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싫은 골퍼’ 리드, 생애 첫 그린재킷 입었다

미국의 패트릭 리드가 9일(한국시간) 막을 내린 제82회 마스터스 토너먼트에서 생애 첫 메이저대회 우승을 차지한 뒤 트로피를 들고 환하게 웃고 있다. AP뉴시스


경솔한 발언·거만한 태도 잦아 팬들 ‘가장 싫어하는 골퍼’ 꼽아
트럼프 “5년 전 재능 감지” 축하


패트릭 리드(28·미국)는 미국프로골프(PGA) 투어의 소문난 밉상이다. 9일(한국시간) 막을 내린 82회 마스터스 토너먼트에서 생애 첫 메이저대회 우승을 장식했지만 그를 바라보는 골프팬이나 동료 선수들의 반응은 여전히 차갑다.

리드는 2014년 3월 월드골프챔피언십(WGC)에서 투어 3승째를 따냈다. 당시 24세의 영건이었던 그는 대회 최연소 우승자가 됐다. 하지만 우승 인터뷰가 그를 밉상으로 만든 첫 번째 계기가 됐다. ‘골프황제’ 타이거 우즈가 롤모델이었던 리드는 “나는 세계에서 톱5 안에 드는 실력을 가졌다. 우즈 이후로 이런 성적을 낸 선수를 보지 못했다”고 자화자찬했다. 메이저대회 출전 경험도 없던 리드의 경솔한 발언에 팬들은 등을 돌리기 시작했다.

리드의 기행은 이뿐만이 아니었다. 그는 2년 마다 열리는 미국과 유럽연합의 골프대항전인 라이더컵에서 맹활약했다. 2016년 대회에서는 유럽연합의 에이스 로리 매킬로이(북아일랜드)와의 싱글매치에서 1홀 차 승리를 거둬 2008년 이후 8년 만에 미국에 우승컵을 안겼다. ‘캡틴 아메리카’라는 별명까지 얻었지만 문제는 리드의 손가락이었다. 리드는 경기 중 매킬로이를 향해 오른손 검지를 좌우로 흔들어 빈축을 샀다. 이후로 유럽 골프팬들은 리드가 보일 때마다 심한 야유를 보냈고 그는 라이더컵에서 ‘공공의 적’으로 불리기까지 했다.

미국 USA 투데이 스포츠는 이날 “리드는 연습 라운드를 홀로 도는 것을 자처했다. 욕을 잘하는 선수로 알려져 있고, 팬들과 신경전을 벌이기도 한다”고 전했다. 리드가 마스터스 우승에도 환영받지 못하는 이유는 ‘거만한 태도’ 때문이라고 언급했다. 리드는 영국 텔레그래프가 뽑은 ‘팬들이 가장 싫어하는 골프선수’이며, 미국 스포츠전문채널 ESPN이 2015년 선정한 ‘가장 싫어하는 투어 선수 2위’라는 설명도 곁들였다.

일부 팬들은 이날 SNS에 “리드의 16번 홀 샷이 연못에 풍덩 빠졌으면 좋겠다”고 악담을 퍼부었다. 그가 챔피언에 오른 뒤에도 마스터스 우승자가 접하곤 하는 열광적인 환호나 박수를 받지 않았다. 하지만 리드는 마스터스 5번째 출전 만에 최정상에 올랐다.

LA 타임스는 ‘미움을 받든 인기가 없든, 리드는 많은 지지 없이도 마스터스를 정복했다’고 기사 제목을 달았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트위터를 통해 “팬들은 리드가 5년 전 첫 우승을 했을 때부터 그의 재능과 밝은 미래를 알아봤다. 이제 그는 마스터스 챔피언이다”고 축하 메시지를 전했다.

박구인 기자 captai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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