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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한 미국대사 내정자 도움으로 입양 46년 만에 생모 찾은 남자



46년 만에 일본인 생모를 찾은 뒤 함께 포즈를 취한 브루스 할리우드 미 공군 예비역 대령. 캐스린 톨버트 워싱턴포스트 기자 인스타그램


몇 달째 생모를 찾아 헤맨 남자는 지쳐 있었다. 대사관에 부탁도 해보고 사설탐정까지 동원했지만 소용없었다. 생모에게 ‘나는 잘 살고 있으니 걱정 말라’는 한 마디만 할 수 있다면 더 바랄 게 없었다. 와인바에 앉아 술잔을 기울이던 중 제복을 입은 남성이 다가왔다. 사연을 들은 그는 생모를 찾아주겠노라 장담했다. 반신반의하며 연락처를 남긴 열흘 뒤 전화가 걸려왔다. 어머니가 기다리고 있다는 소식이었다.

입양된 지 46년 만에 생모를 찾은 남성의 사연이 뒤늦게 알려졌다. 결정적인 도움을 준 건 다름 아닌 해리 해리스(61·사진) 주한 미국대사 내정자다. 워싱턴포스트는 일본계 입양아 출신 브루스 할리우드(57) 미 공군 예비역 대령이 해리스의 도움으로 생모를 찾은 사연을 12년 만인 8일(현지시간) 보도했다.

할리우드 대령이 생모를 찾겠다고 마음먹은 건 2005년 일시적으로 심장마비 경험을 하고 나서였다. 오랜 세월 미국인 양어머니의 줄기찬 권유에도 생모 찾기를 거절해왔지만 죽음이 눈앞에 이르자 생각이 바뀌었다.

그러나 회복 뒤 필사적으로 생모를 수소문했음에도 소득이 없었다. 자포자기한 지 몇 개월이 지난 어느 날, 할리우드 대령은 출장 차 들른 워싱턴 덜레스공항 와인바에서 해군 장군인 해리스를 만났다. 역시 일본 태생인 그는 생모를 찾아주겠다고 약속했다. 그리고 열흘 만에 일본 대사관에서 생모를 찾았다고 연락이 왔다.

생모는 일본 시즈오카현에서 수십 년째 꽃집과 식당을 운영하고 있었다. 떠나보낸 아들 생각에 결혼도 하지 않았다고 한다. 식당에는 과거 전해 들었던 아들의 이름을 따 ‘브루스’라는 간판을 달았다. 이후 할리우드 대령은 생모가 3년 뒤 숨을 거두기까지 미국과 일본을 오가며 모자의 정을 나눴다.

조효석 기자 promene@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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