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쓰는 스타, 책 읽는 스타… ‘아이돌셀러’ 시대

출판 시장에서 스타들의 파급력이 커지고 있다. 연예인이 쓴 책들이 1만부 이상 팔리고 스타가 읽는 책의 판매 부수가 급증하는 식이다. 왼쪽부터 ‘웰컴 나래바’를 쓴 박나래, 창비 시 어플리케이션 ‘시요일’을 마비시킨 워너원의 강다니엘. 제이디비엔터테인먼트 제공·워너원 페이스북
 
페이크 에세이 ‘겉짓말’을 쓴 유세윤. 코엔스타즈 제공


인생 스토리 담은 책 출간하거나 독서하는 모습 방송 통해 노출
대중 높은 관심 보여 판매 호조… 누구나 책 낼 수 있는 시대 맞아
주류 작가 위축되는 경향 있지만 연예인이 팬에게 긍정적 영향


출판 시장에서도 ‘스타 파워’가 작용하고 있다. 책 쓰는 연예인이 늘고 있고, 스타들의 책읽기가 판매 부수 증가로 이어지면서 ‘아이돌셀러’라는 말도 생겼다.

스타들이 책을 내는 게 아주 드문 일은 아니었다. 주로 요리, 베이킹, 인테리어, 사진 등 특정 분야에 관한 책을 내는 추세에서 인생 스토리를 담은 에세이나 독특한 주제에 대한 글쓰기로 확장되고 있다.

개그맨 유세윤은 우리나라에 없던 장르를 개척했다. 최근 출간한 ‘겉짓말’은 페이크 에세이(fake essay)라는 장르의 책이다. 에세이지만 거짓말을 대놓고 가미한 황당하고 묘한 책이다. 출간 3일 만에 중쇄를 찍었고, 2주 만에 5000부가 나갔다. 어디까지가 진실인지 갸웃거리게 되는 모호한 경계를 오가며 읽는 재미가 있다.

최근 가장 좋은 성적을 낸 스타는 촌철살인의 세대 풍자를 담아낸 농담집 ‘블랙 코미디’의 저자 개그맨 유병재다. 지난해 9월 출간 직전 예약 판매를 시작하자마자 베스트셀러 1위에 올랐고, 6개월 만에 8만부를 찍어내는 성과를 거뒀다.

개그맨 박나래의 ‘웰컴 나래바’도 출간 4개월 만에 1만3000부를 찍었다. 열악한 출판 환경에서 꽤 좋은 성적을 냈다. 출판사 싱긋 관계자는 “소탈하고 평범한 매력의 인간 박나래를 보여줘 공감할 만한 대목이 많다. 20∼30대 여성 독자가 85% 이상”이라고 말했다.

연예인이 쓴 책이 꾸준히 나오는 것은 시장 반응이 좋기 때문이다. 한 출판사 관계자는 “연예인의 책은 파급력이 높고, 저자 스스로 홍보에 적극적이라는 게 장점이다. 대중에게 다양한 책을 소개할 수 있다는 점에서도 연예인 필자가 계속 나오는 것 같다”고 말했다.

스타들의 책 쓰기를 우려스럽게 보는 시각도 있다. 누구나 책을 낼 수 있는 시대가 되다 보니 오히려 주류 작가들의 글쓰기 작업이 위축되는 경향이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또 다른 출판사 관계자는 “돈 되는 연예인을 섭외하다 보면 인세에 불균형이 생기는 등 시장 가격이 파괴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고 말했다.

책 읽는 스타들도 출판 시장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지난달 아이돌 그룹 워너원의 강다니엘이 창비의 시(詩) 어플리케이션 ‘시요일’을 즐긴다고 하자 ‘시요일’ 앱 접속이 폭주했다. 4시간 넘게 서버가 마비되고 이틀 동안 1만5000건의 다운로드를 기록했다.

워너원의 옹성우가 팬 사인회에서 인상 깊게 읽었다고 밝힌 ‘마음사전’은 출간 10년 만에 3000부를 더 찍기도 했다. ‘바람의 열 두 방향’은 방탄소년단의 뮤직비디오에 나온 뒤 느닷없이 1만5000여부가 팔리기도 했다. 아이유가 읽는 모습이 방송을 타면서 유명해진 ‘인간실격’, 엑소 카이가 언급하며 품절 사태까지 벌어진 ‘여행자의 독서’ 등도 아이돌셀러로 꼽힌다.

박신규 시인은 “연예인들이 팬들에게 시나 소설을 읽게 해주는 것은 좋은 영향을 끼치는 것이라고 본다. 시를 읽는 하루와 읽지 않는 하루가 다르다는 것을 경험할 수 있는 것만으로도 긍정적”이라고 말했다.

문수정 기자 thursday@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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