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 내 두 번 만남… ‘남북 정상회담 정례화’ 시동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27일 경기도 파주 판문점 평화의집 광장에서 국군의장대와 전통의장대를 사열하며 걷고 있다. 김 위원장은 우리 군 의장대를 사열한 최초의 북한 최고지도자가 됐다. 판문점=이병주 기자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올가을 평양에서 두 번째 정상회담을 하기로 27일 합의했다. 남북 정상이 1년 내 두 차례 만나는 건 처음 있는 일이다. 문 대통령이 집권 2년째인 올가을 평양 정상회담에 성공한다면 남북 정상회담 정례화 가능성이 높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문 대통령과 김 위원장은 이날 판문점 남측 평화의집에서 정상회담을 마치고 “문 대통령은 올가을 평양을 방문하기로 했다”는 내용의 합의가 담긴 판문점 선언을 발표했다. 남북 정상회담 준비위원회는 선언 직후 자료를 내고 “이번 정상회담을 우리 측 지역에서 개최한 만큼 차기 정상회담은 올해 가을 평양에서 개최하는 데 합의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이번 정상회담을 통해 확고하게 형성된 남북 정상 간 신뢰를 토대로 향후 한반도 평화와 남북관계 발전을 위한 노력을 가속화한다는 의미”라고 덧붙였다.

실제로 남북 정상은 이날 회담 정례화를 암시하는 대화를 이어갔다. 김 위원장은 문 대통령에게 “이제 자주 만나자. 마음 단단히 굳게 먹고 (그동안의 합의가) 원점으로 오는 일이 없어야겠다”고 말했다. 이어 “잃어버린 11년 세월이 아깝지 않을 정도로 정말 수시로 만나서 걸린 문제를 풀어나가야 한다”고 덧붙였다.

문 대통령은 “과거에는 정권 중간이나 말에 늦게 합의가 이뤄져 정권이 바뀌면 실천이 이뤄지지 않았는데, 저는 시작한 지 1년차”라며 대화를 이어갈 의지를 내비쳤다.

남북 회담 정례화는 김대중·노무현 전 대통령의 숙원이자, 현 정부가 수차례 필요성을 언급한 사안이다. 주기적으로 남북이 만난다면 돌발 상황이 발생해도 정상 간 대화를 통해 상황을 풀어갈 수 있다. 남북 간 의제 구체화와 합의 내용 실천에도 유리하다. 정상회담 정례화가 현실화될 경우 장소로는 판문점이 유력하게 꼽힌다. 임종석 대통령 비서실장도 “자리만 잡을 수 있다면 판문점 회담이라는 방식은 매우 효율적”이라고 말한 바 있다.

김 위원장은 회담에서 청와대 방문 가능성을 드러내며 회담 정례화 가능성을 높였다. 문 대통령은 군사분계선(MDL)에서 평화의집까지 이동하며 김 위원장에게 “외국 사람들도 우리 전통의장대를 좋아한다고 한다. 그런데 오늘 보여드린 전통의장대는 약식이라 아쉽다”고 말했다. 김 위원장은 이에 대해 “대통령께서 초청해주시면 언제라도 청와대에 가겠다”고 대답했다.

문 대통령은 백두산에 가고 싶다는 얘기도 했다. 문 대통령은 김 위원장에게 평화의집 1층 환담장에 걸린 장백폭포와 성산일출봉 그림을 직접 설명했다. 이에 김 위원장은 “문 대통령이 나보다 백두산에 대해 더 잘 아는 것 같다”고 화답했다.

문 대통령은 “나는 백두산에 안 가봤다. 중국을 통해 가는 분들이 많더라”며 “나는 북측을 통해 백두산에 꼭 가보고 싶다”고 말했다.

박세환 기자 foryou@kmib.co.kr

사진=이병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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