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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의에게 묻다] 14년간 3000명 수술… 대장암 ‘해결사’


 
서울성모병원 대장암센터 대장항문외과 이윤석 교수(가운데)가 지난 18일 복강경 대장암 절제수술을 받고 병실에서 몸을 추스르고 있는 김모(67)씨에게 주의할 점들을 설명하고 있다. 곽경근 선임기자


서울성모병원 대장항문외과 이윤석(사진) 교수는 대장암 복강경·로봇 수술 전문가다. 2004년 5월 60대 남성 직장암 환자를 처음으로 수술한 후 약 3000명의 결장·직장암 환자를 수술했다.

의료계에는 수술 관련 속설이 하나 있다. 어떤 수술이든 적어도 100건 이상 집도해봐야 이런 저런 경우의 수를 다양하게 경험해 기술적 완숙 단계에 이른다는 얘기다. 이 교수의 경우 대장암 수술에 관한 한 완숙 단계를 넘어 통달의 경지에 올랐다 해도 지나치지 않은 셈이다. 실제로 이 교수는 경험하지 못한 합병증이 없을 만큼 위기해결능력이 뛰어나고 수술 시 최고의 테크닉을 가진 대장암 해결사로 통하고 있다.

이 교수는 현재 직장암 복강경 수술을 평균 2시간 내외에 마치고 있다. 수술 결과도 좋아 복강경 수술 중 또는 수술 후 개복수술 전환 비율이 2% 이내, 문합부(꿰매어 이은 곳) 누출률이 5% 수준에 그친다. 그만큼 숙달돼 있다는 뜻이다.

이 교수한테는 외국 대장항문외과 의사들의 ‘러브 콜’도 잇따르고 있다. 그의 남다른 대장암 복강경 수술법을 배우고 싶어서다. 아시아로봇수술학회(ARCCS) 아세안대장항문포럼 등 아시아 학회는 물론 미국과 유럽에서 열리는 국제 대장암 학술대회에 70회 이상 초청연사로 참가해 특강을 해온 결과다. 이 교수는 해외에서 직장암 복강경 수술 생중계 시연도 13번 했다.

지난 11∼14일 미국 시애틀에서 열린 국제복강경학회(SAGES)에서는 그동안 단일공(單一孔) 복강경으로 수술한 대장암 환자 388명을 장기간 지켜본 결과, 일반 복강경 수술과 큰 차이가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고 발표해 주목을 받았다.

선진국형 대장암 환자 급증 추세

대장암은 선진국 형으로 꼽히는 대표적 암이다. 국가암등록통계에 따르면 2015년 한 해 동안 우리나라에서 가장 많이 발생한 암은 위암이었고 대장암이 2위를 차지했다.

세계보건기구(WHO) 산하 국제암연구소(IARC)는 세계 184개국의 대장암 발생률을 조사한 결과 한국이 인구 10만명당 45명꼴로 가장 높다고 발표했다. 인구 고령화로 우리나라의 대장암 발생률은 더 높아질 것으로 예측된다. IARC는 2030년쯤 현재의 2배 이상일 것으로 전망한다. 대장암 발생률이 급증하는 것은 동물성 지방 섭취 위주의 서구식 식생활과 운동부족이 주원인으로 지적된다.

이 교수는 23일 “대장암을 피하려면 무엇보다 식이섬유를 충분히 섭취하고 동물성 지방 섭취를 줄이며 규칙적으로 운동을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대장내시경 검사를 주기적으로 받는 것도 중요하다. 암의 씨앗이라 할 수 있는 선종성 용종 단계에서 발견해 조기에 뿌리를 뽑을 수 있어서다.

수술 시 주위 림프절 절제해야

수술을 앞둔 대장암 환자가 우선적으로 고려해야 할 점은 무엇일까. 이 교수는 “대장암 치료의 성공 여부는 수술 시 얼마나 정확하고 세밀하게 암을 절제하는가에 달려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라며 대장암 수술 시 의료진과 환자가 고려해야 할 점으로 세 가지를 꼽았다.

첫째, 대장암 부위를 기준으로 충분한 안전거리를 확보해 대장암 발생 부위와 림프절을 완전히 절제해냄으로써 재발 위험을 줄일 수 있는가를 잘 판단해야 한다. 일반적으로 암 수술은 위쪽과 아래쪽으로 각각 5㎝ 이상 절제하는 게 원칙이다. 림프절 절제는 암을 완전히 제거하는 목적 외에 정확한 병기를 설정하는 데도 필수적이다. 병기에 따라 치료방법이 달라지기 때문이다.

둘째, 직장암의 경우 가능한 한 항문괄약근을 보존하는 게 좋다. 수술 후 환자 삶의 질과 직결되기 때문이다. 그래서 수술 전 방사선 화학요법 등을 먼저 시행한 뒤 항문괄약근 보존수술을 시행하는 경우도 있다.

셋째, 직장암 수술 시 자율신경 보존술을 시행해 가급적 성기능이나 배뇨기능 손상을 최소화하도록 노력해야 한다.

고령 환자도 수술 못할 이유 없다

평균·기대수명의 증가와 더불어 수술이 필요한 고령의 대장암 환자도 증가하고 있다. 70세 이상 고령 환자는 젊은 환자에 비해 신체 면역력이 떨어지는 데다 전신마취수술의 후유증을 두려워해 수술을 꺼리기 일쑤다. 고령 대장암 환자는 수술을 받는 게 좋을까 아니면 살 만큼 살았으니 최소한의 통증제어 치료만 하는 게 옳을까. 이 교수는 “일반적인 대장암 수술 후 평균 입원기간 7일보다 2∼3일 정도 더 입원한다는 것 외엔 큰 차이가 없다”며 “수술이 가능하다면 회피할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이 교수 연구팀은 2007년부터 지난해 8월까지 서울성모병원 여의도성모병원 인천성모병원 성빈센트병원에서 대장암 수술을 받은 85세 이상 고령 환자 140명을 추적 조사했다. 환자들의 나이는 평균 87세였고 입원치료 일수는 평균 10일이었다. 수술 후 적극적인 치료를 필요로 하는 심각한 합병증 발생률은 10%, 수술 사망률은 2.1%에 그쳤다.

이 교수는 “복강경 수술을 하면 합병증 발생 위험을 최소화할 수 있다. 나이가 많다는 이유만으로 수술을 포기하기보다 적극적 치료를 통해 100세 시대 여생의 질 개선을 도모하는 게 나을 것이라 본다”고 말했다.

이 교수가 요즘 3D복강경 로봇수술로 직장암을 제거하는 데 집중하는 이유도 이 때문이라고 할 수 있다. 3D복강경 로봇수술은 환부를 실제 크기보다 10∼15배 확대시킨 3차원 입체 영상으로 살피며 5∼8㎜ 크기의 작은 로봇 팔로 정교하게 제거하는 치료법이다.

이 교수는 “좁은 골반 안에서 540도 회전이 가능한 로봇 팔을 이용하면 항문 근방 하부 직장암 수술을 할 때도 주변 혈관이나 신경 손상을 최소화할 수 있는 이점이 있다”고 설명했다.

이기수 의학전문기자 kslee@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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