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정상 ‘도보다리’ 벤치에 앉아 30여분 단독회담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27일 오후 판문점 군사분계선(MDL) 인근 ‘소떼 길’에 1953년생 소나무를 함께 심은 뒤 표지석에 손을 얹고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두 정상이 소나무를 심은 곳은 고 정주영 현대그룹 명예회장이 1998년 소떼를 몰고 방북하면서 밟은 곳이다. 판문점=한국공동사진기자단


예정 훌쩍 넘겨 ‘벤치 대화’… 한반도 미래, 속마음 교환
전례 없는 야외 정상회담… 정주영 소떼길에 공동 식수
金 “새 봄 잘 이끌어나가길”… ‘평화와 번영’ 표지석 제막도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27일 오전 회담 종료 후 각자 지역에서 따로 오찬을 하고 휴식을 취하다 오후 4시28분쯤 군사분계선(MDL) 근처에서 다시 만났다. 문 대통령이 임종석 대통령 비서실장과 정의용 국가안보실장, 서훈 국가정보원장, 조명균 통일부 장관 등 참모들과 함께 MDL에 먼저 도착해 김 위원장을 기다렸다.

잠시 후 김 위원장을 태운 벤츠 리무진이 판문점 도로에 등장했다. 차량은 중립국감독위원회 옆 잔디밭을 지나 문 대통령 일행이 있는 곳에 멈춰 섰다. 김 위원장은 조 장관의 안내를 받아 문 대통령 쪽으로 이동했다. 문 대통령은 김 위원장과 악수하며 어깨를 살짝 건드렸다. 김여정 노동당 제1부부장, 김영철 이수용 당 부위원장, 이선권 조국평화통일위원회 위원장 등이 김 위원장을 수행했다.

MDL에는 1953년생 소나무와 함께 한라산 흙과 백두산 흙, 삽 두 개가 미리 준비돼 있었다. 두 정상은 흰 장갑을 끼고 대결과 분단의 상징인 MDL에 ‘평화와 번영’을 상징하는 소나무를 심었다. 문 대통령은 스스로 장갑을 꼈지만 김 위원장은 김 제1부부장의 도움을 받았다. 나무는 고(故) 정주영 현대그룹 명예회장이 1998년 소떼와 함께 방북했을 때 밟은 땅에 자리를 잡았다. 두 정상은 직접 삽을 들어 한라산과 백두산의 흙을 세 차례 떴다. 김 위원장은 “어렵게 찾아온 새 봄을 잘 이끌어나가길 기원한다”고 말했다. 나무를 심은 뒤 문 대통령은 대동강 물, 김 위원장은 한강 물을 나무 밑동에 부었다.

이어 두 정상은 표지석 제막식을 함께 진행했다. 두 정상이 밧줄을 잡아당기자 ‘평화와 번영을 심다’라는 글귀가 적힌 표지석이 모습을 드러냈다. 한글 서예 대가인 효봉 여태명 선생의 글씨로, 문 대통령이 직접 선정한 글귀다. 글귀 아래에는 두 정상의 서명도 새겨졌다. 두 정상은 표지석과 나무를 배경으로 기념사진도 찍었다.

식수 행사를 마친 두 정상은 참모들을 뒤로하고 ‘도보다리’까지 산책했다. 조한기 청와대 의전비서관과 김창선 북한 국무위원회 부장만 50여m 앞서 걸으며 두 정상을 인도했다. 도보다리는 1953년 정전협정 직후 중립국감독위원회가 왕래 편의를 위해 판문점 습지 위에 만든 다리다. 두 정상은 수행원 없이 단둘이 산책을 하며 의견을 교환했다. 사실상 야외 단독 정상회담인 셈이다. 두 정상은 녹이 슬어 식별할 수 없게 된 MDL 표지판 앞에서 잠시 대화를 나눈 뒤 벤치에 앉아 대화를 이어갔다. 두 사람의 다리 위 단독 대화는 30여분간 진행됐다.

오후 회담 종료 후 문 대통령 주재 환영 만찬이 열렸다. 김 위원장 부인 이설주 여사도 우리 측 지역으로 넘어와 만찬에 합류했다. 문 대통령과 김정숙 여사, 김 위원장과 이 여사는 평화의집에서 잠시 환담을 나눈 뒤 만찬장으로 이동했다. 남북 정상의 부인 간 만남이 성사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만찬에는 우리 측에서 문 대통령 부부 외에 더불어민주당 추미애 대표와 우원식 원내대표, 박지원 민주평화당 의원, 도종환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 박용만 대한상공회의소 회장 등 34명이 참석했다. 북측에서는 김 위원장 부부와 김영남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 김영철, 김여정, 현송월 삼지연관현악단 단장 등 26명이 참석했다. 이명수 총참모장과 박영식 인민무력상, 이용호 외무상은 만찬 전에 북으로 돌아가 참석하지 못했다.

판문점 공동취재단, 조성은 기자 jse130801@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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