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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드 화제] “전 직원 재택근무”… 日 히키코모리 회사 탄생



대면접촉은 서툴지만 능력 뛰어나 집에서 컴퓨터로 작업하도록 배려
직원들 원하는 방식·속도로 일해 은둔형 외톨이 많은 日 신풍속도


사회에 적응 못하고 집안에만 틀어박혀 사는 사람을 일본에서 ‘히키코모리’(은둔형 외톨이)라고 부른다. 틀어박히다는 뜻의 일본어 ‘히키코모루’의 명사형이다. 100만명에 달하는 히키코모리의 장기화, 고령화는 일본 사회의 큰 고민거리다. 이들을 조심스럽게 사회로 한 발 내딛게 하는 시도가 있어서 주목된다. 틀어박혀 있는 상태로 일하게 하는 방식이다.

NHK방송은 9일 도쿄 지요다구에 있는 ‘메차코마’ 회사를 소개했다. 사원 10명 전원이 현재 히키코모리거나 히키코모리 출신으로 이뤄진 회사다. 히키코모리 중심의 비영리단체는 예전부터 있었지만 주식회사 설립은 일본 최초다. 온라인 컴퓨터 강좌 서비스 업체를 운영해 온 사토 게이 대표가 지난해 창업했다.

사토 대표는 히키코모리였던 사촌동생이 의사소통은 잘 못해도 뛰어난 재능을 가진 것을 보고 회사 설립을 결심했다. 대면접촉이 많이 요구되지 않는 정보기술(IT) 엔지니어라면 히키코모리가 은둔 상태를 크게 바꾸지 않고도 할 수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오히려 히키코모리의 세심함과 성실성을 살릴 수 있다고 봤다.

입시 중압감 때문에 고교를 중퇴하고 히키코모리가 됐던 히라노 다치키(34)는 지난해 프로그래밍 강좌 수강과 인턴을 거쳐 올해 메차코마의 정규직 사원이 됐다. 조직에 소속돼 하루 8시간씩 일하는 것은 그의 인생 첫 경험이다.

가나가와현에 사는 히라노는 오전 10시쯤 방 책상에 앉아 노트북으로 일을 시작한다. 채팅창에 “오늘은 50%로 시작합니다”라는 식으로 자신의 컨디션을 동료들에게 알린다. 주된 업무는 홈페이지 제작과 관리다. 일하다 힘들면 눕거나 음악을 들으면서 쉰다. 사원 모두 자택에서 각자의 페이스대로 일한다.

히라노는 “집이라고 해도 매일 꾸준히 일하는 건 힘들어서 주말이면 지쳐서 잠만 잔다”며 “1년 전의 나를 생각하면 (지금의 변화에) 스스로도 놀랍다. 여기까지 올 수 있어서 다행”이라고 말했다.

니가타현에 사는 40대 남성은 지난달 메차코마에 입사해 온라인 컴퓨터 강좌 시스템 관리 업무를 맡고 있다. 그는 3년 전 병 때문에 다니던 회사를 그만두고 히키코모리가 됐다. 독학으로 프로그래밍을 익혀 재취업하려 했으나 잘되지 않았다. 그는 “어떻게 살아야 할지 막막하던 때에 회사가 길을 보여줬다”며 “경험을 쌓아 나중엔 개인적으로 일을 받게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메차코마는 프로그래밍을 모르는 히키코모리도 기술을 익힐 수 있도록 3개월 코스 강좌를 운영하고 있다. 강사도 히키코모리 출신이다. 이 강좌를 마치면 인턴이 되는 코스로 올라선다. 회사는 실무 경험을 쌓은 히키코모리를 인력난에 시달리는 IT 기업들에 소개, 파견하는 사업도 추진 중이다.

사토 대표는 “히키코모리 대부분은 할 수만 있다면 일을 하고 싶어한다”며 “그들이 안심하고 일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든다면 사회 전체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천지우 기자 mogul@kmib.co.kr

삽화=이은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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