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화로 가는 길 “패싱은 없다”… 中·日·러 다독이기

왼쪽부터 시진핑 중국 주석, 아베 신조 일본 총리,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변화의 흐름에서 소외돼 차이나·재팬 패싱 우려 상황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 과정 주변국들 지지와 협조 중요
비핵화 실현 위한 中의 압박 日·러 경제카드 필요한 구도


박근혜정부 말기부터 이어지던 ‘코리아 패싱’ 논란이 완전히 수그러들었다. 오히려 남북 대화가 급진전되면서 남한과 북한, 미국 3자가 한반도 정세를 주도하는 경향이 뚜렷해지고 있다. 중국과 일본이 정세 변화 흐름을 따라오지 못하면서 ‘차이나 패싱’ ‘재팬 패싱’ 같은 신조어까지 등장했다. 전문가들은 한반도 비핵화와 평화체제 구축 과정에서 주변국들이 소외되는 일이 없도록 관리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코리아 패싱이 사라진 원인으로는 우선 북한의 태도 변화를 들 수 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남한을 경유해 미국에 접근한다는 ‘통남통미(通南通美)’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 북·미 직접 대화로 핵 문제를 풀겠다는 과거의 ‘통미봉남(通美封南)’에서 벗어나 남한의 주도적 역할을 인정한 것이다. 북한 입장에서 미국과의 갈등이 극에 달한 상황에서 대화 국면을 열기 위해서는 남북 관계 개선 외에는 길이 없었다.

홍민 통일연구원 북한연구실장은 3일 “남북 간에 핵 문제를 논의하고 비핵화를 언급한 것은 획기적 변화다. 북한의 태도가 바뀌면서 코리아 패싱 자체가 사라졌다”며 “북한의 태도가 바뀐 건 남한이 신뢰할 만한 수준에서 미국을 움직일 수 있다고 생각해서다. 미국 역시 한국이 가진 대북 정보 등을 인정하고 있다”고 말했다.

코리아 패싱 논란은 박근혜정부 당시 남북 대화 단절과 과도한 대북 압박 정책이 자초한 측면이 적지 않다. 대북 압박이 성공하려면 미·중·일·러 등 주변국의 협조를 구해야 한다. ‘갑을 관계’에 비유하면 ‘을’의 위치에 서는 셈이다. 특히 지난정부는 북한의 ‘생명줄’을 쥐고 있는 중국을 대북 압박에 동참시키기 위해 한·중 관계에 공을 들였다. 이런 움직임이 미국 조야(朝野)를 자극해 한·미동맹 균열 논란이 불거지기도 했다.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가 미·일동맹 강화와 미국 주도의 대중(對中) 봉쇄 참여로 안보정책 방향을 잡은 것도 코리아 패싱을 부추겼다. 한·미동맹이 미·일동맹의 하위 동맹이 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왔다.

문재인정부 출범 이후에도 이어지던 코리아 패싱 논란은 남북 관계가 급진전되면서 단번에 정리되는 추세다. 남·북·미가 직접 통하면서 일본은 물론 중국조차 주도권을 잃고 뒤따라오는 모양새가 됐다. 중국은 한반도에 자국의 핵심 이익이 달렸다고 보고 있기 때문에 차이나 패싱 논란이 탐탁지 않다. 일본 역시 북한의 탄도미사일 위협과 일본인 납북자 문제 등 현안이 걸려 있어 한반도의 대화 국면에서 배제될 경우 국내 정치적으로 타격이 크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는 “남북 관계가 잘 되면 남북이 한반도의 주도자가 되고, 안 좋으면 중·일 등 주변국이 주도자가 된다”며 “남북이 잘 되면 그 장단에 주변 국가들이 춤을 춘다”고 말했다.

장기적으로는 남·북·미 구도에서 벗어나 중·일·러 등 주변국의 역할을 폭넓게 인정해야 한다는 지적이 많다. 비핵화와 평화협정 체제 수립 과정에서 주변국의 지지와 협조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특히 비핵화가 실현될 때까지 대북 압박을 유지하려면 중국의 역할이 필수적이다. 일본과 러시아 역시 비핵화 과정에서 대북 경제협력 등을 담당할 수 있다. 김용현 동국대 북한학과 교수는 “중·일·러와도 역할을 최대한 공유하며 함께 가는 구조를 만들어야 상황을 안정적으로 끌고 갈 수 있다”고 말했다.

조성은 이상헌 기자 jse130801@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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