔다. 사상자 중에 이란 측이 포함됐는지는 언급하지 않았다. 앞서 영국 소재 시리아인권관측소는 이스라엘의 공격으로 시리아 군인 5명을 포함해 최소 23명이 숨졌다고 발표했다.

이란은 시리아 정부군을 지원하기 위해 이란혁명수비대와 민병대를 현지에 주둔시키고 있다. 이스라엘은 이란군의 시리아 주둔이 자국 안보를 위협한다고 주장해 왔다.

이번 공격은 미국이 이란 핵 협정을 탈퇴한 직후 이뤄졌다는 점에서 더욱 심상치 않다. 이스라엘은 이란 핵 협정이 ‘거짓에 기초한 합의’라며 미국에 파기를 부추겨 왔다. 미국의 협정 연장 여부 결정 시한을 며칠 앞두고는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가 직접 기자회견을 열어 이란이 비밀리에 핵 개발을 진행한 증거라며 CD와 문건을 제시하기도 했다.

현재 이란 정부는 미국의 이란 핵 협정 탈퇴와 상관없이 나머지 서명국과 협정을 유지하겠다면서도 언제든 핵무기로 쓰일 수 있는 고농축우라늄을 생산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사우디의 아델 알주바이르 외무장관은 미 CNN방송 인터뷰에서 “이란이 핵무기 프로그램을 재개하면 우리도 핵무기를 만들 준비가 돼 있다”고 경고했다.

강창욱 기자 kcw@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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