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문점 북미회담… ‘세기의 이벤트’ 기대半 ‘한국이 부각’ 부담半

2018 남북정상회담이 열린 27일 경기도 파주시 판문점 평화의집 앞에서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판문점 선언’을 발표하고 있다. 판문점=이병주 기자


한반도 운전자론 인정 계기… 청와대로서는 최상의 카드
안전 문제 걱정되는데다 韓이 끼어드는 모양새 우려에 靑 “제3국 개최 유력” 신중


북·미 정상회담의 판문점 개최는 청와대로서는 최상의 카드다. 문재인 대통령의 한반도 운전자론이 세계적으로 인정받는 계기가 될 수 있다. 판문점 회담은 마지막 분단국가의 평화체제 구축 발판을 만든다는 점에서, 한반도 분단을 잉태했던 1945년 얄타회담, 미·소 냉전 체제를 종식시킨 1989년 몰타회담에 비유하는 사람들도 있다.

부담스러운 면도 적지 않다. 수년간 적대적 관계를 유지했던 북·미 양 정상이 만나는 만큼 안전 문제를 비롯해 수많은 어려움이 예상된다. 북·미 양국의 세계사적 회담 협상에 청와대가 끼어드는 모양새로 비치는 것도 꺼려지는 대목이다.

청와대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판문점 북·미 정상회담 개최 가능성 언급에 대해 신중한 태도를 보였다. 1일 청와대 내부 회의에서는 ‘호들갑 떨지 말라’는 당부가 연이어 나왔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회의에서 “아직까진 제3국 개최 가능성이 훨씬 높다”고 직원들에게 확인했다. 이어 “문 대통령이 지난 28일 통화에서 트럼프 대통령에게 북·미 정상회담의 판문점 개최를 설득했다는 일부 언론 보도도 사실과 다르다”고 밝혔다. 통화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이 남북 정상회담 당시 판문점 분위기를 묻자, 문 대통령이 자세히 설명한 게 전부라는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의 결정이 남아 있는 상황에서 청와대가 앞서나갔다가 자칫 역풍이 불 수 있다는 우려도 크다.

다만 청와대 내부적으로는 판문점 개최 가능성이 적지 않다는 관측도 나온다. 북·미 회담까지 채 한 달도 남지 않은 상황이다. 북·미 간 경호, 의전 문제를 협의할 시간이 부족하다는 게 첫 번째 이유다. 북한과 미국 모두 최고 지도자에 대한 경호 강도가 높은 것으로 유명하다. 게다가 두 사람이 만날 경우 안전문제를 심각히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

북한의 이동 수단도 문제다. 노후한 중거리 비행용으로 평가되는 북한 항공기가 미국이나 유럽까지 한번에 비행할 여건이 되지 않는 것으로 전해졌다. 유력한 제3국 개최지 후보인 싱가포르까지도 비행이 가능한지 의문이다. 몽골이 개최 후보지로 거론되는 것도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전용열차로 이동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내외신에 대한 지원 문제도 고려해야 한다. 남북 정상회담의 대부분 과정이 생중계된 만큼 북·미 정상회담도 전 과정이 생중계될 가능성이 높다. 판문점을 제외하면 이 정도 지원을 위한 매머드 프레스센터 설치가 가능한 곳은 싱가포르 정도라고 한다. 청와대 관계자는 “한 달 안에 1만명 이상 언론인의 숙박과 프레스센터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도시는 동아시아에서 서울과 일본 도쿄밖에 없다”고 말했다. 판문점에서 북·미 정상회담이 개최되면 이 모든 문제가 해결된다. 지난달 27일 남북 정상회담을 치른 만큼 경호·의전·보도 문제에 대한 ‘코리아 패키지’를 그대로 사용할 수 있다.

문제는 청와대의 개입에 대해 북·미 양국이 어떻게 반응하느냐다. 실제 미 행정부 내부에서는 세기의 회담을 판문점에서 치르는 데 대한 반발이 적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트럼프 대통령이 노벨 평화상 후보로 거론되는 상황인데 굳이 북·미 양자 문제에 한국을 끼워 넣을 필요가 없다는 뜻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트위터에 판문점 개최 가능성을 언급한 것이 내부 반대 여론을 잠재우기 위한 시도라는 해석까지 나오고 있다. 북·미 정상의 안전 문제도 걱정스러운 부분이다. 만에 하나라도 사고가 터진다면 청와대도 심대한 타격을 입게 된다. 국내 진보·보수진영의 충돌도 우려되는 대목이다.

강준구 기자 eyes@kmib.co.kr

사진=이병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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