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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드루킹 ‘경공모’ 전격 해체… 수사확대 부담 느꼈나

포털 사이트에 올라온 뉴스 댓글과 추천수를 조작한 혐의(컴퓨터 등 장애 업무방해)를 받는 김동원(49 닉네임 드루킹)씨가 2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첫 공판에 출석하기 위해 법정으로 가고 있다. 김씨는 법정에서 모든 혐의를 인정하며 재판을 신속히 진행해달라고 요구했다. 경찰은 4일 더불어민주당 경남지사 후보인 김경수 의원을 참고인으로 소환해 김씨와 연관성을 조사키로 했다. 이병주 기자


‘타이밍’이 텔레그램 대화방에 공지, 수사 시작 이후에도 대응책 논의한 듯
경찰, 4일 김경수 의원 참고인 소환… 김 의원 “내가 신속한 소환 요구”
‘댓글 조작’ 2290개 ID 추가 포착

인터넷 댓글 여론조작 사건 주범 김동원(49·닉네임 드루킹)씨가 주도한 ‘경제적 공진화 모임’(경공모)이 1일 공식 해체를 선언한 것으로 2일 확인됐다. 해체 선언은 김씨 재판이 임박하고 경찰이 경공모 회원을 상대로 한 수사 확대 방침을 밝힌 시점에 이뤄졌다. 첫 공판에 나온 김씨는 혐의를 인정하며 신속한 재판진행을 요구했다. 경찰의 전방위 수사를 축소하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경찰은 4일 김경수 더불어민주당 의원을 참고인 신분으로 소환해 경공모 측과의 연관성 여부를 조사키로 했다.

경공모 스태프로 활동하는 닉네임 ‘타이밍’은 1일 경공모 회원들이 있는 텔레그램 단체 대화방에 “경공모 스태프를 대표해 공지사항을 전달한다. 현 시간부로 경공모의 해체를 공식 선언한다”는 글을 올렸다. 그는 “수사의 장기화 및 확대로 언론에 노출된 일부 회원님께 회복 불가능한 피해가 속출하고 있다. 모임의 존재 목적에 부합하지 않다고 판단, 추가 피해를 방지하고자 한다”며 “네이버 카페는 모두 폐쇄 완료했다. 텔레그램 대화방도 이 시간 부로 전체 해체가 진행될 예정”이라고 밝혔다. 타이밍은 김씨가 신임하는 핵심 인물로 경공모 회원 관리에 중추적 역할을 담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타이밍이 언급한 텔레그램 대화방은 충성도 높은 경공모 회원 400여명이 참여했다. 경찰의 경공모 수사가 시작된 뒤에도 대화방을 계속 옮겨가며 대응책을 논의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잠행활동을 위한 정보교류방이었던 셈이다. 실제 스태프들은 대화방에서 ‘언론과의 접촉을 일절 하지마라’ ‘카페와 관련된 내용을 외부에 발설하지 마라’ 등의 지침을 내렸고 이탈자나 내부 제보자를 색출하기 위해 대화방 삭제 및 재개설 등을 반복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드루킹 김씨 역시 구속 후 자신의 메시지를 이 대화방으로 전달해왔다. 경공모 고위등급 회원 A씨는 “공식 해체 선언은 처음”이라며 “핵심 스태프들이 물밑에서 만나 대책을 모색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다른 경공모 회원 B씨도 “드루킹이 나올 때까지는 텔레그램 방을 중심으로 뭉쳐있자고 했는데 자꾸 정보가 새어나가면서 해체한 것 같다”고 했다.

김씨는 이날 서울중앙지법 형사12단독 김대규 판사 심리로 열린 첫 재판에서 “(혐의를) 인정한다”고 말했다. 그는 지난 1월 17일 밤 10시쯤부터 이튿날 새벽 2시45분까지 매크로 프로그램을 이용해 문재인정부를 비판하는 댓글 2개에 공감 버튼을 클릭한 혐의(컴퓨터 등 장애 업무방해)를 받고 있다. 유죄가 인정돼도 통상 벌금형 수준의 선고가 이뤄진다. 유무죄를 다투기보다 재판을 빨리 마친 뒤 석방되는 전략을 택한 것으로 풀이된다. 경공모 해체로 경찰 수사를 지연시킨 뒤 자신의 재판은 단순 업무방해 혐의로만 끝내려는 계산이 녹아있다는 분석이다.

김씨 측 오정국 변호사는 “(김씨가) 실질적으로 네이버의 업무를 방해한 부분은 적다고 생각된다”며 “혐의를 모두 인정하니 재판을 신속히 진행해 달라”고 했다. 김 판사는 검찰 측에 신속한 증거 제출을 요구하며 “증거 분석을 이유로 증거가 늦게 제출되는 건 받아들일 수 없다”며 “이 사건은 정치적으로 국민적 관심이 높은 사건이지만 재판부는 공소사실 자체만으로 판단을 내리겠다”고 밝혔다.

경찰은 김씨 일당이 지난 1월 2290개 아이디를 이용해 포털사이트에서 광범위한 댓글 여론조작에 나선 정황을 포착하고 범죄사실을 추가하기로 했다. 경찰은 “네이버가 지난 1월 17, 18일 게재된 기사 30여만개를 분석해 매크로 프로그램 사용이 의심되는 댓글과 공감·비공감 등을 확인한 결과 경공모와 연관된 정황이 있는 2290개의 아이디가 나왔다”고 밝혔다.

경찰은 4일 김 의원을 참고인 신분으로 소환한다. 경찰은 김 의원을 상대로 보좌관 한모(49)씨의 금품 수수와 경공모의 네이버 댓글 순위 조작에 연루돼 있는지 조사할 예정이다. 한씨는 경찰조사에서 “500만원은 빌린 돈이 아니고 ‘편하게 쓰라’고 해 받아 개인적으로 썼다”며 “김 의원은 모르는 일”이라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 의원은 페이스북에 경찰 소환과 관련해 “신속하게 소환해 달라고 제가 여러 번 요구해 온 것”이라며 “당당하게 임하고, 경남도민 기대에 어긋나지 않게 정면돌파하겠다”고 밝혔다.

허경구 신재희 기자 nine@kmib.co.kr

사진= 이병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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