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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부 別姓 허용해야”… ‘포스트 아베’ 여성 주자의 승부수

노다 세이코 총무상




총재 출마 예고한 노다 총무상 “別姓 말만 꺼내도 돌 날아와 근대국가로서 합당한지 의문”
부부 同姓 의무화한 유일한 나라 메이지 시대 이래 100년 넘게 유지… 여론도 개정에 우호적인 분위기

오는 9월 일본 집권 자민당 총재 선거에 출마 예정인 노다 세이코(58·사진) 총무상이 총재 선거에서 선택적 ‘부부 별성(別姓)’의 허용 필요성을 호소하겠다고 밝혔다. 부부 별성은 부부가 서로 다른 성(姓)을 쓰는 것이다. 일본은 부부 별성을 법으로 인정하지 않는 세계 유일의 국가다. ‘포스트 아베’ 후보 중 여성 주자인 노다 총무상은 부부가 같은 성을 쓰든 다른 성을 쓰든 각자의 선택에 맡기자는 안을 총재 선거 이슈로 내놨다.

현지 언론에 따르면 지난 8일 지방 강연에 나선 노다 총무상은 “부부 별성 얘기를 하면 돌이 날아온다”며 자민당의 보수적 분위기를 비판했다. 그는 “‘여자인 주제에 대학을 나와 잘난 척하며 국회의원이 되는 것들이 있으니까 (나라에) 아이가 생기지 않는다’는 게 자민당의 통념”이라고도 지적했다.

노다 총무상은 “부부 별성이 금지된 것은 메이지시대”라며 “이후 100년 이상 논의되지 않았다는 게 근대국가로서 합당한 일인지 모르겠다”고 비판했다.

그의 말대로 1876년(메이지 9년)에는 최고관청의 명령으로 여성이 결혼해도 원래 성을 갖도록 했다. 그러나 1898년(메이지 31년) 제정된 민법에서부터 부부 동성(同姓)이 강제됐다. 현재 민법의 부부 동성 규정이 메이지 민법과 다른 점은 남편 대신 아내의 성을 따를 수도 있게 한 부분이다. 하지만 결혼한 여성의 96%가 남편 성을 따르고 있다.

부부 동성의 강제가 여성 차별을 담고 있기 때문에 미국은 1970년대, 유럽 대부분은 1990년대부터 부부 별성을 인정했다. 태국에서도 2003년 부부 동성 강제 조항이 위헌 판결을 받았다.

일본에서도 부부 별성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나와 법무성이 1996년과 2010년 두 차례 민법 개정을 준비했으나 보수파 의원들의 반대로 국회에 제출되지 못했다. 유엔 여성차별철폐위원회는 2003년부터 3차례 일본에 민법 개정을 권고했다.

2015년 일본 최고재판소는 부부 동성을 강제한 민법 750조가 합헌이라고 판결했다. “가족이 하나의 성을 쓰는 것은 합리적이며 일본 사회에 정착돼 있다”는 이유에서였다.

하지만 이에 불복하는 소송은 끊이지 않고 있다. 지난 1월 정보기술(IT)회사 대표 등 4명이 국가를 상대로 위헌 소송을 제기했다. 도쿄와 히로시마현의 사실혼 부부 4쌍도 성이 다르다고 혼인신고가 받아들여지지 않은 것은 위헌이라며 이달 중 각 지방법원에 배상청구 소송을 낼 예정이다.

지난 2월 내각부가 실시한 성인 대상 여론조사에선 “선택적 부부 별성을 인정하는 쪽으로 민법을 개정해도 괜찮다”는 응답이 역대 최고치인 42.5%를 기록했다. “필요 없다”는 역대 최저인 29.3%였다. 다만 민법을 개정해도 괜찮다고 한 사람 중에서 “법이 그렇게 바뀌면 원래 성을 쓰고 싶다”고 답한 비율은 19.8%에 그쳤다.

천지우 기자 mogul@kmib.co.kr

그래픽=이석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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