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스로 퇴로 막은 北 ‘비핵화 의사’ 주민들에게도 공식화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이 28일자 신문 1∼4면에서 남북 정상회담 및 판문점 선언 채택 사실을 공개했다. 노동신문은 남북 정상이 종전선언 추진과 완전한 비핵화 입장을 확인했다는 사실도 모두 보도했다. 사진도 61장이나 실었다. 노동신문


NLL·군축 표현 이례적 사용 “주민들은 핵보유국으로 美와 담판 의미로 받아들일 것”
“미국식 민주주의는 反인민적” 자신들의 체제 우월성 주장… 경협 등 대비 내부 단속용인 듯


북한이 ‘완전한 비핵화’ 표현을 포함한 ‘판문점 선언’ 전문을 북한 주민들이 보는 매체에 가감 없이 공개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대외적으로만 밝혔던 비핵화 의사를 내부적으로도 공식화한 것이다. 북·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비핵화 합의 이행 의지를 강조함으로써 미국을 압박하려는 의도도 있다.

조선중앙통신과 노동신문 등 북한 매체들은 남북 정상회담 관련 소식을 대대적으로 보도했다. 노동신문은 28일자 1∼4면을 모두 털어 김 위원장의 군사분계선(MDL) 월경, 문재인 대통령과의 첫 만남, 평화의집에서의 정상회담, 만찬회동 등 각 일정을 사진 61장과 함께 소개했다. 특히 매체는 판문점 선언의 비핵화 부분과 관련해 “북과 남은 완전한 비핵화를 통해 핵 없는 조선반도(한반도)를 실현한다는 공동의 목표를 확인했다”고 밝혔다. 일부 표현만 북한식으로 바꿨을 뿐 판문점 선언 전문을 그대로 게재했다.

북한 매체들은 또 문 대통령과 김 위원장 간 회담 내용을 일부 공개하며 “북남 관계 문제와 조선반도 평화보장 문제, 조선반도 비핵화 문제를 비롯해 상호 관심사로 되는 문제들에 대해 솔직하고 허심탄회한 의견들이 교환됐다”고 전했다. 남북 정상회담에서 비핵화가 의제로 다뤄졌음을 인정한 것이다. 북한은 그동안 국제법 위반이라며 인정하지 않았던 ‘북방한계선(NLL)’과 군비 축소를 의미하는 ‘군축’ 등 껄끄러운 표현 역시 그대로 실었다.

정상회담 직후 북한이 판문점 선언의 비핵화 표현을 삭제하거나 다른 말로 대체할 수 있다는 분석도 있었다. 북한이 올해 대화 국면에서 벌어진 남북 관계 사안은 상세히 전하면서도 비핵화 협상 관련 내용은 숨겨왔기 때문이다. 하지만 북한은 대외 매체인 조선중앙통신은 물론 주민들에게도 공개되는 노동신문과 조선중앙TV에도 판문점 선언 전문을 실었다. 북한 주민들로서는 김 위원장이 핵을 담보로 남한 및 미국과 협상을 벌이고 있음을 처음 알게 된 셈이다.

고유환 동국대 북한학과 교수는 29일 “비핵화는 핵을 선제적으로 무조건 폐기하겠다는 것이 아니라 미국과 담판을 짓겠다는 의미”라며 “북한 주민들로서도 ‘당당한 핵보유국으로서 미국과 담판을 지을 것’이라고 생각할 것이다. 미국과 문제가 해결되면 경제 형편이 나아질 것이라는 희망도 생길 수 있다”고 말했다. 고 교수는 “김일성 주석과 김정일 국방위원장도 비핵화 얘기를 했기 때문에 비핵화 표현이 크게 부담이 되지 않을 것”이라고도 했다.

노동신문은 이날 미국식 민주주의를 ‘반인민적인 체제’라고 비난하며 자신들의 체제가 우월하다고 주장했다. 북·미 정상회담 이후 대외 경제 협력이 본격화될 것을 예상하고 미리 주민 단속을 해두려는 것으로 보인다. 신문은 ‘미국식 민주주의의 허황성을 똑바로 봐야 한다’는 제목의 개인 필명 논평에서 “미국식 민주주의는 자유와 민주주의에 대한 인민대중의 지향과 요구를 무자비하게 짓밟는 가장 반동적이며 반인민적인 통치체제이며 침략과 간섭의 도구”라며 “인민대중의 지향과 염원이 반영되고 그것이 인민대중 자신에 의해 실현될 때 진정한 민주주의라고 말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신문은 다른 기사에서 6·25를 “미제에 의해 세밀히 계획되고 면밀하게 준비된 침략전쟁이었다”고도 했다.

조성은 기자 jse130801@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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