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길에서 평화가 시작된다… 오늘 판문점서 남북정상회담

한반도 평화와 번영을 논의하기 위한 역사적인 남북 정상회담이 27일 남북 분단의 상징 판문점에서 열린다. 남북이 반세기 넘게 이어진 대립과 갈등의 역사를 극복하고 화해와 공존을 위해 서로 머리를 맞댄다. 정상회담을 하루 앞둔 26일 판문점 공동경비구역(JSA) 내 군사정전위원회 본회의실(T2·왼쪽 건물)과 소회의실(T3·오른쪽 건물) 사이 군사분계선(MDL)을 가운데 두고 남북 병사들이 경계근무를 서고 있다. 마주보이는 건물이 북측 지역의 판문각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남측 땅을 처음 밟는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을 군사분계선에서 맞이한다. 판문점=이병주 기자


오전 9시30분 MDL 첫 만남… 2차례 정상회담
軍의장대 사열·소나무 기념식수·친교 산책도
비핵화 담판 최대 관건… 합의문 명시 수위 주목
세계의 눈 한반도로… “北·美 정상회담 지렛대”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27일 분단의 상징 판문점에서 역사적인 남북 정상회담에 나선다. 1953년 6·25전쟁 정전(停戰) 이후 처음으로 판문점 남측 지역에서 남북 정상이 회동하는 역사적 만남이다.

두 정상은 ‘평화와 번영’ 키워드 아래 한반도 비핵화와 평화 구축 방안을 광범위하게 논의하게 된다. 두 정상은 6월 초 북·미 정상회담에 앞서 비핵화 로드맵 합의 도출을 위한 담판을 벌일 것으로 관측된다. 문재인 김정은 두 정상이 정전협정 체결 이후 65년간 지속됐던 남북 대치 국면을 종식시키고 한반도 평화의 문을 여는 계기를 마련할 수 있을지 전 세계가 주목하고 있다.

남북 정상은 27일 오전 9시30분 판문점 군사분계선(MDL)에서 처음 대면한다. 김 위원장은 판문점 군사정전위원회 본회의실(T2)과 소회의실(T3) 사이의 MDL을 넘어 남쪽 땅을 처음 밟는다. 문 대통령은 MDL에 미리 나가 김 위원장을 맞는다.

양 정상은 오전과 오후에 정상회담을 하고 만찬을 함께한다. 오후에는 두 정상이 함께 소나무 기념식수와 산책도 할 예정이다. 회담이 종료되면 합의문에 서명하고 이를 발표한다. 합의 내용에 따라 양 정상이 함께 발표할지, 합의문에 서명만 한 뒤 각각 발표할지 결정된다.

남북 정상회담 준비위원장인 임종석 대통령 비서실장은 26일 경기도 고양 킨텍스 프레스센터 내외신 합동 브리핑에서 “이번 정상회담은 비핵화와 항구적 평화 정착이라는 핵심 의제에 집중된 회담”이라며 “북한의 핵과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이 고도로 발전한 이 시점에 비핵화 합의를 한다는 것은 1990년대와 2000년대 초에 이뤄진 비핵화 합의와는 근본적으로 성격이 다르다”고 말했다. 이어 “지난달 대북 특사단의 평양 방문에서 확인한 비핵화 의지를 양 정상이 직접 어느 수준에서 합의할 수 있을지, 어떤 표현으로 명문화할 수 있을지 어려운 대목”이라며 “가장 핵심적인 부분은 결국 내일 정상 사이의 몫으로 고스란히 남겨져 있다”고 말했다.

김 위원장은 정상회담에 북한 행정수반인 김영남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을 비롯해 대남·외교·군 최고 책임자급을 모두 공식 수행원으로 대동한다. 특히 이수용 노동당 부위원장과 이용호 외무상 등 외교라인이 포함된 것은 앞으로 예정된 북·미 정상회담과 비핵화 프로세스 대응 논의를 위한 조치로 해석된다.

전 세계도 남북 정상회담을 주목하고 있다. 미국 워싱턴포스트는 “핵전쟁 위험에서 벗어나려면 남북 정상회담을 성공시켜야 한다”며 “북·미 정상회담의 운명도 27일 한반도에서 일어날 일과 연관돼 있다”고 분석했다. 뉴욕타임스(NYT)도 “남북 정상회담 공동성명은 구체적이기보다는 북·미 간 실질적 협상을 위한 기초를 마련하는 내용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중국 매체들은 장밋빛 기대감을 쏟아냈다. 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는 “남북 정상이 다시 만나는 역사적인 시간이 다가오고 있다”며 “남한과 북한 민중 사이에서는 회담이 성공적으로 끝날 것이라는 기대감이 확산되고 있다”고 전했다. 영국 BBC방송은 “한반도에서 지난 10여년간 볼 수 없었던 역사적인 회담(historic talks)이 열린다”고 전했다. 프레스센터에도 내외신 기자 3000여명이 몰려 전 세계의 높은 관심을 드러냈다.

강준구 장지영 기자 eyes@kmib.co.kr

사진=이병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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