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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소 되찾은 이 소녀… 전장에 핀 ‘희망’

시리아 소녀 마사가 15일(현지시간) 영국 BBC방송과 인터뷰를 하며 환하게 웃고 있다(오른쪽). 왼쪽 사진은 지난 7일 화학무기 공격을 받은 직후 세척액을 뒤집어쓴 채 떨고 있는 마사. BBC 캡처


3세 딸을 안고 있는 시리아 남성 왈리드 데르비쉬가 15일 난민촌에서 미국 CNN방송과 인터뷰를 하며 동구타 두마의 집 열쇠를 들어보이고 있다. CNN 캡처


화학무기 공격서 살아남은 일곱 살 소녀 마사
전쟁 참혹함 고발하면서도 밝은 표정 잃지 않아 감동


시리아 동구타 두마 출신 7세 소녀 마사는 15일(현지시간) BBC방송과의 인터뷰에서 1주일 전의 참혹한 상황을 또박또박 증언했다. 두마에서는 지난 7일 정부군의 화학무기 공격으로 최소 76명이 숨졌다. 마사는 그 공격에서 살아 남았다. 화학물질 세척액으로 온몸이 젖은 모습으로 전 세계 방송을 탔던 마사는 1주일 만에 환한 얼굴로 다시 카메라 앞에 섰다.

마사는 “연기를 뿜는 폭탄이 떨어진 뒤 엄마가 지하 대피소에서 저를 안고 지상으로 뛰쳐나갔어요”라며 “하지만 밖에 나와선 힘들어 땅에 쓰러졌고 엄마가 ‘내 딸아’라고 울부짖는 소리가 들렸죠”라고 당시를 기억했다. 이후 의사들이 달려와 이들을 병원으로 데려가 씻기고 해독제를 맞혀 살려냈다. 마사는 운이 좋았다. 그날 같은 대피소에서 3명이 죽었다. 고통은 거기서 끝나지 않았다. 얼마 후 공습이 재연됐고, 또 지하로 내려갔다. 마사는 “잠을 깼더니 피 냄새가 진동했어요”라고 말했다.

마사는 참혹한 기억을 세상에 고발하면서도 인터뷰 내내 밝은 표정을 잃지 않았다. 그런 그녀를 영국 더 선은 ‘용감한 마사(Courageous Masa)’라고 불렀다.

두마 주민 일부는 화학무기 공격 후 지난주 북부 알레포의 알볼 난민촌으로 급히 피난을 갔다. CNN방송은 지하에만 머물던 이들에게 난민촌의 햇빛은 그 자체만으로 ‘사치’라면서 각자의 사연을 전했다.

이곳 아이들은 난민 생활로 힘들 테지만 모든 살아있는 것들을 배려한다. 두 딸을 둔 엄마 움 누르는 CNN에 “어제 아이들이 텐트 밖에 길게 참호처럼 땅을 팠다”면서 “만약 난민촌에 폭탄이 떨어지면 텐트 주변에 있는 개미들이 대피할 수 있게 하려고 팠다고 하더라”고 소개했다. 전쟁의 트라우마가 그만큼 컸기 때문일 것이다. 그 아이들은 커서 다친 아이를 치료하는 의사가 되는 게 꿈이라고 했다.

역시 지난주 난민촌에 온 왈리드 데르비쉬(23)는 두마에서 빠져나올 때 가슴에 품고 온 소중한 물건 하나를 CNN 기자에게 보여줬다. 은색의 열쇠였다. 데르비쉬는 “언젠가 두마 집으로 돌아갈 날이 있을 것”이라며 미소를 지었다.

곤궁한 난민촌 살림이지만 페리지예(68) 할머니는 차를 대접하겠다며 기자를 텐트 속으로 불러들였다. 전쟁 통에도 손님에 대한 ‘본능적인 환대’가 아마 7년 내전을 겪은 할머니의 삶에 남은 유일한 자산인지 모른다고 CNN은 전했다.

중국 신화통신은 이날 모처럼 평온을 되찾은 두마 거리와 밝은 표정의 주민 모습을 전했다. 시리아 정부군과 러시아군이 선전전 차원에서 취재를 허용했을 것이다. 그러나 지난 14일 미국, 영국, 프랑스가 공습을 하기 전까지 그들 역시 얼마나 공포에 떨었겠는가. 반군 지역이든, 정부군 지역이든, 난민촌이든 평화는 언제나 그렇게 좋은 것이다. 언젠가 시리아 전역에 평화가 깃들 날이 올 것이다. 데르비쉬의 고향집 자물쇠가 ‘철컥’ 열리는 그 순간 말이다.

손병호 기자 bhso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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