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정인 “北 원하는 건 평양에 트럼프 타워와 맥도날드”





“북한이 주도한 이번 회담… 정상국가 바라는 의사표시
김정은, 획기적 제안 예상” 美 자본으로 체제보장 포석
北경제도 더디지만 우상향… 수입품목 고도화, 산업 확대
이제는 자립으론 한계 봉착 … 결국 못 버티고 손 내민 듯


문정인(사진) 대통령 통일외교안보특보는 26일 “북한이 진정 원하는 것은 평양에 트럼프 타워가 들어서고, 맥도날드 가게가 문을 여는 것”이라고 말했다. 북·미 간 경제 협력을 강화해 미국 자본을 북한에 끌어들이면 체제 보장 수단이 될 수 있다는 의미다.

문 특보는 경기도 고양 킨텍스에 마련된 내외신 합동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전문가 토론회에 참석해 “북한은 미국의 공격으로부터의 안전, 나아가 경제적 이득을 바라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북한이 CVID(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돌이킬 수 없는 핵 폐기)를 한다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도 경제적 보상을 줄 것으로 본다”고 덧붙였다. 문 특보는 6월 초로 예상되는 북·미 정상회담에서 김 위원장이 획기적인 제안을 내놓을 수 있다고 전망했다. 그는 “김 위원장이 트럼프 대통령에게 ‘내가 핵탄두를 몇 개 갖고 있는데 그중 일부를 미 정부 확인 하에 폐기하겠다’고만 말해도 충분히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북한이 미국 자본 유입을 희망하는 것은 북한 경제 상황과 관련이 많다. 더디긴 하지만 북한 경제는 꾸준히 발전하고 있다. 산업기술 수준이 점차 고도화의 길을 걷고 있고, 극심한 식량난에서도 어느 정도 벗어나는 모습이다. 2016년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3.9%로 1999년 이후 최대치를 기록하기도 했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이 최근 펴낸 ‘북한경제 리뷰’에 수록된 ‘수입품목 분석을 통해서 본 북한 경제 동향’ 논문은 북한 공산품 수입액을 기술수준별로 고위·중고위·중저위·저위로 나눠 살폈다. 어떤 원료나 제품을 들여와 가공 또는 소비하는지를 보면 북한의 산업기술 수준이나 시장 수요의 변화 등을 파악할 수 있다.

논문은 과거 석유가공품, 플라스틱 등 중저위 제품 수입에 치중하던 북한이 최근 한 단계 높은 중고위 기술 제품 수입에 더 중점을 두고 있다고 분석했다. 중저위 기술 제품 수입은 줄어드는 반면, 화학원료·제품, 자동차, 전기기기·장비 등 중고위 제품 수입액은 같은 기간 4억9156만 달러에서 9억1048만 달러로 급증했다.

뿐만 아니라 휴대전화나 노트북 등 고위기술 제품 수입도 2007년 1억1777만 달러 수준에서 2016년 3억921만 달러로 163% 늘었다. 논문을 작성한 기획재정부 김양희 사무관(북한학 박사)은 26일 “수입품목 변화는 원재료를 가공하는 북한의 산업기술이 점점 고도화되고 있고, 북한 내 시장 수요도 그만큼 다양해지고 있다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갈 길 바쁜 북한 입장에서는 국제사회의 제재가 뼈아프다. 특히 북한의 석탄 수출을 제한한 유엔 안보리 결의안 2321호와 대북 원유 공급을 동결하고 섬유제품 수출을 금지한 2375호는 북한의 대중 수출 급감 등으로 이어지고 있다. 동국대 고유환 북한학과 교수는 “북한이 대북 제재와 핵협상·체제보장을 연계시키지 않는다는 원칙을 천명하고 있지만 이런 경제적 압박이 북한의 입장 변화를 불러온 여러 이유 중 하나일 수 있다”고 말했다.

권지혜 기자, 세종=정현수 기자jukebox@kmib.co.kr

사진=최현규 기자

그래픽=안지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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