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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 문맹’ 의원들 덕에 살아난 저커버그

마크 저커버그 페이스북 최고경영자(가운데)가 10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DC에서 열린 상원 청문회에서 카메라 기자들에 둘러싸여 있다. 페이스북 이용자 8700만명의 개인정보 유출 문제 때문에 열린 청문회는 미국 전역에 생중계될 정도로 관심이 집중됐다. 청문회장 안팎에서는 페이스북과 저커버그에게 항의하는 시위가 벌어지기도 했다. 신화뉴시스


“명백한 실수… 내 책임” 사과
의원들 5시간 몰아붙였지만 타격 줄 만한 결정적 질문 없어
페북 주가 되레 4% 넘게 상승


페이스북 창립자 겸 최고경영자 마크 저커버그(34)가 페이스북의 개인정보 유출과 관련해 미국 의회에 불려나갔지만 ‘디지털 문맹’ 의원들 덕분에 무사히 청문회를 마쳤다.

저커버그는 10일(현지시간) 상원 법사위원회와 상무위원회의 합동 청문회에 출석해 이용자 8700만명의 정보가 무단 유출돼 미국 대선 등에 악용된 일에 대해 고개를 숙였다. 5시간 진행된 청문회에서 그는 “명백한 실수다. 사과한다. 모든 것은 경영자인 내 책임”이라고 몸을 낮췄다. 러시아의 2016년 미 대선 개입 의혹과 관련해 그는 “우리의 시스템을 악용하려는 러시아 측과 끊임없이 싸우고 있다. 이 싸움은 러시아와 군비 경쟁을 연상케 할 정도로 치열하며, 계속 심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정보기술(IT) 업계의 젊음을 상징하듯 늘 티셔츠와 청바지 차림이었던 그는 이날만큼은 양복을 갖춰 입었다. 뉴욕타임스는 ‘저커버그의 아임 소리 슈트’(I’m Sorry Suit·반성의 정장)란 제목의 기사에서 “저커버그의 당혹감이 그의 정장 차림에서 드러난다”고 소개했다. 저커버그는 문제점들을 해결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페이스북은 개인정보 유출 사례를 신고할 경우 최고 4만 달러(약 4272만원)의 포상금을 지불할 예정이다.

무려 44명의 상원의원이 그를 몰아붙였지만 그의 승리로 끝났다는 평가가 많다. 청문회 초반 그는 개인정보 유출 문제를 인지한 뒤 사용자들에게 바로 알리지 않은 것에 대해서는 제대로 답하지 못했지만 점차 거침없이 자신의 생각을 표현했다. 특히 페이스북을 포함해 IT 업계에 대한 규제를 강화해야 한다는 의견에 대해 “우리 같은 대기업보다 차기 페이스북을 꿈꾸는 작은 기업들이 더 어려워질 것”이라고 답했다. 저커버그가 방어를 잘하자 청문회가 진행되는 동안 최근 급락했던 페이스북 주가는 4% 넘게 급등했다.

CNN방송은 “의원들 질문 중에 눈에 띄는 게 없었다”면서 “그나마 기억에 남는 질문이라곤 사용자 설명서 내용이 복잡하다는 것 정도였다”고 혹평했다. 실제로 의원들은 페이스북 알고리즘이나 비즈니스 모델에 대한 기초적인 이해가 없는 듯했다. 오린 해치 공화당 의원은 “페이스북은 어떻게 돈을 버느냐”고 물었고, 저커버그는 다소 어이없다는 표정으로 “광고로 번다”고 대답했다. 저커버그는 11일 하원 에너지상무위원회 청문회에 다시 출석할 예정이다. 상원에 비해 젊은 하원에서는 저커버그를 제대로 공격할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린다.장지영 기자 jyjang@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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