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대가 통일에 관심 없다고요?”

대안학교 로드스꼴라 학생들이 지난달 30일 서울 영등포구 하자센터에서 남북 정상회담을 지켜본 소감을 얘기하고 있다. 로드스꼴라 제공


“사실은 10대가 통일에 가장 관심이 많을 수 있다고 생각해요. 분단이 길어질수록 더 오래 분단 상황에서 살아가야 하는 건 지금의 청소년이잖아요.”

지난달 30일 서울 영등포구 하자센터에서 ‘로드스꼴라’ 학생 4명을 만났다. 로드스꼴라는 여행을 다니며 철학과 인문학을 배우는 대안학교다. 이 학교 학생들은 남북 정상회담을 앞두고 지난달 16일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게 보내는 영상편지를 제작해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올렸다.

이들도 처음부터 통일에 관심이 있었던 건 아니다. 로드스꼴라 학생들은 ‘서울역을 국제역으로’ 프로젝트에 참여하고 있다. 목포·서울·천안아산·밀양역 등에서 브라질식 사물놀이 바투카다를 공연하며 한반도의 평화 정착을 기원하는 프로젝트다. 올해 여름방학에는 시베리아 횡단철도를 타고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에서 독일 베를린까지 여행할 계획이다. 프로젝트에 참여하고 공부도 하면서 자연스럽게 분단과 통일을 생각하게 됐다. 함상준(17)군은 “통일은 비용만 들 뿐이라고 단순히 생각했는데 학교에서 강의를 듣고 나서 북한을 더 열린 마음으로 바라보게 됐다”고 했다.

지난달 27일 열린 남북 정상회담은 이들에게도 ‘사건’이었다. 문재훈(14)군은 “한 발자국만 넘어가면 되는 거리를 그동안 넘어가지 못했다는 생각에 울컥했다”며 “두 정상이 판문점 경계선을 넘나드는 장면을 보니 감동적이었다”고 말했다. 경기도 파주에 사는 조은현(17)양에게는 이번 회담이 남달랐다. 돌아가신 조양의 할아버지는 북한에서 기차를 몰았던 기관사다. 북한과 맞닿아 있는 파주에 살면서도 할아버지가 기차를 타며 봤을 풍경을 볼 수 없다는 사실이 내내 아쉬웠다. 조양은 “사실 북한은 멀지 않은데 우리가 북한을 너무 몰라서 어렵고 멀게 느껴졌던 것 같다”고 했다.

남북한 철도가 연결되면 블라디보스토크역이 아니라 서울역에서 베를린까지 갈 수 있다는 생각에 학생들은 들떴다. 송선화(16)양은 “프로젝트 이름처럼 정말 서울역이 국제역이 돼 기차 타고 가족들과 해외여행을 가고 싶다”고 웃으며 말했다.

통일을 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이유는 각자 달랐다. 조양은 “서로 위협하지 않고 살아가는 게 기본이고 자연스러운 것”이라며 “우리는 벌써 그런 상태를 잊어버린 것 같다”고 말했다. 문군은 실리적인 이유로 통일의 필요성을 설명했다. 문군은 “종전이 되면 군비 경쟁을 안 해도 되고 남북 열차가 연결되면 여행뿐 아니라 많은 것이 가능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문군은 “지금도 분단 문제나 통일에 관심을 가진 청소년이 많이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면서 “청소년들이 통일 관련 얘기를 나누고 자신의 생각을 표현할 수 있는 자리가 많아지면 좋겠다”고 말했다.

조민아 기자 minajo@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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