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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NFL ‘性스캔들’… 치어리더 인권침해 논란

미국 프로미식축구팀 워싱턴 레드스킨스 치어리더들의 모습. 레드스킨스 홈페이지


일부 구단, 노출사진 촬영 강요… 광고주 접대에 동원하기도
치어리더들, 수치심에 눈물
낮은 급여·팬들 성희롱 등 열악한 노동조건 개선 목소리


미국 최고의 인기 프로스포츠인 미식축구계에서 치어리더들의 처우를 둘러싼 논란이 불붙고 있다. 구단이 치어리더들에게 상반신 노출 사진을 찍도록 강요하는가 하면 광고주 접대를 지시하는 등 비인격적인 대우를 했다는 폭로가 나왔다. 구단의 다른 직원보다 지나치게 낮은 급여와 열악한 노동조건 역시 비판을 받고 있다.

뉴욕타임스는 미 프로미식축구(NFL) 소속 워싱턴 레드스킨스의 치어리더들이 2013년 코스타리카로 1주일간 구단 달력 사진 촬영을 떠났을 당시 성적 수치심을 느낄 만한 대우를 강요받았다고 2일(현지시간) 복수의 전직 치어리더를 인용해 보도했다. 레드스킨스는 NFL 통산 다섯 차례 우승 전력에 지난해 기준 구단가치가 31억 달러(약 3조3000억원)에 이르는 명문 구단이다.

보도에 따르면 치어리더들 중 일부는 상반신 노출 사진을 촬영하도록 요구받았다. 애초 촬영 목적인 달력 사진에는 어차피 쓰일 수도 없는 사진이었다. 다른 치어리더들 역시 보디페인팅 이외에 옷을 거의 걸치지 않은 채 촬영에 임해야 했다.

당시 촬영 현장에는 광고주들과 구단 특별좌석이용권 소지자들이 초대받았다. 이들은 모두 남성이었다.

14시간에 이르는 촬영이 끝나자 치어리더 36명 중 9명에게는 단장으로부터 별도의 지시가 내려졌다. 광고주들과 함께 나이트클럽으로 가서 밤을 보내라는 요구였다. 마치 포주가 남성을 접대할 성매매 여성을 고르는 듯한 모습이었다. 지시를 받은 치어리더들은 수치심을 이기지 못해 울음을 터뜨렸다.

치어리더들은 성행위를 요구받지는 않았으나 이날 밤 각자 맡은 광고주들을 만족시켜야 했다. 당시 지시를 받은 한 치어리더는 “머리에 총을 겨누고 협박을 한 건 아니지만 우리에겐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면서 “요청이 아닌 통보였다”고 말했다. 촬영 기간 치어리더들에게는 교통비와 식비, 운송비 외에 별도의 돈이 지급되지 않았다.

이번 폭로는 NFL 치어리더들의 처우개선 논의에 기름을 부을 전망이다. 최근 NFL에서는 전직 치어리더들이 구단과 협회를 상대로 잇달아 진정서를 제출하는 등 본격적인 행동에 나서고 있다. 구단이 치어리더를 팬들의 언어, 신체적 성희롱에 고의로 노출시키는 등 노골적으로 성적 상품화해 왔지만 이들을 보호할 제도적 장치는 전무하다는 비판이다. 치어리더들에게만 적용되는 차별적 SNS 규칙, 남성 직원들과의 임금격차 역시 문제점으로 지적받고 있다.

조효석 기자 promene@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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