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ME  >  시사  >  월드

코미 “트럼프의 모스크바 매춘 영상 존재할 수 있다”

제임스 코미 전 미국 연방수사국(FBI) 국장(오른쪽)이 15일(현지시간) 방송된 ABC방송의 ‘20/20’에서 진행자 조지 스테파노풀러스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AP뉴시스


트럼프, 러 대선 개입 관심 없고 매춘 테이프 존재에만 집착해
“도덕적으로 대통령 자격 없고 러시아 정부 협박에 취약” 평가 “얼굴이 오렌지색” 인신공격도
트럼프 “역대 최악의 FBI 국장”


“도널드 트럼프는 도덕적으로 미국 대통령 자격이 없는 사람이다. 모스크바에서 매춘부들과 변태 성행위를 한 장면이 녹화됐을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러시아 정부의 협박에 취약하다.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 마이클 플린에 대한 수사중단 지시는 사법방해 행위다.”

제임스 코미 전 미 중앙수사국(FBI) 국장이 15일(현지시간) ABC방송과의 인터뷰에서 자신을 해고한 트럼프를 향해 지독한 독설을 퍼부었다. 코미가 언론과 인터뷰를 한 건 지난해 5월 전격 해고된 이후 처음이다. 코미는 “트럼프에 대한 탄핵을 원치 않는다”면서도 “그가 대통령으로 적절하지 않은 사람이라는 건 분명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코미는 지난해 1월 당선자 신분인 트럼프에게 러시아의 미 대선 개입을 보고했을 때 보인 그의 첫 반응부터 의아했다고 쏘아붙였다. 트럼프가 재발방지책에는 관심이 없고 오로지 ‘러시아의 개입이 대선 결과에 영향을 미쳤는지’만 묻더라는 것이다.

코미는 또 FBI가 영국 정보기관 출신 인사로부터 입수한 ‘트럼프의 변태 성행위 보고서’에 대한 트럼프의 반응도 자세히 소개했다. 35쪽 분량의 보고서에는 트럼프가 부동산재벌 시절인 2013년 모스크바의 한 호텔에서 매춘부 여러 명과 변태 성행위를 했으며, 이 장면을 녹화한 비디오테이프를 러시아 정부가 갖고 있을 수 있다는 내용이 담겨 있다. 코미는 자신의 회고록 ‘더 높은 충성심(A Higher Royalty)’에서 보고서에 묘사된 변태 성행위 중에 매춘부들이 상대의 몸에 오줌을 누는 행위(golden shower)도 있었다고 묘사했다.

트럼프는 취임 직후 코미를 백악관으로 불러 단둘이 만찬을 가지면서 그것이 사실이 아니라는 것을 입증해 달라고 부탁했다. 트럼프는 ‘아내 멜라니아가 그것을 듣고 1%라도 사실로 여길까봐 두렵다’고 말했다는 것이다. 이 자리에서 트럼프는 코미에게 충성을 요구했다.

코미는 인터뷰에서 “현 미국 대통령이 2013년 모스크바에서 오줌 누는 매춘부들과 어울렸는지 나는 모른다”면서도 “내 입에서 이런 말이 나올 줄 몰랐지만 그럴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그는 지난해에는 ‘검증 안 된 이야기’라고 했었다.

그는 나아가 러시아 정부가 이 변태 성행위 장면을 담은 비디오테이프를 갖고 있을 가능성도 제기했다. 이 비디오테이프의 존재는 아직 공식적으로 확인된 적이 없다.

코미는 또 주미 러시아 대사를 접촉하고도 이를 숨긴 사실이 드러나 해임된 플린 전 국가안보보좌관에 대한 트럼프 대통령의 수사중단 압력은 명백한 사법방해 행위라고 주장했다. 그는 “트럼프가 러시아 스캔들을 수사하는 로버트 뮬러 특별검사를 해임한다면 가장 심각한 ‘법의 지배(rule of law)’ 원칙을 공격하는 것”이라고 경고하기도 했다.

코미는 “트럼프의 손이 작지만 이상하지는 않았다”고 말하는 등 외모를 지적하는 인신공격성 발언도 서슴지 않았다. 그는 “트럼프의 얼굴 피부는 오렌지색인데 눈 아래만 반달 모양으로 하얀색인 걸 보면 태닝을 할 때 고글을 쓴 것 같다”고 꼬집었다.

트럼프는 코미의 인터뷰가 방영되기 전 트위터를 통해 “약아빠진 코미는 역사상 최악의 FBI 국장으로 기록될 것”이라며 “그의 회고는 가짜”라고 공격했다.

코미에 대한 미 정가의 반응은 엇갈린다. 의회전문매체 더 힐은 “한편에서는 코미를 부당한 해고에 맞서는 저항의 상징으로 보지만, 다른 한편에서는 자기 자신을 워싱턴에서 가장 정직한 인물로 이미지를 조작하는 관심병 환자로 본다”고 평가했다.

두 사람의 주장이 맞서고 있지만 코미를 지지하는 여론이 우세하다. ABC방송이 실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코미의 말이 사실일 것’이라고 믿는 응답자가 48%인 반면 ‘트럼프의 말이 사실일 것’이라는 반응은 32%다.

17일 출간되는 ‘더 높은 충성심’은 예약 주문이 몰리면서 출판사 측이 85만부를 인쇄했다. 트럼프를 곤경에 몰아넣은 화제작 ‘화염과 분노’가 15만부 예약을 기록한 것에 비하면 폭발적인 관심이다.

뉴욕타임스는 러시아 스캔들 논란이 확산되면서 트럼프가 뮬러 특검을 해임할 가능성이 커지자 ‘대통령은 법 위에 있는 사람이 아니다’라는 장문(1366자)의 사설을 통해 해임을 해선 안 된다고 강력하게 경고했다.

워싱턴=전석운 특파원 swchun@kmib.co.kr




트위터 페이스북 구글플러스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