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한미군 감축 美 의도는…韓에 방위비 압박? 北에 비핵화 보상카드?



NYT “트럼프, 미 국방부에 감축 방안 준비 지시” 보도
靑 “백악관도 보도 내용 부인” 사실무근이라며 일축했지만
트럼프, 줄곧 감축·철수 언급 북·미회담 등서 논의 가능성
정의용 실장 비밀리 백악관行 ‘주한미군 문제 협의차’ 시각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북·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주한미군을 감축하는 방안을 준비하라고 했다는 뉴욕타임스(NYT) 보도가 나왔다. NYT는 한국 측의 주한미군 분담금 증액을 압박하는 차원으로 해석하면서도 북한으로부터 비핵화 합의를 끌어내기 위한 카드로 쓰일 수도 있다고 분석했다.

NYT는 3일(현지시간) “트럼프 대통령이 미 국방부에 주한미군 감축 방안을 준비하라고 지시했다”고 보도했다. 미 행정부 관계자들은 “주한미군 감축이 북·미 정상회담의 협상 카드는 아니지만 평화협정이 체결되면 주한미군의 규모는 줄어들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고 이 신문은 전했다.

이에 대해 청와대는 “백악관이 보도 내용을 부인했다”고 밝혔다. 워싱턴을 방문 중인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이 백악관에 확인한 결과 사실과 다르다고 해명했다는 것이다. 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전보장회의(NSC) 보좌관도 트럼프 대통령이 그런 지시를 내린 바 없다고 밝혔다.

그러나 주한미군 문제가 북·미 회담과 이후 협상 과정에서 논의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트럼프 대통령 취임 이후 주한미군 철수나 감축 문제가 거론된 것은 처음이 아니다. 지난해 한국에서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사드(THAAD) 배치 반대 여론이 확산되자 워싱턴의 한반도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이 주한미군 철수를 검토할 수 있다는 얘기가 많았다. 다만 백악관이나 미 국방부가 이 문제를 공식화한 적은 없다.

트럼프 대통령이 주한미군에 대해 부정적 인식을 갖고 있다는 것은 널리 알려져 있다. 한국이 주한미군 주둔 비용을 모두 떠안지 않으면 철수하거나 규모를 줄여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실제 주한미군을 줄이거나 철수하기보다 한국 정부에 분담금 증액을 압박하는 전략으로 해석됐다.

올 들어 진행 중인 한·미 간 방위비 분담금 협상은 마지막 3차 회의를 남겨둔 상태에서 한국 정부가 주둔 비용의 약 절반인 연간 8억 달러(약 8613억원) 이상을 부담하는 쪽으로 의견이 모아졌다고 NYT는 전했다.

그러나 주한미군을 감축하거나 철수하는 것은 단순히 비용 문제를 넘어선다. 한국 내 이념갈등으로 번질 소지도 있다. 진보 진영은 한국전쟁 종전이 선언되고 평화협정이 체결되면 주한미군 철수가 불가피하다고 주장한다. 대통령 외교안보특보인 문정인 연세대 교수가 ‘포린 어페어스’지에 기고해 논란을 불러일으킨 글도 그런 논리를 담고 있다. 반면 보수 진영은 주한미군 철수나 감축은 한·미동맹의 근간을 흔드는 것으로 여긴다.

주한미군을 감축하려면 한·미 정부 간 협의를 거쳐야 하며, 전면 철수하려면 한미상호방위조약상 미 의회의 승인을 받아야 한다. 정부 관계자는 “한·미가 이 문제를 공식적으로 논의한 적은 없다”고 밝혔다. 그러나 종전선언과 평화협정 체결이 공공연히 거론되는 상황에서 주한미군 문제를 전혀 논의하지 않았다는 설명은 설득력이 떨어진다.

제임스 매티스 미 국방장관은 최근 “주한미군 감축 문제는 북한은 물론 미국의 동맹국들과 먼저 협상해야 하는 사안”이라고 말했다. 주한미군 문제가 더 이상 성역이 아니며 북·미 대화 과정에서 한국 정부와 협상할 수 있다는 뜻이다.

일각에서는 정 실장이 비밀리에 백악관을 방문한 것이 이 문제를 협의하기 위한 게 아니냐는 시각이 있다. 문 교수의 주장도 주한미군 문제에 대한 여론을 떠보기 위한 애드벌룬일 가능성이 제기된다.

워싱턴=전석운 특파원 박세환 기자 swchun@kmib.co.kr

그래픽=이은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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