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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의에게 묻다] ‘팀 수술제’로 척추 재수술 위험 최소화

청담 우리들병원 고난도 척추재수술 전문팀이 지난 11일 다학제 협진 회의실에서 재수술을 앞두고 있는 한 중년 환자를 어떻게 치료하는 게 좋을지 협의하고 있다. 사진 왼쪽부터 정형외과 은상수 원장, 신경외과 금한중·신상하 원장, 배준석 병원장, 일반외과 배영식 원장. 최종학 선임기자


‘척추 5번, 천추 1번 재수술 21일째’ ‘이분척추(척추갈림증) 재수술 하고 나서’ ‘척추, 허리 수술 잘 하는 곳? 재수술 추천 좀’ ‘연골판 이식술 12일차에 재수술 했네요’ ….

국내 한 포털 사이트의 지식검색 코너에 게시된 글들의 제목이다. 혹시 또 잘못되면 어쩌나 하는 걱정과 더불어 척추수술을 두 번 이상 받게 됐을 때의 절실한 심정이 느껴진다.

평균수명의 증가로 고령인구가 늘어나면서 퇴행성 질환 유병률도 동반 증가하고 있다. 척추질환은 그중에서도 흔한 노인병 중 하나로 꼽힌다. 척추수술을 고려하는 이도, 실제로 수술을 받는 이들도 가파르게 증가하고 있다. 척추수술을 받은 환자들이 후유증으로 다시 병원을 찾는 사례도 해를 거듭할수록 늘고 있다.

큰맘 먹고 받은 허리수술이 잘못되고 다시 받은 재수술마저 만족스럽지 않았을 때의 좌절감이 얼마나 클지 상상하기란 어렵지 않다. 재수술이 필요할 때 처음보다 훨씬 더 신중하게 결정해야 하는 이유다. 재수술 시 최우선적으로 고려해야 할 점은 무엇일까.

청담 우리들병원 배준석 병원장(신경외과 전문의)은 16일 “무엇보다 임상경험이 많은 의사를 찾아 첫 수술이 잘못된 원인을 확실히 규명한 다음에 수술 여부 등을 따지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척추 질환은 워낙 증상이 다양하고 여러 원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의사들조차 수술결과를 장담하기가 쉽지 않은 까닭이다.

척추 디스크 재수술 받을 확률은

척추 재수술 환자 수는 얼마나 될까. 목·허리 디스크 쪽으로만 한정해도 척추수술 환자 100명 중 13.4명이 5년 내 재수술 위험에 빠진다는 보고가 있다. 이는 국내 한 대학병원 연구팀이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자료를 바탕으로 2003년 한 해 동안 처음 척추 디스크 수술을 받은 환자 1만8590명을 2008년까지 5년간 조사 분석해서 내놓은 발생빈도다.

척추 디스크 질환은 척추 수술 중 가장 발생빈도가 높은 질환이다. 디스크 재수술이 전체의 50% 이상을 차지할 정도다. 그 다음으로는 척추관협착증 약 30%, 척추전방전위증 약 15%, 척추측만증 약 5% 등의 순서다.

우리나라는 병원에 따라 다소 차이가 있긴 하지만, 평균적으로 첫 수술 후 한 달 이내 재수술을 받게 되는 환자가 약 4.1%다. 이어 1년 이내 7.4%, 2년 이내 9%, 3년 이내 10.5%, 4년 이내 12.1%, 5년 이내 13.4% 순으로 해를 거듭할수록 증가하는 양상이다.

이렇듯 척추 재수술 건수가 해마다 증가하는 이유는 섣부른 척추수술에 따른 후유증 또는 합병증이 가장 큰 원인이다. 척추 질환은 여러 원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발생하는 경우가 많다. 따라서 수술 시, 정확한 원인을 파악하지 않은 채 통증 치료에만 급급하다보면 후유증과 부작용을 낳기 쉽다고 배 병원장은 지적했다.

첫 수술보다는 아무래도 결과가 나쁠 수 있고 합병증 발생 위험이 상대적으로 높은 것도 걸림돌로 지적된다. 척추 재수술을 고려할 때 그 수술이 자신에게 정말로 필요한 것인지 꼭 따져봐야 하는 이유다.

비(非)수술 요법만으로도 충분히 치료가 가능한 범주인지, 수술 후 통증이 일시적으로 나타났다가 곧 사라져 사실 재수술 자체가 필요 없는 것은 아닐지 등에 대한 확인도 철저히 해야 한다. 자칫 긁어 부스럼을 만들어 안 하느니만 못한 결과를 가져올 수도 있기 때문이다.

배 병원장은 “미국의 경우에도 5년 내 재수술 비율이 13∼18% 정도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며 “재수술은 이전에 수술한 부위를 포함, 척추 뼈의 이상을 추가로 바로잡는 것이므로 재발과는 다른 의미로 받아들여야 한다”고 말했다.

척추수술 후 부작용이나 합병증을 막기 위해선 수술 전 환자 상태에 대해 종합적으로 평가하는 일이 필수적이다. 수술 후에도 눌려있던 신경이 풀리지 않아 추가 감압(減壓·신경 압박을 풀어주는 기술)이 필요한 부분이 있는 것은 아닌지, 척추고정 수술 후 뼈가 제대로 붙지 않아 척추가 불안정해지는 ‘가(假)관절증’ 상태는 아닌지, 부분적인 수술로 해결이 안 되는 ‘척추측만증’ 등 척추 불균형 증상에 대해 면밀하게 점검한 뒤에 시행해야 실패위험을 낮출 수 있다.

재수술이 필요한 경우는 검사 후 추가 감압이나 고정술(뼈를 붙들어 매는 기술)이 필요하다고 생각되거나 다른 부위에 문제가 생겼을 때다. 척추 불안정성이나 압박골절, 퇴행성 변화 등이 확인됐을 때 역시 재수술을 고려하는 것이 좋다.

경험 많은 의사와 병원 선택도 중요

척추 재수술은 위험부담이 큰 만큼 수술 안전성을 확보하는 게 가장 중요하다. 재수술 병원 또는 의사를 선택할 때부터 신중을 기해야 한다. 척추질환을 전문적으로 치료하는 곳인지, 내과 외과 등 타과 의사들과도 협진이 원활하게 이뤄지고 있는지 충분히 살펴서 결정하는 게 바람직하다.

우리들병원은 척추 재수술에 관한 한 3차 또는 4차 병원이라고 할 수 있을 만큼 경험이 많은 전문병원 중 한 곳으로 꼽힌다. 20여년 전 이상호 회장이 선도적으로 정립한 내시경 디스크 시술법은 이제 전 세계 척추수술의 표준으로 인정받고 있다.

뿐만 아니다. 우리들병원은 ‘고난도 척추재수술 전문팀’을 결성, 내시경 디스크 시술의 선구자이자 최소 침습 척추치료의 중추라는 호평에 안주하지 않고 난치성 척추질환을 해결하기 위해 밤낮으로 노력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여러 전문의가 한 명의 환자를 동시에 돌보는 협진제도와 매주 금요일 아침 모든 의사가 한자리에 모여 최신 의학정보와 최선의 치료법을 공유하는 금요학술회의는 이런 노력의 하나라고 할 수 있다.

최근에는 ‘팀 서저리(수술)’ 제도를 도입, 특히 고난도 척추재수술 분야에서 좋은 성과를 거두고 있다. 의사 한 명이 집도할 경우 10시간 이상 걸릴 재수술도 노련한 전문의 2∼3명이 동시에 또는 번갈아 집도해 수술 시간을 2∼5시간 내외로 대폭 단축시키고, 재수술에 따른 위험요소도 줄이는 효과를 보고 있다.

배 병원장은 “수술 역시 가급적 최소절개 방식으로 진행, 정상조직을 최대한 살리는 쪽으로 힘쓴다”며 “내시경 척추 재수술뿐 아니라 척추 유합술 재수술, 신경감압 재수술, 고난도 척추 재건술도 부작용 위험이 낮은 최소절개 방식으로 하려 노력한다”고 말했다.

이기수 의학전문기자 kslee@kmib.co.kr

사진=최종학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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