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터’로 살아난 괴물… 류현진, 스트라이크존 경계선 ‘점령’

LA 다저스의 류현진이 11일(한국시간) 캘리포니아주 LA 다저스타디움에서 열린 미국프로야구 메이저리그 오클랜드 어슬레틱스와의 홈경기에 선발 등판해 1회초 힘찬 동작으로 투구하고 있다. 류현진은 6이닝 1피안타 무실점으로 시즌 첫 승을 거뒀다. AP뉴시스


절묘한 제구력으로 상대 압도… 현지 중계진 “완벽하다” 감탄
타석에서도 1안타 1볼넷 활약


똑바로 날아오다 우타자 몸쪽으로 파고드는 컷패스트볼(커터)은 힘없는 땅볼로 연결됐다. 낙차 큰 커브는 스트라이크 존 경계선에 절묘하게 걸쳤다. 직구든 변화구든 포수가 미트를 댄 곳에 정확히 도착했다. 호투하던 날의 류현진(LA 다저스) 그대로였다.

류현진은 11일(한국시간) LA 다저스타디움에서 열린 미국프로야구(MLB) 오클랜드 어슬레틱스와의 홈경기에 선발 등판해 6이닝 동안 단 1개의 안타만 내주며 무실점, 시즌 첫승을 수확했다. 제구 난조를 보였던 지난 3일 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와의 경기와 달리 단 1개의 볼넷만 허용했고, 삼진은 8개를 잡아냈다.

이날 류현진의 무기는 총 90구 가운데 25구를 차지한 커터였다. 평균 시속 140.1㎞의 커터가 스트라이크 존 경계선을 파고들자 타자들은 무기력해졌다. 1회초 상대 3, 4번 제드 라우리와 크리스 데이비스를 스탠딩 삼진으로 낚은 커터는 현지 중계진으로부터 “완벽하다”는 말을 들었다. 데이비스는 삼진 콜을 받고서도 고개를 갸우뚱하며 한동안 타석을 떠나지 못했다.

제구력에 자신감을 가진 류현진은 다양한 구종과 스피드로 타자들을 혼란에 빠뜨렸다. 2회초에는 시속 122.5㎞의 느린 커브로 강타자 맷 올슨을 돌려세웠다. 타선이 한 바퀴 돈 뒤인 4회초부터는 시속 130㎞대의 체인지업을 섞어 던졌다. 직구와 똑같이 날아오다 가라앉는 체인지업에 오클랜드가 대타로 내세운 트레이스 톰슨도 헛스윙 삼진을 당했다.

지난 경기와 달리 류현진은 자신의 직구 구위를 믿는 모습이었다. 류현진은 3회초 제이크 스몰린스키를 상대로 2스트라이크를 선점하자 포수의 변화구 사인에 한 차례 고개를 흔들었다. 고집대로 시속 146.5㎞의 직구를 높은 코스에 뿌렸는데, 스몰린스키의 방망이는 공 아래쪽을 헛돌았다.

오클랜드 타자들은 삼진을 당하지 않으면 빗맞은 땅볼만 쳤을 뿐, 외야로는 단 2개의 타구밖에 날리지 못했다. 1회초 선두타자 마커스 세미앤의 타구가 좌익수 뜬공이었고, 5회초 2사에서 스티븐 피스코티의 땅볼 타구가 중견수 앞으로 향했을 뿐이었다. 피스코티의 타구는 류현진이 허용한 유일한 안타였다. 별다른 위기가 없어 투구수 역시 이닝당 15개 꼴로 잘 관리됐다.

류현진은 2차례 들어선 타석에서도 1안타 1볼넷의 깜짝 활약으로 팀의 4대 0 승리에 기여했다. 류현진이 4회말 좌전안타를 치자 현지 중계진은 “‘힙 턴(타격 시 하체 회전)’이 좋다” “골퍼라면 300야드를 날릴 것”이라고 농담하기도 했다.

류현진의 호투는 결국 제구력이 바탕이 돼야 이뤄진다는 점을 재확인한 경기였다. 다저스의 데이브 로버츠 감독은 경기 뒤 “류현진은 정말 잘 던졌다. 직구는 홈플레이트 양쪽 끝을 향했고, 우타자에게 던진 커터는 경기 내내 효과적이었다”고 칭찬했다.

이어 “류현진은 지난번과 달리 피칭에 확신을 가진 모습이었다”며 “팀의 다른 선발투수들도 이러한 모습을 모멘텀으로 이어갔으면 한다”고 했다.

이경원 기자 neosarim@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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