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일월드컵 키드’ 권창훈, 그를 보면 ‘산소탱크’가 떠오른다

프랑스 프로축구 디종의 공격수 권창훈(오른쪽)이 15일(한국시간) 프랑스 낭트 스타드 드 라 보주아르에서 열린 낭트와의 2017-2018 리그앙(1부 리그) 원정경기에서 후반 16분 동점골을 터뜨린 뒤 기뻐하고 있다. 디종 홈페이지


‘한·일월드컵 키드’… 당시 초등생 박지성 플레이에 반해 축구 시작
수원 삼성 거쳐 프랑스 디종 이적… 물 오른 득점력 3게임 연속골
마치 ‘산소탱크’ 박지성 보는 듯… 사실상 러 월드컵 한자리 예약
신태용號 전천후 해결사 떠올라


권창훈(24·디종)은 ‘2002 한·일월드컵 키드’다. 한국이 온통 붉은 물결로 뒤덮였던 한·일월드컵 당시 초등학교 2학년생이었다. 그는 박지성(37·은퇴)의 플레이에 반했다. 한국의 4강 신화를 지켜본 그는 아버지에게 말했다. “나 축구할래요.”

권창훈은 초등학교 3학년 때 축구를 시작했다. 중동중, 수원 삼성의 유스팀 매탄고를 거친 그는 2013년 1월 수원에 입단해 스타로 우뚝 섰다. 그는 지난해 1월 프랑스 리그앙(1부 리그) 디종으로 이적했다. 최근 3경기 연속 골을 터뜨린 월드컵 키드는 자신의 영웅인 박지성처럼 월드컵 스타로 발돋움할 꿈에 부풀어 있다.

권창훈은 15일(한국시간) 프랑스 낭트 스타드 드 라 보주아르에서 열린 낭트와의 2017-2018 리그앙 원정경기에 오른쪽 측면 공격수로 선발 출전해 팀이 0-1로 뒤지던 후반 16분 동점골을 터뜨렸다. 그는 팀 동료 나임 슬리티의 패스를 받아 페널티지역 중앙에서 왼발슛을 날려 낭트의 골문을 열었다. 지난달 31일 마르세유전에서 리그 7호 골, 지난 8일 툴루즈 전에서 8호 골을 넣었던 그는 3경기 연속 골을 기록했다. 디종은 권창훈의 활약 덕분에 1대 1로 비겼다.

이날 권창훈은 넓은 시야로 반대편에 있는 동료 선수들에게 긴 패스를 넣어 줬고, 상대의 허를 찌르는 공간 침투와 날카로운 슈팅으로 팀의 공격을 이끌었다. 마치 전성기 때 그라운드를 주름잡던 박지성의 플레이를 보는 듯했다.

사실 권창훈과 박지성은 닮은 점이 많다. 우선 신체조건이 유사하다. 권창훈은 174㎝, 69㎏이며 박지성은 175㎝, 72㎏으로 둘 다 체구가 작다. 과거 박지성은 ‘산소탱크’라는 별명을 얻었을 만큼 왕성한 활동력을 자랑했다. 권창훈도 지치지 않는 체력으로 최후방 수비까지 내려와 상대의 공을 빼앗고, 곧바로 역습에 나선다. 평소 순둥이지만 경기장에 들어서면 싸움닭으로 돌변하는 등 성격도 빼닮았다. 무엇보다 권창훈은 박지성처럼 축구밖에 모르고, 성실하며 책임감도 강하다.

권창훈은 이번 시즌을 앞두고 변신을 시도하며 한층 성숙해졌다. 열심히 프랑스어를 익혔고, 동료들에게 먼저 다가갔다. 약점인 체격을 키우기 위해 피지컬 트레이닝을 많이 했다. 왼발잡이지만 올리비에르 달로글리오 감독의 조언을 받아들여 오른발 슈팅도 연마했다.

권창훈은 지난달 두 차례 A매치 평가전에 모두 선발로 나섰고, 북아일랜드전(한국 1대 2 패)에선 득점포를 가동했다. 그는 손흥민(26·토트넘 홋스퍼)과 함께 2018 러시아월드컵 최종 엔트리 한 자리를 사실상 예약해 놓았다. 권창훈이 3경기 연속 득점포를 가동한데 반해 손흥민은 4경기 연속 골 맛을 보지 못했다. 유럽리그에서의 최근 활약을 놓고 보면 월드컵을 앞둔 컨디션은 권창훈이 손흥민보다 좋다고 볼 수 있다. 월드컵에서 ‘주포’ 손흥민이 한 방을 터뜨려 주지 못한다면 권창훈이 해결사로 나서야 한다.

김태륭 KBS·SPOTV 해설위원은 15일 “권창훈은 신태용호의 4-4-2 포메이션에서 날개 공격수로 제격”이라며 “활동량과 멀티 능력 등에서 박지성과 많이 닮았지만 마무리 능력은 오히려 권창훈이 더 뛰어나다”고 말했다. 꾸준히 좋은 활약을 보여 준다면 대표팀의 기둥이 될 수 있는 재목이라는 평가도 했다.

김태현 기자 taehyu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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