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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은 다 죽는다”며 출동 거부해 흑인 사망… 황당한 ‘프랑스 119’

프랑스 응급구조서비스(SAMU)가 구급차를 보내 달라는 흑인 여성의 요청을 거부해 결국 사망에 이르게 한 사건이 발생했다. 정부가 뒤늦게 사과하며 진화에 나섰지만 인종차별 논란이 거세지고 있다.

스트라스부르 지역에 사는 흑인 여성 나오미 무셍가(22)는 지난해 12월 응급구조번호인 15번에 전화를 걸어 극심한 복통을 호소했다. 무셍가는 “너무 아파서 죽을 것 같다”며 구급차를 보내 달라고 요청했지만 전화를 받은 직원은 “다른 사람들처럼 당신도 언젠가는 죽을 것”이라고 비아냥거린 뒤 구급차를 보내지 않았다. 그러고 나서 무셍가에게 “의사에게 전화해보라”며 다른 구조센터 번호를 알려줬다.

하지만 안내받은 번호로 전화한 무셍가는 또 무시당했다. 전화를 받은 구조센터 직원은 짜증을 내면서 “당신이 어떤 상황인지 모르겠다. 도와줄 수 없다”면서 또 다른 전화번호를 안내했다. 구급차가 아닌 의사를 보내주는 응급서비스에 다시 전화해 5시간을 기다린 끝에 무셍가는 병원으로 옮겨졌다. 하지만 다발성 장기부전에 따른 과다출혈로 결국 사망했다.

무셍가의 유족이 당시 상황이 녹음된 음성파일을 확보하면서 이 일은 지역사회에 뒤늦게 알려졌다. 음성파일에선 무셍가의 발음과 억양을 듣고 흑인이라고 판단한 응급구조센터 직원들은 그녀의 다급한 요청을 놀리기까지 한 것으로 나타났다. 프랑스 의료 당국은 뒤늦게 사과하고 사건 조사에 나섰다.

응급환자를 신속히 이송해야 할 의무가 있는 응급센터의 비인간적인 처사에 프랑스인들은 비난을 퍼붓고 있다. 페이스북에서는 무셍가 사건 해결을 위해 ‘진실과 정의’라는 페이지가 만들어졌다. 네티즌들은 SNS 글에 ‘#JusticePourNaomi(나오미에게 정의를)’라는 해시태그를 달며 공분을 표시하고 있다.

무셍가의 언니 루안지는 9일(현지시간) 영국 BBC방송에 “동생은 혼자였고, 죽음의 공포를 호소하고 있었다”면서 “나오미는 인간으로서 구조받아야 할 권리가 있었다. 이런 일이 다시는 일어나선 안 된다”고 말했다.

임세정 기자 fish813@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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