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南 참모들 막전막후 활약, 北 두 여성 전면에… 정상회담 주역들



과거 1·2차 회담과 달리 준비 과정 속전속결로 성사
통일부·조평통, 공식채널을… 국정원·통전부, 막후 협상 담당
서훈, 남·북·미 채널 만들고… 정의용은 3국 간 메신저 역할


2018 남북 정상회담이 성사된 데에는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을 돕는 참모들의 활약도 돋보였다.

이번 정상회담은 2000년, 2007년 1·2차 회담과 달리 모든 준비 과정이 속전속결로 이뤄졌다. 김 위원장의 올 1월 1일 신년사 발표 시점부터 따져도 4개월이 채 되지 않는다. 김 위원장 여동생 김여정 노동당 제1부부장과 부인 이설주 등 김씨 일가 여성들이 남북관계 무대 전면에 직접 나선 것도 과거에는 유례를 찾아볼 수 없었던 모습이다.

남북 대화의 첫발을 뗀 건 우리 통일부와 북한 조국평화통일위원회(조평통) 간 ‘통·통 라인’이다. 조명균 통일부 장관이 김 위원장 신년사 발표 다음날인 1월 2일 북한에 판문점 채널 복원과 고위급 회담 개최를 제안하자 이튿날인 3일 이선권 조평통 위원장이 조선중앙TV에 나와 이 제안을 수락했다. 이때만 해도 남북 간에는 전통문 등 채널이 두절된 탓에 공식매체를 통해 제안을 주고받을 수밖에 없었다.

두 사람은 1월 9일 판문점 남북 고위급 회담의 수석대표로 나섰다. 17일 후속 실무회담에는 천해성 통일부 차관과 전종수 조평통 부위원장이 나섬으로써 통일부와 조평통이 남북관계의 ‘카운터 파트’임을 공식화했다.

물밑에서는 서훈 국가정보원장이 움직였다. 김 위원장의 신년사 발표 전까지 남북 간 접촉은 없었다는 게 우리 정부의 공식 입장이지만, 서 원장이 이끄는 국정원 비공식 라인이 지난해 말부터 가동됐을 것이라는 관측이 일반적이다. 서 원장은 김영철 노동당 부위원장 겸 통일전선부장과 짝을 이뤄 남북 간 비공식 소통창구인 국정원·통전부 채널을 복원했다. 맹경일 통전부 부부장은 평창 동계올림픽 기간 무려 19일 동안 남측 지역에서 잠행하며 김상균 국정원 2차장과 비밀접촉을 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통일부와 조평통이 공식채널을, 국정원과 통전부가 막후 협상을 담당한 셈이다.

서 원장은 마이크 폼페이오 미 중앙정보국(CIA) 국장(현 국무부 장관 내정자)과도 접촉해 사상 첫 남·북·미 3각 고위급 채널을 만들어냈다. 서 원장은 3각 채널을 통해 평창올림픽 개회식 다음날인 2월 10일 김여정과 마이크 펜스 미 부통령 간 비밀회동을 주선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지난달 말 이뤄진 폼페이오 국장의 극비 방북도 서 원장과 김영철의 주선에 따른 것으로 알려져 있다.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은 북한과 미국을 오가며 문 대통령과 김 위원장,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간 ‘메신저’ 역할을 맡았다. 정 실장은 지난달 5일 서 원장과 천 차관 등 특사단을 이끌고 방북해 김 위원장에게 문 대통령의 친서를 전달했다. 정 실장은 청와대로 돌아와 4월 말 남북 정상회담 개최 사실을 공식 발표했다. 직후 정 실장은 미국을 찾아 김 위원장의 북·미 정상회담 제안을 트럼프 대통령에게 전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제안을 전격 수용하면서 북·미 정상 간 역사적인 첫 만남도 성사됐다.

여성들의 활약도 두드러졌다. 특히 김여정이 친오빠인 김 위원장 특사 자격으로 청와대를 방문한 건 엄청난 파격이었다. 김여정은 1950년 6·25 전쟁 이후 서울을 찾은 첫 김씨 일가 사람이 됐다. 김 위원장 부인 이설주는 정 실장 등 우리 특사단이 방북했을 당시 김 위원장과 함께 만찬을 주재해 눈길을 끌었다. 이설주는 김 위원장 방중 때 동행한 데 이어 최근에는 ‘존경하는 여사’ 호칭을 받는 등 ‘퍼스트레이디’ 대우를 받고 있다. 김여정과 이설주는 27일 남북 정상회담 당일 김 위원장과 함께 판문점 남측 지역을 찾을 것으로 보인다. 김씨 일가 사람은 아니지만 북한 예술단을 이끌고 내려온 현송월 삼지연관현악단장도 가는 곳마다 이목을 끌었다.

김여정 등 김씨 일가가 남북관계에 직접 나서면서 김창선 국무위원회 부장도 바쁘게 움직였다. 김 위원장의 비서실장 격인 김창선은 김씨 일가의 의전을 총괄하는 위치에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그는 김여정 방남 때 동행한 데 이어 우리 대북 특사단의 김 위원장 접견 일정 조율에도 관여했다. 김창선은 남북 정상회담 의전·경호·보도 실무접촉의 북측 수석대표로, 문 대통령의 ‘그림자’인 윤건영 청와대 국정상황실장의 카운터 파트를 맡고 있다. 이들을 두고 두 정상 간 ‘최측근 라인’이라는 평가도 나온다.

조성은 기자 jse130801@kmib.co.kr

그래픽=이은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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