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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판 화성 연쇄살인범 42년 만에 잡혔다

미국 캘리포니아주 새크라멘토에서 2016년 5월 수사관들이 미국 역사상 최악의 미제사건인 ‘골든 스테이트 킬러 사건’의 수사 진행 상황을 설명하며 범인의 몽타주를 보여주고 있다. AP뉴시스


사진=AP뉴시스


76∼86년 캘리포니아 일대서 최소 12명 살해·45명 강간
‘골든 스테이트 킬러’로 악명 DNA 수사에 덜미… 전직 경찰
검사 “건초더미서 바늘 찾아” 사상 최악의 미제 사건 해결돼


1970, 80년대 미국 캘리포니아 일대에서 40여건의 강간과 10여건의 살인을 저질러 ‘골든 스테이트(캘리포니아주를 일컫는 말) 킬러’로 불린 용의자가 42년 만에 체포됐다. 무엇보다 용의자가 범행을 저지를 당시 경찰 신분이었던 것으로 드러나 미국이 충격에 휩싸였다.

워싱턴포스트(WP) 등 미국 언론은 캘리포니아주 새크라멘토 경찰이 6건의 살인 혐의로 조지프 제임스 드앤젤로(72·사진)를 체포해 송치했다고 25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드앤젤로는 76년부터 86년까지 최소 12명을 죽이고 45명을 강간한 혐의를 받고 있다.

처음 신고가 접수된 건 76년 새크라멘토 카운티의 한 가정집에서 젊은 여성이 성폭행을 당한 사건이었다. 이후 1년 동안 이 지역의 성폭행 피해자는 수십명으로 늘었다. 가장 어린 피해자인 13세 소녀는 가족과 함께 집에 있다가 성폭행을 당했다. 범인은 남편이 보는 앞에서 아내를 강간한 뒤 부부를 모두 살해하기도 했다. 경찰은 사건이 같은 지역에서 반복됐다는 점, 용의자의 용모와 목소리 등에 대한 피해자들의 진술 등을 토대로 사건의 범인이 동일인일 것으로 추정했다.

86년 어바인에서 18세 여성을 성폭행한 뒤 살해한 것을 마지막으로 범인은 자취를 감췄다. 사건 해결을 위해 경찰은 물론 연방수사국(FBI)까지 동원됐지만 수사는 오리무중이었다. ‘미국 역사상 최악의 미제사건’으로 남은 채 40여년이 흘렀다.

드앤젤로는 최근까지도 용의선상에 오르지 않았다. 그러나 지난주 경찰이 80년 벤추라 카운티에서 일어난 살해사건에서 검출된 DNA가 드앤젤로의 DNA와 일치하는 것을 확인하면서 수사는 급물살을 탔다. 경찰은 오래전 범인이 법 집행과 관련된 일을 하고 있을 수도 있다고 추정한 적이 있었다. 그 추정은 정확히 들어맞았다. 드앤젤로는 73년부터 캘리포니아주 내 경찰서에서 근무하다가 79년 절도 사실이 들통나 해고된 것으로 확인됐다. 용의자는 대부분 집안에 은둔해 살아왔으며, 딸 3명을 둔 것으로 전해졌다.

살아남은 피해자들은 이제야 안도했다고 뉴욕타임스(NYT)는 전했다. 카슨 샌들러(72)는 “나를 강간한 범인이 어딘가에 있다는 생각으로 평생을 살았다”면서 “하나님이 우리 모두의 기도에 응답해주셨다”고 말했다. 새크라멘토 카운티의 앤 마리 슈버트 검사는 기자회견에서 “건초더미에서 바늘을 찾았다”고 말했다.

임세정 기자 fish813@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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