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미회담, ‘완전한 비핵화-체제보장’ 큰 그림은 나온 듯



물밑 접촉서 다양한 교감 통해 양측 상당한 조율 이뤄진 듯
비핵화 이행 단계 최대한 압축 동결→ 불능화→ 폐기 나눠 시한·대상 명시 일괄타결 노려
美 국내 정치 일정 등 감안, 7월 27일 종전선언 가능성 커져


미국과 북한이 완전한 비핵화와 체제보장을 주고받는 로드맵에 상당부분 의견 접근을 이뤘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이달 예정된 북·미 정상회담에서 핵 폐기 프로세스를 일괄 타결하고 이행 단계를 최대한 압축하면, 올해 중 북한의 비핵화 조치와 미국의 보상이 현실화될 수 있다는 관측이다. 북·미 정상회담 시기와 장소가 구체화되고 있다는 건 양측 모두 사전 조율결과가 만족스럽다는 의미다.

북·미 간 핵 담판이 속도를 내고 있다는 신호는 곳곳에서 감지된다. 일단 트럼프 대통령이 적극적이다. 그는 지난 28일(현지시간) “북한과의 회동이 3∼4주 내에 열릴 것”이라며 정상회담 시기를 5월 중으로 확정한 데 이어 다음 날엔 판문점을 회담 장소로 거론했다. 판문점 카드는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3월 공개 제안했지만 당시 미측 반응이 부정적이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홍민 통일연구원 북한연구실장은 1일 “트럼프 대통령이 북·미 정상회담 시기를 앞당기고 장소도 서둘러 정하려는 이유는 남북 정상회담 성과에 고무된 측면도 있겠지만 무엇보다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을 중심으로 물밑에서 진행된 북·미 간 다양한 교감에서 자신감을 얻었기 때문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홍 실장은 “단순히 비핵화 문제를 합의하는 수준이 아니라 타결 이후의 이행 과정에 대해서도 북·미 간 상당한 조율이 이뤄진 것 같다”고 덧붙였다.

북·미 정상회담의 실질적 판을 짜고 있는 폼페이오 장관은 4월 초 평양을 극비 방문해 김정은 국무위원장을 만났고, ‘CVID’(완전하고 검증가능하며 되돌릴 수 없는 핵 폐기) 방법론에 대해 깊이 있게 논의했다고 밝히고 있다. 이후 김 위원장은 핵·미사일 실험 중단과 풍계리 핵 실험장 폐쇄 선언, 판문점 선언에 비핵화 의지 명문화 등 일종의 초기 조치들을 밟았다.

북·미 간 비핵화 담판의 핵심은 이행 단계를 최대한 압축하는 것이다. 동결, 불능화, 폐기로 단계를 나눠 시한을 정하고 그 대상을 명시해 일괄 타결하는 게 필수다. 문제는 단계별로 북한도 얻는 것이 있어야 빅딜이 가능한데, 이는 트럼프 행정부가 되풀이하지 않겠다고 하는 ‘과거의 실패’에 해당한다.

한 외교소식통은 “미국이 원하는 CVID 수준이 100이라면 현실적으로 북한이 이를 단번에 만족시킬 수는 없다”며 “북한이 어느 정도 단계에 이르렀을 때 제재 완화, 관계 정상화 등 보상을 제공할지가 남은 쟁점”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행시기를 최대한 앞당긴다면 미 중간선거가 있는 11월 전에 북한의 조치와 이에 상응하는 미국의 보상이 이뤄질 수 있다”고 했다. ‘선 핵 폐기 후 보상’의 리비아식 해법을 고집해온 존 볼턴 미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이 최근 언론 인터뷰에서 북한과 리비아의 핵 능력 차이를 인정하는 발언을 한 것도 단계별 보상이 불가피한 상황을 일정부분 수용한 것으로 보인다. 북한 대남선전 매체인 우리민족끼리는 이날 “선의에는 선의로 대답하는 것이 옳은 처사”라며 비핵화 결단에 대한 미국의 호응을 촉구했다.

북·미 정상회담을 전후로 한 정치 일정도 묘하게 맞물려 있다. 판문점 선언에 담긴 종전 선언이 이르면 정전 협정 체결일인 7월 27일에 가능하다는 전망도 나온다. 미 중간선거 지형이 8월이면 윤곽이 잡힌다는 점을 고려하면 트럼프 대통령으로선 그 전에 북핵 문제에서 성과를 거두려고 할 가능성이 높다.

권지혜 기자 jhk@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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