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챔피언’ 마동석vs‘레슬러’ 유해진, 왠지 닮은 호감 투톱

마동석이 역경을 딛고 팔씨름 세계 타이틀에 도전하는 ‘챔피언’(왼쪽 사진)과 유해진이 아들을 둔 전직 레슬링 국가대표로 변신한 ‘레슬러’의 극 중 장면. 각 영화사 제공
 
영화 ‘챔피언’의 한 장면. 워너브러더스 코리아 제공
 
영화 ‘레슬러’의 한 장면. 롯데엔터테인먼트 제공


그리 호락호락한 인상들은 아니다. 초면에 선뜻 다가가 말을 걸기 어려울 수도 있다. 하지만 ‘씨익’ 미소를 짓는 순간 얘기는 달라진다. 단단함 속에 감춰진 부드러움이 살포시 엿보인다. 배우 마동석(47)과 유해진(48)이 지닌 반전 매력이란 바로 이런 것이다. 이들이 그토록 열렬히 대중의 사랑을 받는 이유 말이다.

마동석과 유해진이 지나온 행보를 되짚어보면 포개지는 지점이 적지 않다. 대학에서 각각 체육학, 의상학을 공부한 두 사람은 과감하게 방향을 틀어 연기자의 길로 들어섰다. 오래도록 가슴에 품어 온 꿈을 기어코 이뤄낸 것이다. 마동석은 ‘바람의 전설’(2004)로, 유해진은 ‘블랙잭’(1997)으로 스크린에 데뷔했다.

초창기에는 개성파 조연으로 주목받았다. 마동석은 대부분의 작품에서 형사 혹은 깡패로 등장했고, 유해진은 장르에 관계없이 감초 역할을 도맡았다. 그러는 사이 자연스럽게 이들의 ‘인간적 매력’이 부각됐고, 이를 발판 삼아 주연급으로 도약했다. 이후에도 이들은 역할이나 비중에 얽매이지 않는 작품 선택을 해나가고 있다.

유달리 ‘호감’ 이미지가 강하고, 그것이 티켓파워로까지 이어진다는 점도 닮았다. ‘마블리’란 별명이 붙여질 정도로 대중적 인기를 얻은 마동석은 지난해 주연한 ‘범죄도시’와 ‘부라더’를 연달아 흥행시키며 명실상부한 전성기를 누렸다. 유해진이 ‘원톱’ 주연으로 나선 코믹물 ‘럭키’(2016)는 ‘유해진 파워’에 힘입어 700만명에 육박하는 관객을 동원했다.

두 배우가 올해 처음 내놓는 신작들이 한 주 간격으로 관객을 만나게 됐다. 다음 달 1일 개봉하는 마동석의 ‘챔피언’과 9일 공개되는 유해진의 ‘레슬러’. 공교롭게도 이들 작품의 장르와 색깔마저 비슷하다. 스포츠와 가족애라는 소재를 버무려 웃음과 감동을 전하는 휴먼코미디다.

‘챔피언’은 어릴 적 미국에 입양돼 팔씨름 챔피언을 거머쥔 마크(마동석)가 인종차별로 인한 승부조작 누명을 쓴 뒤 선수 생활을 접고 한국으로 돌아와 가족을 찾는 여정을 그린다. 마크는 스포츠 에이전트 진기(권율)의 도움으로 여동생 수진(한예리)과 그의 두 아이 준형(최승훈) 준희(옥예린)를 만나게 되며 생전 처음 소속감을 느낀다.

마동석이 구상하고 기획해 탄생시킨 영화다. 실베스터 스텔론의 영화 ‘오버 더 톱’(1987)을 보고 ‘나도 언젠가 팔씨름 영화의 주인공이 되고 싶다’는 꿈을 갖게 됐다는 그는 10년에 걸쳐 이 작품을 준비했다. 19세 때 이민을 가 10여년간 미국 생활을 한 그는 실제 자신의 경험을 녹여 인물의 전사(前史)를 만들기도 했다.

“오래도록 꿈꿔온 팔씨름 영화를 내놓게 돼 기쁘다”는 마동석은 “과거 인터뷰 때 ‘온 가족이 함께 볼 수 있는 액션영화를 하고 싶다’고 얘기한 적이 있는데 ‘챔피언’이 그런 영화가 된 것 같다. 세고 잔인한 것보다 이렇게 재미있고 따뜻한 영화가 좋더라”고 흡족해했다.

‘레슬러’는 아내를 여읜 뒤 레슬링 유망주인 아들 성웅(김민재)의 뒷바라지에 전념하며 살아가는 전직 레슬링 국가대표 귀보(유해진)의 이야기다. 아들의 금메달이 곧 자신의 꿈이 돼버린 아버지와 그런 아버지의 기대를 충족시키기가 벅차기만 한 아들. 뜻밖의 계기로 폭발한 두 사람의 갈등은 서로의 진심이 맞닿은 순간 서서히 아물기 시작한다.

유해진의 능청스러운 코믹 연기가 빛을 발한다. 예상 가능한 흐름에도 이따금 관객의 웃음이 터지고야 마는 대부분 장면이 그의 분량이다. 성웅의 친구 가영(이성경)이 20세 연상의 귀보를 좋아한다는 억지 설정조차 유해진의 담백한 연기 덕에 비교적 자연스럽게 녹아들 수 있었다.

유해진은 “삼촌 역할은 많이 해봤지만 이렇게 장성한 아들이 있는 역은 처음이다. 나이 먹는 게 느껴진다”고 너스레를 떨었다. 이어 “따뜻함과 유쾌함이 있는 작품이어서 선택하게 됐다. 즐거움을 드리고자 열심히 만들었다. 보시면 후회하지 않으실 것”이라고 자신했다.

권남영 기자 kwonny@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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