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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서도 ‘미투’… 베이징대 출신 여성 죽음이 기폭제

가오옌의 묘비. 바이두 백가호 캡처


20년 전 ‘사건’ 고통… 스스로 목숨 끊어
친구들이 ‘지도교수’ 폭로


중국의 최고명문 베이징 대학에서도 미투(#MeToo·나도 당했다) 폭로가 터졌다. 20년 전 베이징대 여학생이 지도교수에게 강제추행을 당한 뒤 정신적 고통에 시달리다 스스로 목숨을 끊었는데 친구들이 대신 억울함을 호소하고 나선 것이다.

8일 신랑망 등에 따르면 베이징대 사회학과 95학번으로 현재 캐나다에 거주하는 리유유는 ‘선양(63) 교수를 실명 고발한다’는 글을 지난 5일 한 온라인 사이트에 게재했다. 1998년 목숨을 끊은 베이징대 중문과 친구 가오옌의 억울한 사연이다.

리유유는 “95년 당시 선 교수는 신입생인 가오옌에게 학습과제를 자기 집으로 가져오라고 해 뒤에서 껴안고 억지로 마구 입맞춤을 했다”고 밝혔다. 이어 “이듬해 가오옌은 ‘선 교수가 굶주린 늑대처럼 내 옷을 벗겼고, 한 번도 해본 적 없는 일을 당했다’고 했다”며 “가오옌은 싫다고 했으나 선 교수는 ‘사랑해서 그런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선 교수는 최소 3명의 다른 여학생들에게도 비슷한 문제를 일으켰다. 그들에게는 “나는 싫은데 가오옌이 먼저 유혹했다. 정신병이 있는 것 같다”고 주장했다. 가오옌은 고통을 겪다 98년에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선 교수는 파문이 커지자 자신은 가오옌의 사망과 무관하며 가오옌이 정신병이 있었다고 주장했다. 그는 현재 난징대 문학원 언어학과 주임교수로 재직 중이며, 상하이사범대 겸임교수도 맡고 있다. 2001년 최고 학술 영예인 장강학자(長江學者) 칭호를 받기도 했다.

베이징대는 즉각 가오옌 사건을 재조사하기로 했다. 난징대는 전문 조사팀을 구성했고 선 교수에게 교수직을 사직하고 학교를 떠날 것을 요구했다.

베이징=노석철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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