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교류 성공하려면… 격차 줄여줄 ‘디딤돌 경제’ 필요



북한 주민이 남한 상황에 적응할 완충지대 만들어야
동·서독처럼 지자체 교류 경제적 차이 완화 바람직


남북 경제협력 재개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하지만 양측의 경제적 격차를 줄이기 위한 사전 준비는 여전히 미흡하다.

탈북민 사례를 보면 남한의 경제 상황에 적응하지 못해 빈곤을 벗어나지 못하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경제적 차이를 완화하고 교류 이후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선 ‘디딤돌 경제’, 즉 완충지대를 만들어줄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다.

전문가들은 우선 과거와 달라진 북한 주민들의 인식을 참조할 필요가 있다고 입을 모은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이 지난달 발간한 ‘탈북주민의 가치관, 적응도 및 삶의 만족도’ 논문은 자본주의에 대한 탈북민들의 이해가 높다는 점에 주목했다. 2003년 이후 탈북한 만 20세 이상의 1010명을 대상으로 설문 조사한 결과 응답자의 54.8%가 ‘돈이면 거의 모든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답했다. 부자가 인생의 중요한 목표라고 응답한 이들도 55.5%에 달했다. 남한으로 넘어온 후 인식이 바뀐 것이 아니라는 점이 주목할 부분이다. 논문을 집필한 최창용 KDI 국제정책대학원 교수는 1일 “최근 탈북민들을 만나보면 아이 교육 때문에 탈북을 결심한 이들도 있다”며 “빈곤 때문에 탈북하던 예전과는 다르다”고 설명했다.

문제는 이들이 기대만큼 남한 사회에서 적응해 나가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탈북민들의 경제적 욕구는 높지만 체류기간이 길어질수록 의욕은 저하됐다. 좋은 기회를 잡기 위해 얼마나 노력하는지를 5점 척도로 조사해 보니 체류기간이 5년 미만인 이들의 평균 점수는 4.04점으로 높았지만 6∼10년 체류자는 3.85점으로 뚝 떨어졌다. 남한 주민과의 경쟁에서 밀리는 구조가 의욕을 끌어내린 것이다. 논문은 천편일률적인 현행 탈북민 지원책 등 사회·경제적 장치의 미흡이 원인이라고 진단했다.

해소 방안의 하나로 독일의 사례가 거론된다. 북한연구소가 지난해 발간한 ‘독일 통일 과정과 지방자치단체의 역할’이라는 논문은 동·서독의 지자체 교류가 통일 이전부터 경제 격차를 완화하는 데 도움이 됐다고 분석했다. 동·서독의 대표적 항구 도시인 뤼백과 비스마르, 국제 박람회의 도시인 라이프치히와 하노버의 자매결연을 성공 사례로 들고 있다. 중앙정부 차원의 노력만으로는 미흡한 부분을 지자체 단위의 교류로 보완할 수 있다는 분석을 덧붙였다. 최 교수는 “가령 경기도가 집중하는 산업을 북한의 특정 지자체와 교류하는 방식 등을 통해 디딤돌이 될 수 있는 경제 구조를 만드는 것도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세종=신준섭 기자sman321@kmib.co.kr

그래픽=안지나 기자


 
트위터 페이스북 구글플러스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